예능프로는 재미만 있으면 된다? 맞는 말이다. 예능의 본령은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여기에 의미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재미에 만족하지 않고 의미를 찾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발하게 웃기고, 영리하게 감동을 주는 새로운 예능의 등장에 시청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지난달 20일과 27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여드름 브레이크'편은 그 백미다. 외양은 인기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의 패러디였다. 그러나 사회성 짙은 메시지가 그 아래 깔렸다. 남산시민아파트, 연예인아파트, 오쇠동 철거지 등 허름한 서울의 모습을 배경으로 무고한 이들이 갑자기 죄인이 돼 험상궂은 빡빡이들에게 쫓긴다. '철거'며 '몸싸움' 등의 자막이 슬쩍 더해진다.
배신과 협잡이 난무하는 코믹 상황극은 그 자체로 모자람 없는 엔터테인먼트였다.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간 시청자들은 재개발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내고, 출연자들이 그토록 얻으려 하는 300만원이 오쇠동 세입자의 이주보상비와 같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즐거워했다. 자발적인 검색과 토론이 이어지는 인터넷 세대의 문화가 작가주의 예능프로 '무한도전'과 공명한 셈이다.
'무한도전'은 '말하면 감옥행', '미국산 소 백스텝으로 쥐 잡은 격' 등 뼈있는 자막으로 세태를 풍자하는 것으로도 이름 높다. '무한도전'이 적극적으로 시사를 끌어안는다면, '오빠밴드', '천하무적 야구단', '남자의 자격' 등은 잊고 있던 꿈과 놓치고 살았던 목표를 상기시키며 다른 색깔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너무 커버린 아저씨 밴드들이 가족들을 한 데 모아놓고 '우리를 봐 달라'며 벌이는 공연은 꿈 많았던 학창시절의 동아리 발표회를 연상시키게 했다. 사서 하는 고생에도 신나기만 한 야구단에는 슬며시 웃음이 지어진다. 담배를 끊고, 아이를 돌보며, 눈물을 흘리는 남자들을 보는 재미와 감흥도 만만찮다.
과거에도 공익성을 기치로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은 존재했다. 소외된 이웃에게 보금자리를 꾸며주는 '일밤'의 '러브 하우스'나 칭찬받아 마땅한 이웃들을 찾았던 '양심 냉장고'는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았다. MBC '느낌표'는 청소년과 해외 이주 노동자, 교통과 환경 등 다양한 사회·공익적 주제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았다. 독서 붐이 일고, 0교시 자율학습 폐지 운동이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 남다른 의미 찾기로 주목받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공익'이란 가치를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거의 시도들과 다르다. 거창한 목표가 있다 으스대지도 않는다. 오히려 대한민국 평균이하, 얼치기, 오합지졸로 자신들을 낮추면서 시청자와의 공감에서 감동의 포인트를 짚어낸다.
한 예능 PD는 "시청자는 늘 새로운 것을 원한다. 아무런 의미 없이 그저 출연자의 생생한 모습을 보는데서 소소한 재미를 찾았던 리얼 버라이어티가 한 단계 진화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