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악녀는 처음이에요."
탤런트 최수린(35). 그녀는 MBC 일일드라마 '밥줘!'(극본 서영명·연출 이대영)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다. 종잡을 수 없는 악녀 차화진을 연기하며 데뷔 15년만에 스타덤에 오른 것이다.
"기분이 좋지요. 일단 포털사이트에 검색이 계속 되니까…. 많이 봐주시긴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 전에 제가 배우인지 누군지 알아봐주시는 분이 없을 때에 비하면…. 행복해요."
그녀가 맡은 화진은 조용했던 한 가정의 평화를 깨뜨린 장본인. 이제는 유부남이 된 첫사랑 선우(김성민 분)과 불륜을 저지르면서 그의 아내 영란(하희라 분)에게 당당히 "내가 진짜 사랑"임을 주장할 정도다. 기면증과 기억상실증 증세를 보이며 보는 이들을 속터지게하는가 하면, 집을 박차고 나간 본처 영란이 얄미워 그 남자친구에게까지 노골적으로 접근했다. 시청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할 무렵, "날 찾지마"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극에서 퇴장, 궁금증까지 증폭시켰다.
그간 악녀 연기를 도맡다시피 했던 최수린이지만 화진 같은 악녀는 그녀도 처음이다. 악독하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한 불륜녀. 악역 연기를 하면 대놓고 미워하는 시청자들도 최수린를 만나면 '대체 왜 그러는 거에요?' '그 속 좀 알았으면 좋겠다'고 먼저 질문을 할 정도다.
"처음에는 정말 쿨한 여자였어요. 저도 '괜찮네 이 여자' 했을 정도로요. 그런데 극의 재미와 반전을 위해서 성격이 조금 바뀌다보니 모자라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면이 보이더라고요. 기면증이나 기억상실증은 종잡을 수 없는 이 여자 캐릭터의 막힌 점을 해소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야 연기하는 입장에서 캐릭터에 맞게 소화하려고 애쓰고 있지요. 이런 악녀는 처음이거든요.(웃음)"
1994년 SBS 전문MC 1기로 데뷔한 그녀는 조영구 황수정 지석진이 데뷔 동기다. 어린 시절엔 손 들고 발표도 못 할 만큼 수줍고 내성적이어서 이런 일을 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MC로 뽑혀 리포터를 할 땐 더 고역이었다. 그녀는 "연기야말로 내가 천직"이라며 "대본을 읽고 준비해 보여주는 것이 더 적성에 맞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MC 경험 탓일까? 그녀의 목소리는 성우나 아나운서를 연상시킬 만큼 깔끔하고 발음이 정확하다. 최수린은 "성우시험을 봤는데, 떨어졌다"며 웃음을 터뜨린다.
"숫기가 없어서, 그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목소리를 좋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진행자 느낌이 난다고 해서 '내사랑 금지옥엽' 이후부터는 머리를 많이 글렀어요. 단정하게 자르면 연기자가 아니라 진행자 느낌이 난다더라고요."
많은 이들이 골드미스 인줄로만 알고있는 그녀는 사실 6살 아이의 어머니다. 친언니 유혜리는 일찌감치 탤런트로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내사랑 금지옥엽' 들어갈 땐 독하게 다이어트를 해 7kg을 감량하기도 했단다. 뒤늦게 얻은 유명세, 그러니 도중 '밥 줘'에서 하차한 것이 아쉽지는 않을까?
"처음부터 화진이는 도중에 실종이 된다는 설정이었어요. 오히려 예정보다 1달 정도 더 나온걸요.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 알려졌다는 것도 얼마나 좋아요. 대부분의 악녀는 기본적인 틀이 있잖아요. 소리지르고, 울고, 사납기도 하고. 그런데 화진이는 매일 맞고, 당하고 그래요. 쿨하진 않지만 기존 악녀와는 다르다는 점이 또 제 맘에 들어요."
최수린은 최근 종영한 '파트너'에서는 오히려 남편을 내연녀에게 뺏기는 조강지처로 분하기도 했다. 15년만에 찾아온 스타덤을 두고 최수린은 그런 다양한 변신을 꿈꾼다.
"차분한 역도, 푼수기 있는 코믹한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역할의 경중은 따지지 않지만 제가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가 궁금해요. 커다란 귀걸이와 화려한 옷을 벗은 내 모습이 초라하긴 하겠지만, 포장되지 않은 제 본연의 연기가 저도 보고 싶어요. 악녀 이미지? 굳지 않으리라 믿을래요. 늘 지금처럼 노력한다면 제 다른 모습도 봐주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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