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극장, 관객 갈라먹기..'대박은 없다'

임창수 기자  |  2010.09.23 10:10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무적자' '시라노; 연애조작단' '레지던트 이블4: 끝나지 않은 전쟁 3D', '해결사'의 포스터


한가위 음식만큼이나 영화가 풍성한 올 추석 극장가. 다양한 작품에도 불구하고 '대박'은 없을 전망이다. 이렇다 할 시장 주도작이 없는 가운데, 추석을 겨냥한 5편의 작품이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관객을 나눠먹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코미디 흥행작을 내놓으며 재미를 봤던 한국 영화는 2007년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했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를 위시한 조폭 코미디는 반복된 자기복제로 개성과 재미를 잃어갔고, 추석 대목을 노린 다양한 작품들은 서로 관객을 갈라먹으며 흥행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2007년 추석시즌(9월 11일~10월 9일) 에는 '사랑',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즐거운 인생' 등의 한국영화가 각각 181만, 145만, 107만 관객을 기록하며 '본 얼티메이텀'에 추석 흥행 왕좌를 내줬고, 2009년 추석(9월 19일~10월 17일)에는 '내 사랑 내 곁에', '불꽃처럼 나비처럼', '애자'가 각각 201만, 155만, 116만 관객을 기록했다. 2006년 684만 관객의 '타짜' 이후로, 추석 극장가에서 500만 영화는 자취를 감췄다.

올해 추석 극장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무적자'와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22일 각각 18.8%와 17.6%의 점유율을 보이며 추석 관객 동원을 주도한 가운데, '해결사', '레지던트 이블4: 끝나지 않은 전쟁 3D', '슈퍼배드'등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쫓고 있는 형국이다. 10%대 점유율을 기록중인 영화만 5편으로 2007년과 2009년의 관객 갈라먹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예년에 비해 줄어든 추석 관객수도 대박 영화의 탄생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본격적으로 추석 영화가 개봉한 지난 16일부터 23일 오전까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한 '무적자', '시라노; 연애조작단', '레지던트 이블4: 끝나지 않은 전쟁 3D'는 '각각 74만, 66만, 65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세편의 영화가 동원한 관객 수는 205만 명. 지난해 연휴 전주부터 연휴까지 (9월 26일부터 10월 3일) '내 사랑 내 곁에', '불꽃처럼 나비처럼', '애자'가 동원한 218만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 추석이 주말을 낀 황금연휴였던 점을 고려하면 참담한 결과다.

올해 추석에는 '무적자' '해결사' '시라노; 연애조작단' '그랑프리' '퀴즈왕' 등 굵직한 작품을 비롯해 '레지던트 이블4: 끝나지 않은 전쟁 3D' '마루 밑 아리에티' '슈퍼배드' 등 다양한 외화가 포진했다. 추석 연휴도 주말을 기점으로 끝을 맺는 가운데 이들 영화는 각기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관객 나눠먹기로 공멸할 것이란 우려를 낳았던 올 추석 극장가, 대박 작품의 부재가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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