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韓日전? 역시 '무도'가 하면 달랐다

김현록 기자  |  2010.01.24 11:08

역시 '무한도전'이었다.

지난 23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은 WBA 세계 챔피언 최현미 선수를 응원하며 최 선수의 2차 타이틀 방어전을 준비하는 과정을 내보냈다. 목숨을 걸고 탈북한 뒤 권투로 꿈을 이룬 최현미 선수의 상대 선수는 일본인 쓰바사. 애국심과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한일전이 될까 싶었던 '무한도전'의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전혀 다른 곳에 초점을 맞췄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 맞붙을 두 소녀의 꿈과 노력이었다.

'무한도전'이 직접 만난 최현미 선수는 귀엽고 밝은 19살 소녀였다. 그러나 최현미 선수의 훈련 과정을 지켜보던 멤버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탈진 직전까지 자신을 몰고 가는 최 선수의 훈련은 혹독했다. 예능의 호흡을 잊은 듯, 멤버들 모두가 말을 잊었다. 몇 분이었을까. 최 선수의 거친 숨소리와 기합만이 브라운관을 메웠다.

정준하와 정형돈이 상대선수인 일본 쓰바사 선수를 만나러 일본을 갔을 땐 또 다른 반전이 등장했다. 거대 스폰서를 등에 업고 여유롭게 훈련 중이었을 것으로 생각했던 쓰바사 선수는 좁은 체육관에서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한 번도 자신의 경기를 보러 오지 못하고 숨을 거둔 아버지의 사연, 아르바이트보다도 못한 벌이를 하면서도 자신이 링에 오르고 있는 이유를 털어놓는 그녀 앞에서 내 편과 남의 편의 구별은 모호해졌다.

소녀는 둘, 챔피언 벨트는 하나. 이 날의 '무한도전'은 웃음보다 값진 진정성, 승패보다 중요한 두 사람의 진심을 담는 데 주력했다. 늘 결과에 따라 양쪽의 희비가 갈리는 한일전이지만 '무한도전'의 복싱 한일전은 전혀 다른 의미를 띠게 됐다. 이렇게 두 사람의 경기는 한국과 일본의 선수가 벌이는 경쟁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 소녀 대 소녀, 꿈과 꿈이 맞붙는 대결이 됐다.

시청자들은 복싱이란 만만찮은 주제를 따뜻하고도 세련되게 풀어낸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역시 무한도전"이라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최현미 선수와 쓰바사 선수의 경기는 이미 지난해 11월 열렸다. 승부의 결과는 이미 정해졌지만, 시청자들은 진심으로 최현미 선수와 쓰바사 선수 모두의 선전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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