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한창 몰입하고 있는데, 등장인물이 좀 비틀~거리거나 왠지 어딘가에 걸릴 것 같은 조짐이 보이면, 바로 시계부터 쳐다보게 된다. ‘아, 이제 끝난 건가?’ 싶어서 말이다.
눈치 빠르신 분들이라면 이게 뭔 소리인지 알아채셨으리라. 그렇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엔딩신 말이다. 1회부터 시작해서 종영한 63회까지 매번 엔딩신이 넘어지는 장면이다보니 넘어질라치면 끝이구나, 바로 생각하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가끔은 헛다리짚을 때도 있었다. ‘어? 오늘은 왜 이래 빨리 끝나는 거 같지?’ 싶다가도 ‘꽈당’이 아니라, 그저 ‘비틀’ 수준으로 그 장면이 슬쩍 넘어갈 때도 있었으니까.
매회 ‘꽈당’을 엔딩신에 넣은 김수현 작가의 의도는 ‘인생이란 게 아무리 조심조심 살아도 예기치 못한 상황 때문에 넘어질 수 있음’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었다는데... 어찌 보면 가장 독한(?) 장면이 엔딩신이었다. 그만큼 ‘인생은 아름다워’는 따뜻하고 훈훈한 드라마였다는 얘기다.
그래서, 혹자는 ‘갈등이 별로 없으니 아무리 유명한 김수현 작가지만 그 전 작품들에 비해 시청률이 낮다’는 비평들도 있었다. 시청률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오직 시청률만을 노린 잡다한 갈등만으로 범벅된 드라마였다면 좋았을까? 그런 드라마였다면 매주 주말밤 훈훈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지 못했을 것 같다.
요즘은 다들 ‘드라마의 홍수’라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방송의 주요 시간대엔 각 방송사마다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아침엔 아침 드라마, 저녁엔 일일드라마, 주말엔 주말 드라마, 미니시리즈, 특별 기획 드라마 등등 수많은 이름들도 말이다.
그러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건, 복수도 없고, 삼각관계도 없고, 뭔가 등장인물들간에 꼬이는 관계들이 없으면 ‘드라마가 좀 밋밋하다’라고 느끼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란 것이다. 아마도 꽤 많은 시청자들이 이러리라, 생각된다. 그러니 ‘막장 드라마’가 대부분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게 아닐까.
이런 드라마들 사이에서, ‘인생은 아름다워’는 단비 같은 촉촉한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에 참여한 스태프도 아니니, 시청률 뭐, 이런 것까지 관심 없다. 그저 63회 동안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는 70분만큼은 가슴이 따뜻해지니 행복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대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모양이 제각각인 가족 구성원이 만나 서로를 위해주고, 이해해주는 모습만으로 충분히 감동이었단 얘기다.
난봉꾼 남편을 만나 평생 마음고생을 하고 살았던 1대와 재혼으로 재결합한 부부와 노총각들인 2대, 그리고, 동성애 아들에, 학벌은 좀 딸리지만 성실한 아들에, 까칠한 딸에, 약간은 속물스런 딸, 대한민국 어디에든 있을 법한 인물들이 모여서 화합을 하고, 사랑을 만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어쩌면 동성애 아들들이 (약간 막장스런 구성을 넣어서) 각자의 가족에게 이해받는 상황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직장 동료, 주변 사람들한테 알려지면서 갈등의 폭이 고조됐다면? 시청률이 몇 프로라도 더 올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무지하게 불편했을 것 같다. ‘인생은 아름다워’에 원하는 건 그런 얘기가 아니었으니까. 그저 잔잔한 감동이었으면 됐으니까.
아마도 김수현 작가 또한 처음부터 이걸 기획했던 것 같다. 잡탕 비빔밥 같은 갈등으로 이루어진 시청률 높은 드라마가 아니라, 진정성을 배달하는 드라마 말이다. 그것만으로 성공 아닐까. 시청자들은 그 진정성을 충분히 느꼈으니까. 63회 동안 인생은 어떻게 사는 게 아름다운 걸까, 행복한 걸까, 후회하지 않는 걸까를 매번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주었으니까.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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