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옥희'·'줄리엣'…가을극장 로맨스 기지개

임창수 기자  |  2010.09.20 09:40
ⓒ왼쪽 위에서부터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포스터, '옥희의 영화의 포스터, 공유(위쪽)와 임수정, '레터스 투 줄리엣'의 포스터

어느 덧 늦더위도 한 풀 꺾였다. 여름 내내 핏빛 잔혹물만 가득했던 극장가도 그간 자취를 감췄던 로맨스 물을 내놓으며 가을 준비에 한창이다. 서늘해진 날씨만큼이나 헛헛해진 마음을 달래줄 멜로 영화들. 깊은 잠을 깨고 기지개를 켜는 로맨스 영화들을 만나보자.

◆연애 대행업자의 삼각관계 스토리…'시라노; 연애조작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추석 극장가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는 '시라노; 연애조작단'(이하 '시라노')이다. '광식이 동생 광태'와 '스카우트'의 김현석 감독은 정체를 감춘 채 연애를 대행하는 병훈(엄태웅 분)과 전면에 나서 희중(이민정 분)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상용(최다니엘 분)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시라노 드 베라주라크'라는 희곡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영화는 정체를 감춘 채 연애편지를 대필해 온 시라노와 어떻게든 록산느의 마음을 얻었던 크리스티앙 양쪽을 모두 보듬는다. 사랑하는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연애를 조작하며 키워가는 사랑과 타인에게 조작을 부탁할 정도의 간절한 사랑. 방법이야 어쨌건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찌질하지만 괜찮아…'옥희의 영화'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는 영화과 학생 옥희(정유미 분)와 옥희와 사귀었던 과 동기 진구(이선균 분), 송 교수(문성근 분)간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주문을 외울 날', '키스 왕', '폭설 후', '옥희의 영화'의 네 편의 영화 속 이야기들로 이어지는 영화는 각기 다른 행동과 대화들로 세 사람의 관계에 대한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한다.

특히 로맨스 물의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 에피소드는 '키스 왕'이다. '키스 왕' 속 진구는 그간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등장했던 남자 주인공의 모습대로 '찌질한' 모습이지만 적어도 자신의 감정을 똑똑히 알고 솔직하게 반응한다. 옥희의 집 앞을 밤새 지키고 페트병채로 소주를 담아 다니는 그는 "처음이야"를 연발하며 귀여운 매력을 발산한다.

◆잔잔한 매력의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레터스 투 줄리엣'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은 작가 지망생 소피(아만사 사이프리드 분)가 이탈리아 베로나 '줄리엣의 발코니'에서 50년 전에 쓰여진 러브레터 한 통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소피가 편지를 쓴 클레어(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분)의 손자 찰리(크리스토퍼 이건 분)와 편지 속 첫사랑의 주인공 로렌조를 찾아 나선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로맨틱하다.

영화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 클레어의 입과 영화 속 만남을 통해 '사랑은 운명이며 용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소피와 찰리의 여정은 이탈리아의 풍광과 어우러져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주연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창작 뮤지컬의 신화, 마침내 영화화…'김종욱 찾기'

영화 '김종욱 찾기'는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 했다. 인도여행 중 만난 첫사랑 김종욱 찾기를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에 의뢰한 서지우(임수정 분)와 이 첫사랑을 찾아주기 위해 나선 한기준(공유 분)간의 사랑을 코믹하게 그렸다.

원작의 경우 속도감 있는 전개와 디테일한 인물의 심리묘사로 큰 인기를 모았다. 원작자인 장유정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은 데다 공유와 임수정의 화려한 진용을 갖춰 원작 팬들의 관심도 벌써부터 뜨겁다. 올 하반기 개봉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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