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월드컵, 떳떳하게 이경규가 갔으면…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2010.06.30 07:04

5월이 ‘가정의 달’이라면? 6월은 ‘□ 달’이다? 뭘까?

그래, 아직까지는 뭔가 확실한 게 없는 것 같지만, 이제부터는 ‘월드컵의 달’이라고 했으면 좋겠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2010년 월드컵을 보면서 그랬다.

6월 한 달이 참 행복했다.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그들이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었지만, 가족 못지않은 끈끈한 조국애가 이를 앞섰다. 그들이 웃으면 함께 웃었고, 그들이 울면 함께 울었으니까. 비록 8강 진출엔 좌절했지만, 그 결과를 뛰어넘는 그들의 투혼을 봤고, 능력을 봤기에 행복했다. 참 잘했다. 멋지다. 온 힘을 다해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들 못지않게 잘한 사람들이 또 있다. 바로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다. 중계권도 없는 그들이 ‘월드컵에 간다’라고 했을 때, 방송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퍼뜩’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경기 중계 모습을 제대로 못 찍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 구성으로 만들 것인가? 둘째, ‘하지만’ 그 동안의 남자의 자격이라면 ‘분명히’ 잘 만들 것이다란 믿음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로 잘 만들었다.

월드컵 현장을 담는 프로그램에서 경기 장면이 쏙 빠진다는 건 ‘팥 빠진 찐빵’처럼 맛이 밍숭맹숭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들이겐 아니었다.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남자의 자격, 멤버들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생생했다. 왜? 그들의 열정이 보였으니까. 그들이 목청 터져라 응원하는 모습에서, 환희를 발산하는 모습에서, 졌을 때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경기를 뛰었던 선수들의 모습을 보지 않아도 모두 느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랬던 이유, 멤버들의 새로운 모습들의 ‘발견’ 때문이다. 평소 방송에서 비춰지는 모습이 늘 까칠하고 욱하고, 힘든 일엔 꾀도 잘 부렸던 맏형님, 이경규. 이번엔 달랐다. 응원하는 모습은 젊은 후배들 못지않게 열심이었다. 그 때문에 가끔씩 혈압이 오르기도 했으니까.

할머니, 김태원과 늘 골골대는 비실 약골, 이윤석 역시 그랬다. 그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경기 현장에 임하는지 혹시나 쓰러질까봐 불안했다. 김성민은 또 어땠나? 늘 엄한 소리하고, 엉뚱하고, 산만해서 진지함이라곤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봉창씨였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 만큼은 진지했다. 이겨도 눈물, 져도 눈물, ‘툭하면’ 울었다. 또 이정진은 어땠나? 말이 너무 없어서, 평소 점잖아서 오죽하면 비주얼 덩어리, 비덩이라고 했을까. 그랬던 비덩이 이번만큼은 감정 표현이 확실했다.

특히 이 중심엔 이경규가 있었다. 그 동안 MBC의 ‘이경규가 간다’로 월드컵 현장에 떳떳이(?)(경기 장면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으니까) 참석했던 그가 이번엔 어찌 보면 초라하게 갔다. 제대로 된 카메라도 없이, 제대로 된 환영도 못 받고 말이다. 하지만, 노련한 그가 ‘남자의 자격’ 그 중심에 있었다. 해설위원이며 후배들, 붉은 악마 응원단 등 함께 간 멤버들에게 툭툭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로 그들이 살아날 수 있었으며 타 방송사긴 하지만 ‘이경규가 간다’란 코너의 오랜 경험 덕분에 ‘어딘가로 갔을 때’ 그의 존재만으로 ‘아, 진짜 갔구나. 저곳은 저런 모습이구나’ 하는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었으니까.

6월26일 토요일 밤 11시, 대한민국의 8강 진출은 좌절되었지만, 6월27일 저녁 ‘남자의 자격’과 그 중심에 ‘이경규’가 있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그 열정을, 그 감격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작은 바람이라면 다음 번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에는 이경규가 떳.떳.하게 ‘이경규가 간다’를 했으면 좋겠는데... 글쎄, 그렇게 될 수 있으려나?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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