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내가 놓친 게 있다면 '1박2일'이다"③

김겨울 기자  |  2010.12.28 11:48
이경규ⓒ홍봉진기자honggga@
2000년대는 그야말로 리얼 버라이어티의 세상이었다. MBC '무한도전', KBS '1박2일', SBS '패밀리가 떴다'까지.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도 리얼 버라이어티다. 이 장르의 대세는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이경규는 "나는 일찍이 이런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고 단언했다. 그리곤 "놓친 것이 하나 있다면 '1박2일'을 놓친 것이다. 그것을 본 순간 새로운 스타일이었는데, 간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나는 새로운 스타일을 이끌어왔던 사람이라 자부했다. 난 항상 버라이어티의 마지막은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해왔다. '인간극장'류의 프로그램을 '과연 누가 먼저 하느냐'가 예능계에서 선점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1박2일'이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예능 이었다고 평했다.

다만,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의 성질은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1박2일'이 웃음을 추구하는 프로라면, '남격'은 사람이 가지고 다니는 진정성을 끌어내는 감동을 추구하는 프로라고 생각이 된다."

이경규는 20년 넘게 쌓아온 예능의 노하우와 철학에 대해 한 참을 설명하더니, 갑자기 "아마 진정성 있는 버라이어티의 마지막은 '남격'이 아닐까. 내가 관두면 버라이어티 종말이 있을 것"이라며 크게 웃었다. 시원한 웃음이었다.

이경규ⓒ홍봉진기자honggga@
하지만 스타가 진정성을 내포한 프로그램을 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자신을 버려야한다. 스마트 폰이나 전자 기기에 능숙하지 못한 어리 숙한 모습을 까발려야 할 뿐 아니라, 영어 테스트나 상식 테스트를 통해 숨기고 싶은 무식함이 드러나고, 건강 검진 미션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까지 적나라하게 대중에게 노출된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제작진이 내게 줬던 미션 중 하나는 우리 딸이 직접 출연했어야 하는 것이라 거절했다. 나는 상관없지만 가족들까지 불편함을 받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편하다. 내가 이제 와서 대중들에게 못 보여줄 것이 무엇이 있나."

"요즘 진행하는 케이블 방송을 보면 세상에 별별 사람들이 다 있다. 나는 평범한 축에 끼는 사람일 뿐이다."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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