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D-5 '지붕킥', "황정음 캐스팅은 도박"①

김현록 기자  |  2010.03.15 17:01

MBC 일일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이 오는 19일 종영을 앞뒀다. 앞으로 단 5회면 지난 반년동안 시청자들을 웃고 울린 '지붕킥'도 안녕이다. 어른스런 세경이, 어른이 되어가는 정음이, 타인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지훈 선생, 사랑을 알아가는 준혁 학생은 물론이고, 늘 안쓰러운 가장 정보석, 열병같은 사랑에 빠진 순재옹, 악동 해리와 막내같은 신애와도 작별을 고해야 한다.

'지붕킥'의 결말이 톱스타 열애설과 동급이 돼 증권가 찌라시에까지 나도는 이때, 머니투데이 스타뉴스가 이영철 작가를 만나 '지붕킥'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붕킥'은 물론 '거침없이 하이킥' 시절에도 김병욱 PD와 호흡을 맞춰 온 이 작가는 이른바 '새우등'이란 필명으로 오프닝 크레디트에 등장하는 주인공. '지붕킥'의 결말에 대해서는 한사코 언급을 거부하던 그는 캐스팅과 제작 과정의 뒷이야기에 대해 몇 마디를 털어놨다.

-이같은 뜨거운 반응은 예상했나?

▶어느 정도 자신감은 있었다. 그러나 그건 저희끼리의 자신감이고 공개가 됐을 때의 결과는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이 정도의 반응은 전혀 예상 못했다. 목표는 굉장히 낮았다. 제발 두자릿수 시청률만 유지했으면 싶은…. 사실 '빵꾸똥꾸' 해리나, 세경이-신애의 비애가 좀 이슈가 되지 않을까 하는 노림수가 있기는 했다. 운이 좋았다.

-팍팍한 시대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처음에는 1970년대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리저리 설정을 만지다보니 그때의 팍팍함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겠다. 저희가 이야기하려는 것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걸 에둘러 피해가지 않은 것뿐이다. 20분정도 되는 짧은 방송 분량에서 웃고 울고 가볍게 끝나는데 그치지 않고 공감과 위로로 이어지면 더 좋겠다 했을 뿐이다. 거창한 건 없었다. 정치색도 없었다. 현상에 대해 부조리한 걸 끌어내려 한 것 뿐이지, 뭐가 낫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현상의 부조리함에 대한 관찰일 뿐, 그걸 정치색을 갖고 신랄하게 비판하자는 건 아니다. 다만 '세상이 웃기지 않니?' 이런 느낌이다.

-생활밀착형 에피소드는 어떻게 나오나.

▶난상토론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코미디를 하더라도 현실에서 발붙이고 있었으면 하는데 그게 굉장히 어렵다. 조금만 더 가면 콩트가 돼버린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하나 꼽자면?

▶사랑 에피소드가 좋았던 것 같다. '황정남'도 좋았고, 정음의 치어리딩도 좋았고. 그런데 그런 게 120개가 넘어가다보니까, 사실 보면서 부끄러울 때도 있다. 어떻게 보면 연애편지를 공개하는 것 같다. 딱 이거다 말씀은 못드리지만 '이건 아닌데' 하는 것도 있고. 다만 좋은 연기자들을 만나서, 너무 잘해주시니 기대 이상인 것 같다.

-캐스팅 비화가 있다면?

▶캐스팅이 힘들었다. 쏙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 기획단계부터 마음에 뒀던 신애를 제외하고는 쉽게 된 캐스팅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다들 보란 듯이 잘 해준다. '니들이 우리를 갖고 재고 그랬어?' 이런 느낌이다.

한창 볼 때는 오디션을 하루 100명 넘게 봤으니까. 저는 작가라 애들을 잘 몰라서 김병욱 감독님이 대부분 보셨다. 제일 드라마틱한 사람이 정음씨인데, 갑자기 감독님한테 ''우결'에 황정음이 괜찮더라'고 전화를 받았다. 알아보자 했는데 그 전에는 시대극도 나오고 해서 우리랑 맞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 친구를 믿었다. 말 그대로 도박같은 거였다. 첫 만남에서도 정음이는 포스가 오더라. 자리잡기까지도 많이 망가지면서 '살신성인' 했다. 떡실신하고 주정하는데도 사랑스럽다. 뭘 해놔도 예쁘다.

-다른 사람들은?

▶윤시윤도 논란의 캐스팅이었다. 당시에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후보였는데, 오디션 때 대본을 저희를 향해 막 집어던지면서 열정적으로 했다. 그때 강한 느낌을 받았다. 방송 이후에도 해가면서 자기 몫을 잡아가더라.

세경씨는 이야기를 할 때 이와이 슌지의 '4월 이야기'에 나오는 마츠 다카코 같은 이미지가 나올 것 같더라. 세경씨니까 가능한 거다. 사랑니 뽑으며 눈물 흘리는 에피소드는 신세경이 아니면 그렇게 나왔을까 싶다.

-한 회에 늘 2개의 에피소드가 교차하는데.

▶20분짜리 이야기를 늘리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둘을 넣으려면 버거울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하나만 넣자니 애매한 시간인 거다. 이제는 저희 팀이 훈련이 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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