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뭔가 있을 줄 알았다. '부주' 이형철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고, 팀원들의 위기의식과 단결력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인간미까지 있는 듯 했다. 그러나 9일 제18화까지 방송된 지금, 그들은 다름아닌 '찌질이들'이었다. MBC 월화드라마 '파스타' 국내파들 얘기다.
'파스타'는 요리드라마답게 이탈리아 레스토랑 라스페라의 주방장을 주 무대로 삼았다. 일단은 '맛의 달인'이나 '미스터 초밥왕' '식객' 같은 요리사들의 대결구도가 신이 났었다. '쉐프' 최연욱(이선균)을 필두로 한 이탈리아파 vs '부주' 금석호를 위시한 국내파. 어쨌든 대결구도라는 게 스포츠 만화나 무협만의 전매특허는 아니니까.
여기에 주방보조에서 어엿한 요리사가 된 서유경(공효진)의 성장기, 어느새 벌어진 쉐프와 서유경의 주방내 연애질, 키다리아저씨 김산 사장(알렉스)의 편안한 존재감, 새 주방보조 정은수(최재환)의 방황과 코믹 연기, '또다른 쉐프' 오세영의 가세와 음모, 참회도 흥미로웠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파스타'는 오래된 봉골레 파스타처럼 변질됐다. 그토록 괜찮아 보이던 '버럭남' '나쁜남자' 이선균이 '붕어' 공효진과 사랑에 빠지더니 온갖 매력을 다 잃어버린 게 첫째다. 이선균은 이제 애인 말 잘 듣고, 잘 삐치고, 잘 토라지는 귀여운 남자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호통과 눈알 부라리기는 계속 되니 이해불가. 어쨌든 이는 최현욱에게서 강마에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잘못이라 치자.
문제는 국내파들(이형철 정호남 민승재 한상식)마저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거다. 유학파 셰프 둔 탓에, 그 셰프의 안하무인 성질머리 때문에 일순간 분노의 3종 세트 정도는 폭발시킬 줄 알았던 '부주' 이형철의 캐릭터는 한마디로 전혀 살아있지가 않다. '온에어'에서 그렇게나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 이형철 아니었나.
팀원들도 마찬가지다. 설사 최현욱이, 그들이 그렇게나 밤새 준비했던 요리경연대회의 매니저 쉐프로 나선다고 해도 어디 쉽게, 그렇게 해맑은 표정으로 "예, 쉐프"라고 어린애 마냥 좋아할 수 있나. 한때 최현욱 밑에서 못살겠다고 단체로 다른 레스토랑으로 이직을 하려했던 그들 아닌가. 이건 국내파들의 한결 같은 캐릭터를 믿었던 시청자들에 대한 배신이다.
국내파의 변절 혹은 백기 투항. 이는 '파스타'를 떠받쳤던 한 축의 서글픈 몰락 아닐까. 아니면 처음부터 한 축이 아니었거나, 그것도 아니면 한 축이라 믿었던 시청자들이 너무 선량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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