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 임재범 불쌍? 동정 가장한 지능적 안티들

[기자수첩]

하유진 기자  |  2011.05.20 14:45
ⓒ사진제공=MBC 화면 캡쳐


영웅신화에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스토리는 극적일수록 좋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영웅을 더욱 빛나게 한다. 허각의 노래가 사람들을 울린 것은 그가 음악 정규 코스를 밟은 엘리트가 아니라 환풍기 설치를 했던 가난한 청년이었기 때문이고, 피아니스트 희아의 연주가 감동적인 것은 그가 네 손가락이라는 열악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 임재범은 최근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너를 위해', '빈 잔' 등을 불러 순식간에 가요계의 '신'으로 등극했다. 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노래 이상의 표현은 현장에 있던 이들 뿐 아니라 시청자까지 소름끼치게 했다. 사람들은 실력과 표현력에 찬사를 보내며 그를 영웅시했다.

연일 그에 대한 얘기가 쏟아졌다. 투병중인 아내를 위해 출연했다는 비화, 열창 후 고열로 실려갔다는 후문, 맹장수술을 받고도 끝까지 출연하겠다던 열정은 그의 입지를 굳히기에 충분했다.

여기서 그쳐야 했다. 임재범에 대한 과한 애정은 그의 유년시절까지 파고들었다. 최근 한 온라인 게시판에 '임재범이 유년시절을 고아원에서 보냈다'는 글이 공개돼 기사화됐다. 사람들은 불우했던 과거를 동정하고 그의 노래에 진정성이 있다며 더욱 임재범을 찬양했다.

그런데, 임재범은 기뻤을까. 실력이 아닌 과거와 인생사가 조명되고 동정받을 때 그는 행복했을까. 어느 날 갑자기 '신'의 자리에 오르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과거가 공개되고 또 추앙과 동정을 동시에 받는 상황이 불편하지는 않았을까.

故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왼쪽) 故 최고은 작가(오른쪽)


임재범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故 이진원(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에게도 애도는 쏟아졌다. 세상은 그가 음원수입 대신 도토리를 받았다는 사실과 '고기반찬'을 먹고 싶다고 외치던 그의 노래를 근거로 '이진원'을 '불합리한 음원 유통 시스템의 희생자'로 만들었다.

힘들어도 열심히 노래하려 했던 그의 열정은 '그냥 불쌍한 몸부림'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그의 죽음으로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과 명곡들 대신 가난한 삶에 관심을 가졌다.

물론 음원 수익 시스템이 가수에게 저작권자에게 불합리하게 설정돼 있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근거로 한 사람의 죽음을, 그리고 생을 '불쌍한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옳지 않을 뿐더러 그를 위한 길이 아니다. 덕분에 '역전 만루 홈런'을 치고 싶었던 이진원은 '음악의 영웅'이 되는 대신 '가난한 운동가'가 되지 않았는가.

故 최고은 작가는 또 어떤가. 포털사이트에 등재된 '최고은'의 연관검색어 중 하나는 '굶어죽은 작가'다. 그가 평소 갑상선 관련 지병이 있었다는 지인 김영하의 고백이 있기 전까지 그는 옆집에 남은 밥을 구걸하던 가난한 작가로 소개됐다. 자연히 관심은 그의 작품과 문학에 대한 애정이 아닌 '문학계의 열악한 현실'로 향했고 그도 희생자로 전락했다.

영웅을 진정한 영웅으로 만드는 것은 그의 험난했던 과거가 아니다. 과거를 동정하고 그의 인생에 '불쌍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의 빛을 앗아가고 비참하게 만든다. 진정 영웅으로 찬하고 싶다면 그의 현재와 미래를 보라. 임재범의 훌륭한 곡 해석력, 故 이진원의 밝은 멜로디 속에 감춰진 지독한 가사, 故 최고은 작가가 세상에 말하고 싶었던 것. 이것에 관심이 없는 한 그들은 영웅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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