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김윤석·'명탐정'오달수, 개장수가 사람잡네

임창수 기자  |  2011.01.19 09:32
ⓒ영화 '황해'와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포스터
'황해'의 면가(김윤석 분)와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의 서필(오달수 분).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닮은 점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두 영화 속 인물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개장수'라는 심상치 않은 직업이 그것이다.

두 개장수들은 영화 속에서 그야말로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다. 단순히 견공 몇 마리 사고 팔 욕심으로 영화에 출연하지는 않았을 터. 이들은 심상치 않은 직업만큼이나 특별한 포스와 재주(?)로 '미친 존재감'을 발산한다. 도끼로 때려잡고 증거로 사로잡고. 사람 잡는 개장수들의 사연을 들여다봤다.

시간의 순서대로 우선 조선시대의 개장수, '조선명탐정'의 서필부터 살펴보자. 우연한 기회로 허당 천재 탐정 김진(김명민 분)과 인연을 맺게 된 그는 '주상과도 친한 사이'라는 김진의 '끗발'에 매료돼 공납비리 사건 추적의 도우미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다.

서필은 영화의 곳곳에서 개장수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식재료로 사용될 강아지를 지나치지 못하고 구하려다 고초를 당하기도 하지만 맡은 역할은 톡톡히 해내는 명탐정의 믿음직한 조수. 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김진과 함께 하는 의리파 개장수다.

특히 서필의 견공 훈련능력은 그야말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것이다. 날카로운 감각의 살수마저 깜빡 속이는 강아지의 명품 연기와 '뉴 문'의 늑대인간을 연상시키는 대형견들의 돌격은 모두 그의 작품. 명탐정 일행은 견공들의 도움 덕에 몇 번이고 위기의 순간을 넘긴다. 개장수 서필의 남다른 견공사랑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다.

그렇다면 '황해'의 면가는 어떨까. 포스터 공개 때부터 이마에 개장수라 써 붙인 듯한 비주얼을 과시했던 그다. 어지러운 현대로 배경을 옮긴 영화 속 개장수는 어떤 모습일까.

개뱅(광견병)이 도는 미친 세상은 개장수를 연변판 '대부'로 만들어버렸다. 마작판에서 만난 택시운전수 구남(하정우 분)에게 은밀히 살인을 의뢰한 그는 일이 뒤틀리자 직접 나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한다.

습격해온 한국 조직폭력배 무리를 일거에 제압하는 면가의 존재감은 가히 압도적이다.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는 오뚝이 근성에 헛헛하면서도 악마적인 웃음소리, 형형한 인광 등이 숨 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에게선 서필과 같은 견공사랑의 모습 또한 상상할 수 없다. 그에게 개는 그저 돈이자 수단이고 음식일 따름. 우적우적 개고기를 씹다가 벌러덩 드러누워버리는 그의 모습을 보고 웃음 짓는 것은 도저히 무리다. 개뼈다귀까지 무기로 활용하는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지난해 스릴러 영화의 무기 종결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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