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분 알몸 논란의 연극 '논쟁' 국내 초연

내달 13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

신희은 기자  |  2009.08.31 08:05
ⓒ출처: 극단 서울공장
남자 둘, 여자 둘. 네 명의 배우가 알몸으로 무대에 섰다. 그것도 한 시간 남짓. 관객들은 배우의 등장을 숨죽이며 지켜본다.

배우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바닥을 뒹군다. 마치 '에덴동산'에 온 듯 부둥켜안고 뛰며 무대를 누빈다. 웃음을 자아낼 만치 천연덕스러운 몸짓에 관객은 어느덧 경계를 푼다.

29일 서울 혜화동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프랑스 작가 마리보의 작품 '논쟁'이 첫 선을 보였다.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먼저 변심을 하는가'하는 다소 유치하기까지 한 논쟁을 원시상태의 인간을 통해 실험해보는 이야기다.

ⓒ출처: 극단 서울공장
극 시작과 동시에 관객은 '논쟁'을 상징하는 안무를 마주하게 된다. 컬러풀한 색채를 발하는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장치)를 하나씩 든 배우들은 옷을 입은 채로 무언가를 웅얼거리며 격렬한 움직임을 연출한다. 옷은 솔직한 자신을 감추는 것을, PMP는 현대인이 차마 떼 놓고 다니지 못하는 매체 즉 사회적 표현 수단을 의미한다.

임형택 극단 서울공장 대표 겸 '논쟁' 연출가는 "갖가지 옷과 도구로 자신을 감춘 현대인에게 옷을 벗는다는 것은 솔직함, 자유로움, 자기반성의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며 "평소 우리가 가진 몸버릇에서 자유로워지고 원시 상태의 순수한 언어를 되찾는 것이 이번 연극의 숙제였다"고 말했다.

ⓒ출처: 극단 서울공장
극의 핵심은 무균실에서 격리돼 길러진 여자 둘, 남자 둘이 처음 마주해 서로 사랑하다 배신하는 이야기다. 열렬히 서로를 숭배하던 남녀가 돌아서는 모습을 적나라하고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다소 철학적이고 본질적인 의문을 대중적으로 풀어낸 원작자 마리보의 재능을 엿볼 수 있다.

마치 '트루먼 쇼'를 연상시키는 무대연출도 볼거리다. 실험실을 연상시키는 무대 바로 옆에 음향 등 콘트롤 룸을 둬 배우를 조정하는 느낌을 살렸다. 무대 안팎을 넘나들며 연기하는 배우의 동선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무균실에서 네 주인공을 키우는 울치, 만숙 역은 철저히 몸을 가린 채 등장해 대비를 살렸다.

ⓒ출처: 극단 서울공장
갖가지 볼거리를 담고 있는 연극 '논쟁'은 그러나 전에 없는 노출이 가장 화제일 수밖에 없다. 서구에서도 배우의 장시간 노출 때문에 쉽사리 무대에 올리기 힘든 작품으로 꼽힌다.

임 대표는 "알몸연극으로 화제가 될까봐 시류를 살펴 작품을 올린 것은 아니다"며 "6~7년 전부터 준비했지만 배우들이 얼마나 순수한 몸을 용기를 갖고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 늦어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배우의 노출에 대한 호기심에 보러 오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며 "그렇게라도 와서 또 다른 고민이 녹아있는 연극이라는 걸 관객이 느끼고 돌아가는 것도 소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극 '논쟁'은 첫 막을 올린 29일부터 9월 13일까지(월요일 포함)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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