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소리가 돌아왔다. 인권영화 '날아라 펭귄'(감독 임순례)을 들고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인권영화라니, 이거 가볍게 보러 가도 되나' 조심스러운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걱정 붙들어 매시라. 인권영화라는 타이틀만 빼고 본다면 '날아라 펭귄'은 안쓰럽지만 어딘지 우스운 우리 이웃·가족들의 이야기 그 자체다. 시사회에선 초반부 한두 명이 낄낄거리면서 시작된 웃음소리가 뒤로 갈수록 커졌다.
문소리의 역할은 '날아라 펭귄'의 첫머리를 여는 극성엄마다. 집안에서는 영어로만 말하자며 하나밖에 없는 아들 영어 공부에 올인한 직장여성의 모습은 너무하다 싶다가도 너무나 익숙하다. 늘 그 작품, 그 역할에 푹 빠져드는 배우 문소리는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엄마의 모습으로 녹아났다.
문소리는 그러나 "너무 싸가지 없고, 극악스러운 사람처럼 보일까봐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이어 임순례 감독과 두번째 호흡을 맞췄지만, 엄마로서의 경험만큼은 둘 모두 전무한 터였다. "그렇게까지 하는 게 조금 이해가 안가기도 하고, 어느 수준으로 그려야 되나 고민했다"는 게 그녀의 말. 그러나 쏟아지는 반응을 보며 이제는 한숨을 돌렸다.
"내가 어떤 엄마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남들보다 빨리 뭘 입수해서 알아보고 하는 타입이 아닌데, 또 뭘 하면 엄격하게 끝까지 하는 면도 있고. 낳아 보면 알겠죠. 찍을 때는 나나 임 감독이나 애를 안 키워봤잖아요…. 찍으면서 '감독님 나 악역이에요?' 이러면서 수위를 낮추는 분위기랄까. 착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공감을 못 살까봐 긴장했어요. 그런데 영화 본 사람들이 '실제는 그거보다 더해요 더해' 그러더라구요. 감독님이랑 '아 우리가 긴장했구나' 그랬죠."
시종 유쾌한 영화처럼 현장의 분위기는 더 할 나위 없이 화기애애했다. 임순례 감독과의 두번째 만남은 더할 나위 없이 편안했고, '우생순'의 박원상도 또 남편 역할로 함께 해 문소리의 기운을 돋웠다. 문소리는 "MBC '내 인생의 황금기'를 찍는 바쁜 와중에 영화를 찍었지만, 영화를 찍으며 오히려 힘이 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문소리는 "'우생순' 때는 일부러 애정 표현도 안 하시던 감독님이 훨씬 살가워졌다"고 귀띔했다. 쩌렁쩌렁 울리는 메가폰을 입에 대고 '그런 식으로 공 던지면 이 신 뺍니다' 하던 임순례 감독이 마음껏 따뜻함과 섬세함을 보여줬단다. 진짜 가족이, 진짜 동료가 모인 것 같은 아기자기한 재미는 영화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문소리가 인권영화에 개런티도 받지 않고 출연한 데는 그런 임 감독과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문소리의 표현을 빌리면 임순례 감독은 '동물의 문제도 그 동물의 입장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다. 3년 전부터 진돗개 2마리를 키우는 문소리는 동네 개들 문제까지도 임 감독과 의논할 정도다.
"인권영화라는 게 아직 복잡하잖아요. 해결이 안 되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고요. 그런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을 만나 다행이에요. 저 조차 임 감독님에게는 영화적 동지로 믿고 존경하는 것보다 인간적인 마음이 더 큰 것 같으니."
지난 몇 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쉼없이 시간을 보냈던 문소리. 그녀는 "아직은 드라마보다 영화가 마음이 편하다"며 "이제 드라마도 곧 편해지겠죠"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려면 잠시 기다려야 한다. 문소리는 앞으로 한 1년반, 스스로에게 휴식을 줄 생각이기 때문이다.
"한 1년 반 정도만 쉬면서 이것 저것,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서도 구상해보려 한다"던 그녀는 "임신도 계획하고 있다"고 살짝 털어놨다. 그 조심스러운 표정 뒤로 결혼 전에도 아줌마로, 마누라로, 엄마로 자신만만하게 스크린을 누비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문득 미소가 머금어진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배우 문소리, 시간이 지나고 돌아온 그녀는 아마 한층 풍성한 배우가 돼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