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美진출, 조연기분 알 수 있는 공부였다"(인터뷰)

김건우 기자  |  2009.07.30 15:06
배우 이병헌ⓒ 홍봉진기자 honggga@


이병헌이 영화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이하 '지.아이.조')에서 스톰 쉐도우 역을 맡아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이병헌에게 할리우드 진출은 한 계단 밟아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당시 한국과 일본에서는 한류스타지만 미국에서는 아시아 배우에 불과했다.

이병헌은 "촬영을 할 때도 새벽 6시에 나와 오후 4시까지 기다렸지만 한 신도 못 찍고 돌아간 적도 있다. 어떤 때는 그냥 지나가는 장면을 찍고 수고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나를 얕보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조연이나 단역들의 기분을 알 수 있는 공부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미국의 고전 코믹인 '지.아이.조'의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병헌은 할리우드 진출을 통해 시선을 넓힐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떤 방식이든 젊을 때 부딪쳐 보자의 심정이었지만 할리우드의 제작시스템을 겪으면서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이병헌 은 자신의 첫 진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연기적인 면에서는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1960년대부터 유명했던 배트맨, 슈퍼맨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 게 영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부심이 생겼다"

30일 오전 기자가 만난 이병헌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지.아이.조'는 3편까지 계약을 한 것으로 안다. 속편 촬영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나도 무척 궁금하다. 얼마 전 스티븐 소머즈 감독을 일본에서 만났을 때 8월 8일이나 돼야 알 것 같다고 했다. 미국에서 설문조사를 했더니 '트랜스포머' 1편과 비슷한 점수가 나와 흥행 예감에 고무되어 있다.

-출연료가 10억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출연료는 10억 정도다. 제가 한 일이 아니고 에이전시가 해낸 일이다.

-어떻게 '지.아이.조'에 출연하게 됐는지.

▶좀 더 과거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나는 비와 함께 간다'를 제안 받은 것은 몇 년 전이었다. 당시는 에이전트가 있기 전이었다. 트란 안 홍 감독이 직접 연락 와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을 읽어봤냐고 물었다. '사람의 아들'이 원작은 아니지만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 소개했다. 그리고 출연을 선택하기까지 1년의 시간이 걸렸다.

당시 1년 동안 마음에 변화가 왔다. 어떤 사람들은 돌다리를 두드리는 것 아니냐, 보여줄 수 있을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 안 해보면 나이 들어 후회하지 않을까, 어떤 방식이든 부딪쳐 보자라고 생각했다 결정했다. 그래서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지.아이.조' 등을 모두 선택했다.

-아직 개봉을 안했지만 선택에 대해서는 만족하는지.

▶연기적인 면에서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1960년부터 배트맨, 슈퍼맨처럼 유명한 캐릭터를 연기한 게 영광이다. 사실 스톰 쉐도우 역할이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스네이이크 아이즈와 스톰 쉐도우에 관힌 인가와 존재감을 조금씩 다가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부심이 느껴졌다.

얼마 전 극장에서 어머니, 동생과 함께 '지.아이.조'를 보고 놀랐다. 이 영화 정말 엄청나구나. 내 뒤에서 미사일이 날라 가고 자동차가 뒤집어지는 모습을 보며 보통 애들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 영화를 촬영할 때 내가 했던 방식의 연기를 하면 안된다고 느꼈다. 촬영할 때 후속편을 의식한 듯 굉장히 단순한 악당 같이 느껴졌다.

배우 이병헌ⓒ 홍봉진기자 honggga@


-기존에 했던 방식의 연기는 어떤 것인지.

▶그동안 굉장히 어둡고 사실주의적인 연기를 선호해왔다. 사실 '지.아이.조'는 만화를 현실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연기는 방해가 된다. 스티븐 소머즈 감독은 눈빛이 강하면 강할수록 좋아했다. 그때는 '지.아이. 조'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스톰 쉐도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영어 연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18살 때 2년 공부했다고 밝혔다. 사실인지.

▶ 영어를 배운 것은 2년이 전부다. 영어로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 잘 못 알아듣는다. 운 좋게 동양인과 멕시칸의 악센트가 없는 것 같다. 발음 같은 것은 선천적인 것 같다. 또 어학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 진학 때 불문과를 선택하기도 했다. 대학교 때 도 발음에 대해 칭찬을 들었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 매니저와 숙소에서도 영어를 썼지만 불편해 이내 한국어를 사용했다.

