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조오련 '독도일기'로 드러난 조국사랑

신희은 기자  |  2009.08.04 17:32
↑ 2008년 6월부터 8월까지 '독도 33번 회영'에 도전한 고 조오련(57) 씨가 독도에서 찍은 사진으로 그의 미니홈피 대문에 걸려 있다.

4일 심장마비로 타계한 조오련(57) 씨는 유달리 독도를 사랑했다.

조 씨의 미니홈피에는 그가 2008년 6월 30일부터 8월 10일까지 쓴 '독도생활일기'가 게시돼 있다. 당시 조 씨는 대한독립선언 33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독도 33번 회영'에 도전하며 약 한 달간 독도에 머물렀다. 도전에 성공한 7월 31일까지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작성된 일기에는 그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 씨는 그해 7월 1일, 파도가 높아 계획했던 첫 수영을 시작하지 못한 마음을 ‘갈매기야 갈매기야 어디로 날아가니, 태풍이 온다는데 같이 가자꾸나, 태풍 속에서 놀아 보자꾸나'라는 글로 표현했다.

다음날인 2일에는 ‘태극기가 물 속에서 펄럭입니다, 나의 몸과 마음도 펄럭입니다’ 며 도전을 시작하는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런데 기상이 악화되자 3일에 조 씨는 ‘바다의 주름살인 파도가 오늘도 펴지지 않았다'면서 '내 마음 속타는 줄 모르고 주름살만 펴고 있네’라며 마음을 달랬다.

조 씨는 파도가 높아 수영을 할 수 없는 날마다 마음을 졸이면서도 ‘독도에 왔으니 독도 흐름에 따를 수밖에’ 하며 자연의 뜻을 헤아렸다. 그러면서도 ‘자연에 도전하는 것은 무모한 게 아니라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이다’고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조 씨는 당시 56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독도 33번 회영에 도전하면서 적지 않은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는 정말 싫어, 창문을 또 또 또 내려다 본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독도를 9번 돌고, 24바퀴가 남았을 때 조 씨는 ‘쫓겨 가는건지 쫓아가는 건지 하여간 나는 가고 있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지만 ‘아시아의 물개’ 조 씨에게도 도전은 극복해야 하는 난관 투성이였던 것. 결심이 흔들릴 때마다 조 씨는 ‘이 한 몸 태워 다시는 독도를 가지고 왈가왈부 할 수 없게끔 된다면’ 하며 독도 사랑과 함께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조 씨는 헛바퀴 도는 날마다 ‘22번도 했는데 11번은 못 할까’하며 뒤돌아 보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스렸다. ‘파도가 높아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창문이 닳겠네’, ‘행복은 많은 고통을 인내로 참고 견딜 때 더 향기로운 것’ 등 시적인 표현으로 마음을 달래는 낭만이 있었다.

2008년 8월 10일 그의 마지막 일기에는 ‘포근히 떠나고 싶어, 굴곡이 많았던 삶에 지쳤어’라며 ‘난 파도가 없는 바다에서 헤엄치고파, 울퉁불퉁은 대빵 싫어’라고 쓰여져 있다. ‘대빵’ 같은 천진난만한 말투와 진솔한 마음이 담긴 그의 ‘독도생활일기’에는 네티즌의 애도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글을 읽은 안 모씨는 ‘고 조오련 씨, 하늘에서도 수영하시며 행복하게 살아가세요’라는 답을 남겼다. 이 모씨는 ‘이렇게 유머감각도 있고 따뜻하신 분인지 몰랐다’며 고인의 명복을 비는 행렬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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