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희 "연예계에 빚쟁이만 8명" ②

김겨울 기자  |  2010.07.12 13:36
정선희ⓒ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그와의 인터뷰의 반은 그가 고마워하는 사람들과 미안해하는 사람들, 그리고 걱정하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오지랖이 넓다는 기자의 말에, "내가 연예계 쪽에 빚쟁이가 8명이다. 그 사람들한테 마음의 빚을 다 갚기 전에는 나는 세상을 떠날 수 없다"고 의지를 밝혔다.

아무리 그래도 가족만큼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이 또 있을까. 가족에 대한 질문에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도 말을 멈췄다.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괜찮다'는 말도 '힘들다'는 말도, 또 내 걱정도 안 하기에 정말 괜찮은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어머니가 쓰러지고, 아버지까지 두 달 전에 위암으로 수술을 받게 되니, 얼마나 속이 썩어 문드러졌는지를 알게 됐다. 마음이 찢어졌다."

특히 아버지가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그에게 했던 한 마디가 잊혀 지지 않는다고 그는 털어놨다.

"아버지가 그러더라. '정말 억울하고, 한 맺힌 게 많은데, 정말 싸우고 싶은데, 네가 힘들까봐. 너도 힘든데, 나까지 하면 안될 것 같아서 못하겠다'고 말이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미 하늘 저 편을 넘어버렸다."

정선희ⓒ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세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정선희는 첫째 오빠와 막내 남동생 사이에서 딸로 태어나 귀여움을 받았다. "학교에서 공부를 특출 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닌, 그냥 활발한 수다쟁이 아이였다. 예쁜 아이들의 향단이 노릇만 하는 아이였지만, 집에서는 소중한 딸, 여동생, 누나였다."

그랬던 그가 2007년 갑작스럽게 결혼을 한다며 애인을 데려오겠다니, 36살 노처녀를 둔 가족들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당시 프로그램을 8개에서 9개나 하며, 여자 MC계를 평정하던 그를 딸로 둔 부모라면, 사윗감도 고르고 고를 만도 하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네가 사랑하고 믿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이라는 말로 허락했다.

정선희는 "(안)재환이를 처음 만나고 부모님들은 너무 좋아하셨다. 노처녀 딸 시집가는 것도 좋고, 재환이 성격도 싹싹하고, 우리 가족들이 다 좋아했다. 어머니는 '아들 하나 더 생겼다'며 이곳저곳을 돌며 옷이며 먹을 것이며 사서 챙겨주곤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였다. 결혼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시체로 발견된 남편으로 인해 정선희는 졸지에 과부가 됐다. 청천벽력 날벼락이었다. 그때부터 정선희와 그의 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에 대한 주변의 동정을 채 받기도 전에, 싸늘한 시선으로 오해에 둘러싸이게 됐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가슴을 치고 있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오히려 나를 의심하고 급기야 주동자로 몰더라. 처음에는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말이 커지고 커지더니, 나중에는 감히 말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느 날은 집에 들어갔는데, 항상 자신에게 밝기만 했던 어머니가 땅을 치며 가슴을 부여잡고 통곡을 하고 있었다. 그날따라 개들도 짖지 않아, 정선희가 온 것을 몰랐던 어머니는 방을 구르며 온 몸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그 장면은 아마 내 기억 속에서 잊혀지기 힘들 것 같다. 아직도 가족을 생각하면 어떻게 이 일을 매듭지어야 할지, 까마득하다. 작년 12월에 어머니가 2차 허리 디스크로 또 병원에 실려 갔을 때 '딱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너무 힘든데 부모님까지 편찮으신 것이 정말 힘들더라."

오죽하면 부모님은 정선희에게 연예계 은퇴를 하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사실 정선희는 프로그램을 8개에서 9개나 했지만, 그건 최근 일이었다.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가족의 빚을 갚은 게 31살, 그리고 33살에 처음으로 중계동에 집을 장만했다. 그리고 '이제 살 만하다'라고 숨을 돌릴 때, 남편이 죽은 것이다.

"아버지께서 그러시더라. '네가 가족들을 위해 그동안 고생했으니, 우리가 너를 먹여 살리마. 네가 정 힘들고 괴로우면 방송 일 하지 말자."(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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