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연예계는 거칠고 험한 말들이 '격하게' 애용됐다. 그것도 한때는 몹쓸 취급을 받던 말까지도 극한의 찬사를 뜻하는 말로 변질됐다. 어법이 안 맞는 것도 부지기수다. 다른 분야보다 유독 감성에 호소하는 연예계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우선 올해 연예계에서 가장 많이 갖다 붙인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무엇보다 '폭풍'이 제격이다. 아역배우가 몰라보게 자랐으면 '폭풍 성장', 두성으로 내지르는 고음이 기막힐 정도면 '폭풍 두성', 드라마 주인공들이 흘린 눈물이 애절하면 '폭풍 감동', 이런 식이다. 하긴 한때 스타크래프트 저그 유저 중에 '폭풍 저그'로 유명한 플레이어도 있었으니 그리 새로운 건 아니다.
그러나 '미친'의 경우는 좀 다르다. 남들과 조금 다르다 해서 정신병자, 바보, 이런 말을 함부로 쓸 수 없듯이 '미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올 들어 이 '미친'은 정형돈 김갑수 등 '미친 존재감'의 예에서 보듯, 아이유 다비치 등 '미친 고음', 장윤주의 '미친 몸매'의 예에서 보듯, 자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부각시킨 인물과 지경에 대한 최상의 형용사로 바뀌었다. '미친 존재감'의 반대어를 딱히 찾을 수 없는 점은, 바로 이 '미친'이 과유불급인 이유다.
'까칠'과 '나쁜'도 예의 어감이 심하게 바뀐 경우다. '나쁜 남자'야 워낙 대중문화쪽에서 꽤 오랫동안 통용된 말이니 그냥 넘어가더라도, '까칠'은 확실히 환골탈태했다. '시크릿 가든'에서 그 까칠한 재벌남 현빈 보고 '까도남'(까칠하고 도도한 남자)이라며 찬사를 보내는 형국이다. 만약 10년 전, 한 집안의 어린 자제를 보고 '그 놈, 까도남이네' 이랬으면 그 부모 반응은 어땠을까. 아니면, '그 놈, 참 짐승남이네' 이랬으면?
'굴욕'이나 '망언'도 우리 어법상 결코 아름답거나 부드러운 말은 아니었다. 굴욕 외교, 일본 외상 망언, 내 인생 최대의 굴욕 등등. 일기장이나 메모장에만 조심스럽게 쓸 수 있는 말이 바로 '굴욕'이었고, 윗사람이나 스타에게는 더더욱 쓸 수 없는 말이 바로 '망언'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유가 청한 악수를 개그맨이 못 본 다소 민망한 경우에도 '굴욕', "콤플렉스가 없는 게 콤플렉스"라는 아이돌의 재치있는 말도 '망언' 종결자란다.
이밖에 올해 연예계는 어의가 변질됐거나 아주 심하게 과장된 말들이 수두룩하게 사용됐다. 하의실종(TV 출연하면서 의도적으로 정말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나?), 비덩(비주얼 덩어리..아무리 잘 생겨도 그렇지 사람 보고 덩어리라고?), 티벳궁녀(싱크로율이 아무리 높아도 사람을 어떻게 여우에 비교하나?) 등등.
결국 세상이 험해서가 정답이다. 갈수록 각박해지고 조곤조곤 말해서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비등의 세상. 남들보다 더 악다구니를 써야하고, 최최상급이나 경음-격음이 낀 아주 센 말을 동원해야 그나마 의사소통이 되고 주목받는 세상. 그래서 허벅지는 '꿀벅지'로 둔갑하고, 미모가 돋보이면 아예 '여신'이나 '레전드'를 붙여야 하며, 곱게 생긴 어린애까지 시도때도 없이 "빵꾸똥꾸"를 외치는 세상. 해서 2010 연예계 말조차 덩달아 험하디 험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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