-할리우드 진출 위해서 오랫동안 준비했을 것 같다.

▶ 솔직히 부끄럽지만 준비한 게 없다. 할리우드에 갈 거면 영어 등을 철저하게 해야 하고, 한국에서 연기자를 할 거라면 준비할 게 없는 것 같다. 후배들한테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한다. 싸움도 해보고 사고도 치라고 한다. 우리 직업 이 살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건데 특별한 게 있겠나.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소감은 어떤지.

▶한 계단 오른 느낌이다.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스티븐 소머즈 감독과 로렌조 디 보나벤츄라 프로듀서의 조합은 누구도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올 여름 영화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다. 인지도를 알리기에 최상의 카드가 아닐까? 훗날 원하는 작품을 고를 수 있는 단계까지 왔으면 좋겠다.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좀 어두운 작품이 좋다. 또 블록버스터도 좋지만 작은 영화도 좋아한다. '제리 맥과이어' '바닐라 스카이' 등과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 미국에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채닝 테이텀과 시에나 밀러도 모두 이 작품을 봤다고 했는데.

▶'달콤한 인생'은 나에게 행운이었다. 미국에서는 나의 연기뿐만 아니라 김지운 감독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한다. '달콤한 인생' 때문에 에이전시 회사 CAA와 연계됐던 것은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 이미지를 각인 시켜준 작품 인 것 같다. 한 번은 영화 '둠' 프리미어 행사를 방문했는데 출연 배우가 팬이라며 인사를 했다. '달콤한 인생'이 할리우드에 많이 알려졌구나 라고 생각했다.

-할리우드에서 촬영을 한 소감은 어땠는지.

▶촬영장에는 트레일러가 10여 대가 서 있다. 야외에서 찍을 때 길거리를 막고 차량 몇 십대를 모두 부순 적이 있다. 한 번은 대형 폭파신이 있었는데 카메라 10대로 촬영을 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투자자와 제작자가 매일 매일 현장에 왔다. 가령 자기들과 맞지 않는 게 있다면 감독한테 직접 이야기했다. 사실 스톰 쉐도우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생각이 달라 의견 대립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팬들에게 스톰 쉐도우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거부감이 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촬영 전 복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계약을 하기 전 출연 분량 중 반 이상 복면을 벗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 촬영을 할 때도 새벽 6시에 나와 오후 4시까지 기다렸지만 한 신도 못 찍고 돌아간 적도 있다. 어떤 때는 그냥 지나가는 장면을 찍고 수고했다는 말을 들었다. 나를 얕보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조연이나 단역들의 기분을 알 수 있는 공부라 생각했다

배우 이병헌ⓒ 홍봉진기자 honggga@


-일본에서 팬들의 뜨거운 환호에 많이 놀랐을 거 같은데.

▶스티븐 소머즈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이 일본 팬의 환호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스티븐 소머즈 감독이 인기가 많은 사실을 왜 말하지 않았냐고 했다.

당시 마지막 싸우는 신의 분량이 줄어 섭섭하다고 말했었다. 감독이 추후 DVD 디렉터스컷에는 많은 장면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액션 촬영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할리우드는 안전에 대해서 가장 많이 걱정한다. 오히려 액션신은 한국이 더 어려운 것 같다 .한 번은 발차기를 하다가 인대가 찢어진 적이 있다. 계속된 촬영에 갑자기 발이 안 올라가 병원에 가보니 인대가 찢어졌다고 말했다.

또 기억에 남는 액션신은 데니스 퀘이드와의 장면이다. 당시 데니스 퀘이드의 일정 때문에 먼저 촬영을 해야 했다. 결국 저의 첫 촬영이 데니스 퀘이드의 마지막 신이었다.

화려한 검술로 데니스 퀘이드의 목에 칼을 거뒀어야 했는데, 데니스 퀘이드가 미끄러져 인중에 칼을 맞았다. 스태프들도 너무 놀라 40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데니스 퀘이드가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여기서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웃음)

- 드라마 '아이리스' 다음 출연작은 어떤 작품인가?
▶할리우드에서 온 제의도 한두 가지 듣긴 했는데 '지아이조' 2편을 하게 되면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아이리스'가 나를 힘들게 한다. 한국영화도 한두 편 제의받은 게 있긴 한데 아직 감독과 구체적으로 만나 얘기하는 단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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