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저돌적인 사랑을 못한다. 의외지만 '대풍'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저돌적으로 가서 '내가 너 사랑해' 이렇게 말하지 못한다. '대풍'은 사랑을 몰랐던 남자다. 어느 순간 가랑비에 옷이 젖어 오는 것처럼 사랑을 알게 됐다. 그렇기에 대풍이는 '복실'(유선 분)에게 미적거린다. 자신의 마음을 자꾸 돌려서 얘기한다. 사실 나와 비슷한 꼴이다.
안방극장에 대풍이 광풍이 휘몰아쳤다. 그 주인공은 이필모(35)다. 오는 11일 종영을 앞둔 KBS 2TV 주말극 '솔약국집 아들들'(극본 조정선, 연출 이재상)에서 이필모는 '대풍'으로 분해 남자의 사랑을 연기하며 시청자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쏙 빼놓았다.
과거 인기리에 방송된 MBC 주말극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최민수의 열풍과 습사하다. KBS '며느리전성시대'에 이은 또 한 번 홈런이다. '주말극의 장동건'이라 불릴 정도로 시청률을 몰고 다닌다.
시청률 40%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앞둔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대풍과 복실이의 아직까지 완성되지 않은 사랑은 시청자들의 초미의 관심사. 과연 대풍은 복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최근 이필모를 만났다.
대풍이가 안방극장에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청률 광풍을 몰고 다닌다. 주말극의 장동건이다. 이 모든 호평에 이필모는 손사래 쳤다. 이필모는 "하하. (장)동건이 형의 아성을 제가 감히 넘볼 수 있겠나"고 환하게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이필모는 서울예대에서 연기를 전공한 실력자. 뒤늦게 그의 존재감이 빛을 발하고 있다. 사실 이필모가 연기한 대풍 캐릭터에 대해 시청자들은 높은 관심만큼이나 이견을 보였다. 갈팡질팡하는 대풍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었다.
"연기적으로 어려웠다"고 밝힌 이필모는 대풍에 대해 무엇에도 한정되지 않는 캐릭터라고 정의했다.
"지고지순한 사랑을 표현하는 역할은 감히 얘기하지만 어렵지 않다. 사랑에 빠진 모습만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대풍은 다르다. 이것저것 다해야한다. 진지했다가도 다음 장면에선 코믹한 모습을 보여야한다. 이런 캐릭터는 힘들다. 자칫하면 '오바다'는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연기라는 게 피부에 와 닿아야하는데, 몸소 체험을 하고 연기를 해야 하는데 최대한 비슷하게 인물에 가깝게 하기위해 힘이 들었다. 대풍 캐릭터는 그동안 드라마 속에서 본 적이 없다."
이필모는 대풍의 사랑타입을 예를 들며 캐릭터를 부연했다.
"사실대풍이 여자를 좋아하는 것도 그렇다. 송대풍은 바람둥이였다가 마지막에는 한 여자(복실)를 완전 사랑하는 식으로 변한다. 자연스럽고 개연성이 있어야하는데 어려웠다. 내가 이를 표현할 때 '이전에 대풍이 아기였다면,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진실로 느끼는 순간의 과정을 진실하게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본에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주말극의 특성상 유쾌 상쾌 통쾌한 모습을 전달해야하는 건 배우의 몫이기에 국한되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대풍의 사랑, 인간 이필모의 사랑과 닮은꼴일까. 이필모는 "비슷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저돌적인 사랑을 못한다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이필모는 "대풍이 '내가 너 사랑해'이렇게 말하지 못하듯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자꾸 돌려서 말한다. 나 역시 그렇다"고 밝혔다.
사랑 법은 닮은꼴이지만 대풍과 인간 이필모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연기를 하는 동안 굳이 나를 대풍 안에 포함 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대풍을 놓고 봤을 때, 실제로 나와는 굉장히 많이 다른 사람이다. 나는 사실 말수도 별로 없고, 언성을 높이는 적도 없고, 유쾌하지도 않다. 아무튼 거의 틀리다."
이필모, '며느리 전성시대'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면 '솔약국집 아들들'을 통해 그 입지를 탄탄하게 했다. 여성시청자는 물론이거니와 남성시청자까지 어우르며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CF업계에서 억대모델로 등극했고, 이나영과 연기호흡을 맞춘 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뮤지컬 대작 '남한산성'에도 주인공으로 발탁돼 오는 14일 첫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 정도의 시너지효과라면 10점 만점에 10점일 텐데. '솔약국집 아들들'에 대한 이필모의 만족도가 궁금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같다"고 이필모는 주저 없이 말했다.
이필모는 "다른 드라마도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많은 연기자들. (손)현주 형, 지금은 엄청 친하다. 사실 예전에는 (손)현주 형을 몰랐을 때 굉장히 닮고 싶었다. 이 작품을 통해 형과 동일한 라인에서 연기를 하면서 많이 알게 됐고, 또 배웠다. 작가님, PD님 등 좋은 사람들을 많이 얻었다."
"지난 7개월 동안 이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매일 온몸에 세포가 떨릴 정도로 매진했다. 이제 그 하루하루 순간순간들이 끝나는 시점이 왔다. 다들 열심히 했다."
이필모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일까. 그가 생각하는 연기는 그림자다.
"내가 생각하는 연기란‥. 사람이 지나가면 그림자가 생긴다. 평면적으로만 보이지만 본인의 모습이 똑같이 투영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연기는 그런 그림자처럼 형체에 딱 붙어 있어야한다. 더불어 연기는 살 냄새가 나야한다. 배우, 본인을 속이지 않는, 본인이 그리 느끼지 않았는데 굳이 말로 표현하면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보시면어불성설일 것이다."
남자의 눈물을 쏙 빼놓은 대풍, 이필모가 조언하는 노총각을 위한 대풍 식 조언이 궁금했다.
"진정성을 가지고 승부를 해라. 돈이 얼마 있건 직업이 어떤 것이든 , 진정성을 갖고 승부한다면 갔다 마음도 돌아온다. 과정은 힘들겠지만 남자니까. 강하게 밀어 붙여라. 언젠가는 알아주지 않을까. 그리고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실제 혼기가 찬 나이에 들어선 이필모는 외로운 가을을 맞는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것도 문제다. 내 나이가 아직은 이런 말하면 안될 나이인데, 아직까지 생각이 없다.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다. 내 나이는 좀 계획이 서 있어야 하는 건데 말이다. 부모님과 셋이 오래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은 그렇다. 뭔가 내가 나와서 내 가정을 꾸리고 누군가를 책임지고 살아야겠다는 건 모르겠다. 생각이 잘 안 떠오른다. 언젠가는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풍으로 살았던 7개월의 소감을 물었다. 이필모는 "행복했던 7개월 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모든 순간이 아름답게 생각되고, 그것에 대해 내 몸이 힘들고 매순간마다 안 좋고 괴로웠던 순간들조차도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는다. 이 작품으로 인해 나를 포함해서 '솔약국집 아들들'이 누군가에게 정서적으로나마 행복하고 기쁜 순간이 있었다면 의미가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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