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아니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가사도우미'는 그 존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미미했던 게 보통이다. 말없이 주방에서 밥과 설거지를 하고, 커피를 타 집주인에게 주고. 그랬기에 작품 속 가사 도우미 역할은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단역 연기자들이 맡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드라마와 영화 속 가사도우미에 대한 고정관념은 요즘 들어, 특히 올 상반기에 어김없이 깨졌다. 청순가련하고, 팜므파탈적이고, 여기에 집 주인에게도 할 말은 꼬박꼬박하는 아니, 그 단계를 넘어 '개화'까지 시키려는 가사도우미들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가히 '식모계의 원더걸스'라 할 만큼, 다양하고도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드라마와 영화 속 다섯 가사도우미 캐릭터에 대해 살펴봤다.
▶청순가련 '지붕킥' 세경(신세경)
기존 작품 속 가사도우미에 대한 고정관념 확실히 깬 대표적 인물이다. 스무 살 초반의 어린 나이는 물론 너무도 예쁜 얼굴을 지녔다. 몸매 또한 매력적이다. 배우를 한다 해도 될 만한 가사도우미다.
성격도 보통 때는 괜찮다. 조금은 어둡지만 이해심이 많고 사랑에도 지고지순하다. 하지만 한 가지에 꽂히면 끝을 보는, 만만치 않은 승부욕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젠 청순가련형 가사도우미의 시초 격이 된 MBC 일일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세경. 세경은 지난 3월 중순 마지막 방송에서 극적 죽음까지 맞이해 시청자들의 뇌리에 더욱 강렬하게 기억되고 있다.
▶능청 9단 '수삼' 계솔이(이보희)
시청률 40%를 자랑하는 주말극의 최강자 KBS 2TV '수상한 삼형제'에도 개성파 가사도우미는 등장한다. 지금은 주인집을 나와 반지하 단칸방에서 딸 및 사위와 함께 살지만 얼마 전까지는 잘 사는 집에서 가사도우미를 했다.
천성이 남자를 좋아하고 애교가 많다. 성격 때문에 남자에게는 정성을 다한다. 하지만 남의 시선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집 주인(노주현 분)과 로맨스를 엮어갈 때 이를 싫어하는 딸 어영(오지은 분)에게 능청스럽게 자기 할 말은 모두 한다. 또 이름과 비슷하게, 언쟁의 주제와는 전혀 다른 말을 내뱉을 때도 많다. 그래서 겉으로는 지는 것 같지만 어영과의 말싸움에서는 늘 승자다.
백색의 짙은 화장과 빨간 립스틱도 계솔이만의 매력이다.
▶팜므파탈 '하녀' 은이(전도연)
오는 5월 13일 개봉할 영화 '하녀'에는 팜므파탈 형의 가사도우미가 나온다. 은이(전도연)가 그 주인공이다.
은이는 상류층 가정에 가사도우미로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순수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너무 순수했기 때문일까. 주인집 남자(이정재 분)를 가지려하는 욕망과 신분 상승에 대한 마음이 겹쳐, 주인집 남자와 육체적인 관계도 서슴지 않는다. 이에 관객들은 올 봄 요부형 가사도우미도 만나 볼 수 있게 됐다.
'칸의 여왕' 전도연은 최근 '하녀' 속 은이에 대해 "순수하기 때문에 본능과 욕망 앞에서 솔직한 역을 맡았다"라며 "일인다역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라고 밝혔다.
▶당당씩씩 '살맛' 점순(임예진)
점순은 MBC 일일드라마 '살맛납니다'에서 냉정하기 그지없는 집주인(임채무) 밑에 있지만 눈치가 없다. 그래서 언제나 당당하고 씩씩하며 자기 할 말도 다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한 집에 살던 집주인의 처남과 결혼까지 한다. 이때도 그녀만의 당당한 매력이 한껏 발산됐다.
할 말은 꼭 하고 마는 점순의 성격은, 가히 집주인의 독재 치하 속에 산다할 수 있는 이 가정의 화합에 일조를 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점순이란 이름 역시 그녀의 친근한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참견쟁이 '오마레' 개화(채림)
SBS 월화 미니시리즈 '오 마이 레이디'에도 개성파 가사도우미는 등장한다. 바로 개화(채림 분)다.
개화는 바람난 남편에 이혼 당하고, 하나 밖에 없는 딸을 위해 가사도우미도 한다. 그런데 가사도우미를 하러 간 곳이, 마침 까칠한 성격의 톱스타(최시원 분)의 집이다.
원래 수다스럽고 참견 많은 성격이라 집주인이 아무리 톱스타더라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심지어는, 이름처럼 톱스타의 여러 부분을 '개화'시키려까지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착하고 사랑 많은 성격이기에, 악의는 없다. 그래서 결국은 톱스타의 매니저까지 한다.
낮에는 뮤지컬 공연 기획사도 다니는 멀티잡 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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