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각본상 '시', 영진위 심사서 '0점'

일부 심사위원 '소설형식' 문제삼아..."명작 몰라봐" 논란

한은지 인턴기자  |  2010.05.24 11:34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가 제63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둔 가운데,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가 개최한 마스터영화 제작지원작 심사에서는 탈락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영화전문잡지 '씨네21'은 지난 1월 "이창동 감독의 '시'는 마스터영화 제작지원작 선정 당시 심사위원들의 평점 평균이 70점을 넘기지 못해서 과락됐다"며 "알고 보니 한 심사위원이 '시'의 시나리오에 0점을 줬다"고 전했다. 해당 심사위원은 "'시'의 시나리오가 각본의 포맷이 아니라 소설 같은 형식이어서"란 이유를 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제작지원자 심사에서 '시'가 탈락하자 일부 영화인들은 "영화계 좌파 척결 아닌가"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영진위를 비판한 바 있다. 이창동 감독이 참여정부 시절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것에 대한 보복성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23일(현지시간) '시'의 각본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영진위 심사 때는 0점을 받더니 칸에서는 각본상을 수상하고 아이러니하다" "영진위가 칸 영화제 현장에 나타나 한국 영화를 지원하겠다고 하던데 실소를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색깔론이었네" 등 글을 남기며 비판했다.

영진위가 주최했던 마스터영화 제작지원 사업이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국제적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해외 진출 도모'와 '작품성, 예술성 등에서 평가를 받고 있는 감독을 지원함으로써 예술영화 제작 활성화 도모' 등을 목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명작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한편 2007년 '밀양'에 이어 '시'로 칸 영화제를 찾은 이창동 감독은 소설가 출신으로
1983년 소설 '전리'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그는 1987년 소설 '운명에 관하여'로 이상 문학상 추천우수상, 1992년 '녹천에는 똥이 많다'로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3년 박광수 감독의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시나리오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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