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했던 故앙드레김-故이주일 인연 몇가지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2010.08.13 10:02

2010년 8월12일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폐렴악화로 별세했다.

8년 전인 2002년 8월27일 코미디언 이주일이 폐암으로 별세했다.

2000년대 들어 황망히 저 세상으로 가신 대한민국 1세대 아티스트 두 사람이다. 고 이주일 선생님은 생전 분당 자택에 자주 놀러간 기자에게 앙드레 김과 관련해 여러 말씀을 해주셨다. 세상에 별로 안 알려진 내용인 것 같아 총총히 적어본다(이 중 일부는 2002년 한국일보에서 발행된 이주일 회고록 '인생은 코미디가 아닙니다'에 수록됐음을 밝힙니다).

고 이주일과 앙드레 김의 인연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랜 무명시절과 전국 유랑극단 생활 끝에 이주일이 TV를 통해 유명해진 후, 고인에게 처음으로 의상협찬을 해준 사람이 바로 앙드레 김이었던 것이다.

"그 해 가을 앙드레 김이 방송사로 직접 찾아왔다. 어깨선이 풍부한 속칭 '우주복'을 네 벌이나 선물해주셨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하나씩 입으라고 네 벌이었다. 치수를 잰 적도 없는데 귀신같이 옷이 맞았다."

사실 앙드레 김의 의상 선물은 당신의 가장 큰 기쁨이기도 했다.

"그가 내게 자주 들려준 말이 있다. '유명해진 스타에게 내 옷을 선물하는 것을 30년 넘게 해왔다. 그들이 내 옷을 입을 때 나는 가장 기쁘다. 그 이상의 이유는 없다.'"

이후에도 두 사람의 인연은 계속됐고, 앙드레 김은 1983년 이주일이 조용필과 함께 프랑스 문화부 초청으로 파리로 떠나기 전 축하파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그날 파티에는 주한 프랑스문화원장, 주한 미국총영사 등 앙드레 김의 폭넓은 외교인맥을 그대로 보여주는 쟁쟁한 내빈이 다수 참석했다.

고 이주일 선생님은 앙드레 김의 인격과 프로근성, 애국심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시곤 했다.

"그는 젊은이 못지않은 프로였다. 80년대 말 내가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사회를 본 적이 있는데, 앙드레 김이 프로그램 막판 20분 동안 패션쇼를 여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공연이 지연되는 바람에 패션쇼를 10분밖에 할 수 없게 됐다.

그러자 앙드레 김은 자신보다 훨씬 나이 어린 연출가와 스태프에게 통사정을 했다. '10분만 해서는 내 작품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생방송은 다음 프로그램을 10분 늦게 시작하는 편법을 통해 연장됐다. 무대 뒤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의 옷은 완전히 땀범벅이 돼 있었다."

고인이 코미디 소재로 희화화되는 것에도 대해서도 고 이주일 선생님은 몹시 못마땅해 하셨다.

"그의 인격이나 프로근성, 애국심의 100분의 1도 못 쫓아가는 놈들이 그 양반을 놀릴 때면 한 대 쥐어박아주고 싶다. 99년 옷로비 청문회 때 그의 본명이 알려지자 일부 몰지각한 코미디언들이 그의 말투와 본명을 갖고 말장난을 했는데, 기가 막혔다. 나이 일흔이 돼 오는 그를 더 이상 코미디 소재로 삼지 말아달라고 후배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2002년 8월29일 일산 암센터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고 이주일 선생님의 영결식. 이제는 저 세상에서 편히 쉬고 계실 고 배삼룡 선생님을 비롯해 지방 무대를 500번 이상 동행했던 가수 하춘화씨, 후배 이덕화 이용식 등이 오열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앙드레 김도 참석, 먼저 간 고인을 숨죽여 애도했음은 물론이다.

삼가 두 분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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