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욱, 가랑비인가 했더니 폭우돼 내린 남자

김지연 기자  |  2010.11.11 09:24
배우 주상욱 ⓒSBS제공

깜빡하고 우산을 챙기지 못한 어느 날 오후, 갑작스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잦아들지 않을까 싶었던 바람도 잠시, 빗줄기는 폭우가 되어 사람들을 흠뻑 적셨다.

배우 주상욱.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얼굴만 익숙한 배우였다. 주연배우였지만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인 탓에, 특별한 이슈메이커도 아닌 탓에 그는 늘 화제의 언저리에 머물렀다.

"늘 무언가 목마른 기분이었다"는 주상욱의 말처럼 그의 존재감은 혹독한 가뭄에 시달린 논밭을 충분히 적시기엔 2% 부족했다. 99년 청소년드라마로 데뷔한 이래 쉼 없는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상욱'이란 이름 석 자를 대중에게 각인시키지 못한 것도 그 탓이리라.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던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막강 뒷심을 대표하는 SBS 드라마 '자이언트'를 통해서다.

'자이언트'가 시작할 즈음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연기열정에 불타던 그는 3개월여 만에 다시 만난 기자에게 "'자이언트'는 주상욱이란 배우를 알리는 큰 전화점이 됐다"며 최근의 행복한 심경을 고백했다. 그에게 '자이언트'는 지금껏 해보지 못한 다양한 내면연기 등 내공이 쌓인 연기를 보여주는 절호의 계기가 됐다.

"언제 또 이런 기회,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겠나 싶다. 캐릭터도, 연기도 쉽진 않지만 보여줄 게 많은 인물이다. 조민우를 통해 내가 빛나는 기분이다.(미소) 그간 내가 선보인 실장님 연기의 결정판인 것 같다. 하하하."

'실장님' 단골 배우였던 주상욱은 극중 연기 중인 자신의 캐릭터 조민우는 그간 그가 선보인 실장님 캐릭터의 완성본이라 했다.

그는 또 "이제야 어떻게 연기를 해야 시청자가 좋아하는지 조금 알 것 같다"고도 했다. 그간 자신의 이름이 덜 알려진 것은 시청률이 낮은 드라마를 만난 탓이라고 여겼다면 이젠 왜 당시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배우가 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됐다.

"이제야 연기 맛을 좀 더 살릴 수 있는 배우가 됐다. 예전 작품을 모니터해보면 아~ 안타까움의 탄식이 절로 난다. 좀 더 맛깔스럽게 캐릭터를 살릴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이 크다. 주연을 했던 드라마 '춘자네 경사났네'를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배우 주상욱 ⓒSBS제공

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깊고 오묘한 연기의 세계는 주상욱을 더더욱 매료시켰다. 욕심도 커졌다.

"그간 나는 가랑비에 옷 젖듯 천천히 대중에게 녹아든 배우였다. 하지만 '자이언트'를 만나 나를 보여줄 수 기회를 얻고 보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난 아직도 연기에, 대중의 사랑에 목마르다."

한때 우리가 그를 가랑비처럼 천천히 젖어드는 배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그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폭우가 되어 시청자들을 흠뻑 적셨다. 부드럽지만 강렬한 그의 카리스마에 많은 시청자들이 중독돼 버렸다.

특히 '자이언트'가 시청률 20%를 돌파하고 역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었던데 그의 활약이 컸다. 바로 극중 민우와 미주, 즉 '우주 커플'의 인기가 이 작품을 외면했던 10, 20대 시청자를 흡입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시청률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시청률 30% 문턱에서 좀처럼 탄력을 못 받고 있는 '자이언트'의 상승세에 주상욱의 어깨가 무거워진 것도 그 때문이다. 상당수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우주 커플'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지금보다 더 극화된 우주 커플의 이야기가 시청률 30% 돌파를 위해 필요한 시점이란 지적이다.

"'우주 커플'이 인기를 얻으면서 초반 기획보다 비중이 늘었다. 특히 시청률이 10%대 후반에서 주춤하고 있을 때 '우주 커플'의 멜로라인이 다소 딱딱해질 수 있는 '자이언트'에 활력소가 됐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민우가 우여곡절 끝에 아들과 재회하게 될 스토리로 30% 문턱에 다다른 '자이언트'가 또 한 번 도약하는 발판이 되고 싶다."

그는 스포일러일 수 있지만 "아버지의 방해공작 등 우여곡절 끝에 우주가 친 아들임을 알고 폭풍 눈물을 흘리는 때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곧이어 "눈물 신을 찍는데 보통 고생을 한 게 아니"라고 했다.

예전에는 시청률을 책임지겠다는 바람이 터무니없는 욕심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이언트'에서 미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그에게 이젠 이런 기대와 바람은 당연한 것이 됐다.

"누군가 내게 무언가 기대한다는 거, 혹자는 부담스럽다고 할 수 있지만 내겐 행복의 또 다른 말이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이지 않나. 이 행복한 기분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그는 "주인공과 주연은 엄연히 다르다"며 "언젠가는 꼭 한 드라마를 책임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이다 보니 욕심이 난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터무니없는 욕심일까. 이젠 당연한 바람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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