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왕년의 월드컵 스타들(공격수편)①

김성지 기자  |  2010.06.22 14:44
한국은 현재 월드컵 조별 예선 두 경기에서 1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에 크게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2002년 월드컵 전만 하더라도 1승 자체가 목표일 때가 있었다. 무승부만 기록해도 선전했다고 칭찬하던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한국 축구가 세계축구의 변방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해서 좋은 선수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축구팬이라면 시대를 불문하고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 국가대표 팀을 구성해보는 상상을 해 봤을 것이다. 물론 단순 비교는 불가능 하지만 추억의 스타들은 월드컵과 함께 또다시 팬들을 찾아왔다.

◇오른쪽에 서정원, 왼쪽에 고정운이 있었다면
↑서정원은 당시 '스피드' 하나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했다.
아직도 서정원(41)과 고정운(45)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단순히 현재 대표 팀 선수들에 대한 불만으로 떠오른 대안이 아니다. 이 두 선수는 당대 내놓으라하는 윙어로 활약했으며 검증된 스타였다. 해외 진출 과정이 복잡하고 한국축구에 대한 선입견이 많은 시절이었음에도 이들에 대한 해외 명문클럽의 입단 제의는 끊이지 않았다.

대표 팀의 부동의 오른쪽 공격수 서정원은 스피드와 테크닉에서 유럽 선수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였다. 30m단거리에서의 폭발적 스피드는 지금 봐도 보는 이의 입을 벌어지게 한다. 그만큼 상대 수비수들을 상당히 애 먹이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한국팀의 성적이 좋지 않았고 국내 선수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던 시기가 아니었기에 능력은 다소 과소평가된 감이 없지 않다. 1997년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로 이적하기 전에는 FC바로셀로나와 레버쿠젠의 입단제의를 받은 경험도 있다. 두 구단은 당시에도 세계 최고 명문 클럽들이었다.

서정원은 특히 자기관리에 뛰어나서 서른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맹활약하며 2부 리그에서 올라온 SV 리트를 1부리그 4위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서정원을 뽑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적토마' 고정운은 대표팀의 공격을 만들어낸 큰 버팀목이었다.

고정운은 스킬 면에서는 서정원보다 다소 거칠었지만 한국의 80~90년대를 대표하는 왼쪽 윙이었다. '적토마'라는 별명답게 지치지 않는 체력과 저돌적인 돌파로 대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K리그 최초로 40-40클럽(40골, 40도움)에 가입했을 만큼 공격력은 뛰어났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플레이 메이커 형 미드필더의 개념이 희소하던 시절이라 공격에 있어서 윙의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윙은 혼자 공격 기회를 만들어내야 하는 외로운 포지션이었다. 그 상황에서 고정운은 기술의 부재를 투지와 몸싸움으로 극복해 나간 선수였다.

기술적으로는 큰 진보를 이뤘지만 현재 많이 실종된 '투지'라는 측면에선 팬들이 그리워할 만한 선수임에 분명하다.

◇천재 미드필더 윤정환과 영원한 히어로 김주성
↑'비운의 천재'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플레이 메이커 윤정환.
윤정환(38)에게 항상 따라다니던 수식어는 '천재'였다. 그만큼 윤정환의 스타일은 창조적이었으며 뛰어났다. 한국에는 전무했던 '플레이 메이커'라는 개념이 생긴 것도 윤정환의 등장과 그 맥을 같이한다. 일본의 나카다 히데토시의 등장과도 비견된다.

하지만 플레이 메이커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수비형 미드필더의 존재가 필수다. 당시에는 윤정환을 받쳐 줄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었다. 약점이던 체력도 윤정환의 발목을 잡았다. 대표 팀에서 뛰지 못하는 횟수가 늘기 시작하면서 자연히 윤정환의 이름은 잊혀져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도 윤정환 만큼 창의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선수가 없다고 말한다. 아직도 많은 팬들은 그의 패싱 능력과 넓은 시야, 공수 조율 능력을 그리워하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일명 '미들라이커'로 불리며 현대 축구의 핵심 포지션으로 떠올랐다.

↑'삼손' 김주성의 공간 침투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대한민국 또 하나의 축구 아이콘인 김주성(45)도 공격 자원을 말할 때 빼놓기 힘든 이름이다. 김주성은 공간 침투능력이 가장 뛰어났던, 엄밀히 말하면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꼽을 수 있다. 국내리그에서는 이미 적수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며 유일하게 AFC(아시아축구연맹)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상을 3번 연속 수상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기로 선수 생활 내내 아시아 정상급 선수로 군림했고, 오른발잡이이면서도 왼발 슈팅을 많이 사용을 정도로 자유자재로 양발을 사용했다. 축구선수로서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유리한 것인지는 아르헨티나 전 경기만 봐도 분명해진다.

현재 우리 대표 팀의 많은 골이 박지성이나 이청용 등 미드필더나 윙 포워드 선수들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공간창출 능력을 겸비한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존재가 그리운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제대로 된 쉐도우 스트라이커 한 명의 존재는 박주영 등 포워드의 공격력을 배가 시키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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