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윤제균 "내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9.08.04 09:17

토종블록버스터 '해운대'가 13일만에 50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기세라면 주말께 700만명에 육박하고 800만명까지는 무리 없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000만이라는 숫자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해운대'는 해운대에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설정에 윤제균표 코미디가 절묘하게 결합, 성공신화를 쌓고 있다. 그동안 '쌈마이 코미디 감독'이라 지탄받던 윤제균 감독의 진심이 관객에 통한 결과다.

500만 관객이 든 3일 윤제균 감독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제작 중인 영화 '하모니' 촬영 현장인 전주에 가있다는 그는 수화기 너머에서 감격스러워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윤제균 감독은 "아직도 얼떨떨하다"면서 "행복하고 고맙다. 태어나서 제일 행복한 것 같다"며 기뻐했다.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 기획 도중 제작비 문제로 스태프를 해산시켰던 적이 있는 터라 기쁨이 더욱 컸다.

그는 "보잘 것 없는 윤제균을 믿고 투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윤 감독은 영화 개봉 전 가진 인터뷰에서 "'쌈마이 코미디 감독'에 그 큰돈을 믿고 맡겨준 분들"에 고마움을 표시했고, 가장 인정받고 싶은 상대로 관객을 꼽았다.

그랬던 윤 감독에 500만명이 넘는 관객이 '해운대'를 찾은 것은 비단 영화 흥행 이상의 감동을 줬다. 윤제균 감독은 "관객 분들이 영화의 진정성을 봐준 것 같다"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정말 고생 많이 했겠다는 것이다. 필름에 드러난 제작진과 배우들의 노력과 진심을 관객들이 읽어주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해운대'에서 박중훈의 연기에 대한 세간의 입방아에 대해서도 감독의 역량이 부족한 탓으로 돌렸다. 윤 감독은 "박중훈이 맡은 역은 기능적인 대사를 해야만 했다"면서 "누가 했어도 마찬가지며 부족해 보였다면 감독 탓"이라고 말했다.

윤 감독은 시사회 전까지 쓰나미 CG와 관련된 갖가지 안 좋은 소문을 들었다. 믿어 달라고도 했고, 자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그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술에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있구나"라고 속앓이를 단단히 했다.

불과 한 달도 안 돼 세간의 평이 바뀐 것에 대해 윤제균 감독은 "속상했던 것도 결과가 좋으니깐"이라며 허허 웃었다. 다만 그는 이 말을 덧붙였다.

윤 감독은 "'해운대'가 한국형 재난영화의 정점이 아니다. 이제 출발점이다"면서 "기술과 드라마를 결합한 영화에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중일침이다.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해운대2'를 만드는 것도, 제2의 '해운대'를 만드는 것도 아니지만 CG에 대한 노하우를 익힌 만큼 또 다른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것이다.

윤제균 감독은 '하모니'가 곧 촬영에 들어간다며 전화를 끊으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내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해운대'는 윤제균 감독에게도 감동의 쓰나미를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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