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이소라씨, 당신은 행복을 준 사람입니다

[김수진의 ★공감]

김수진 기자  |  2011.06.13 09:50

"받아들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나가수'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가수 이소라는 쿨 했다. 이소라가 MBC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연출 신정수·이하 '나가수')에서 탈락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나가수' 2차 경연에서 이소라는 6위를 기록하며, 1·2차 경연 합산 꼴등을 기록했다. 그의 마지막 무대였다.

이소라는 이날 무대에서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불렀다. 카리스마 넘치는 이소라의 모습이 아닌 마치 자장가를 듣는 듯한 포근함과 편안함을 선사했다.

이날 무대는 이소라의 기존 무대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지난 3월 6일 이소라는 '나가수' 무대에 처음으로 섰다. MC 겸 출연자였다. 이소라는 이날 자신의 곡인 '바람이 분다'를 열창했다. 이소라 특유의 감성과 가창력은 시청자를 매료시켰다. 그의 무게감은 감동을 선사했고,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했다.

지난 3월 20일, 이소라는 '나가수' 무대에서 변진섭의 '나에게로 또다시'라는 곡을 선사했다. "원곡이 워낙 훌륭해서 그대로 살려야한다"는 이소라의 의지는 그대로 반영, 청중평가단의 눈물까지 자아냈다. 가창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법한 천하의 이소라가 "못해서 집중하게 되네요. 잘하면 상관없는데 내가 못하니까"라는 겸손함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 뒤, 이소라는 박정현의 '나의 하루'를 재즈풍으로 편곡, 감동을 선사했다.

이후 첫 탈락자인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부여, 논란이 일었고, 공정성을 잃었다는 점에서 연출자 김영희PD는 사퇴, 신정수PD가 새 연출자로 교체되는 등 '나가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사이 '나가수'는 방송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5월 1일, 다시 재개된 '나가수' 촬영에서 이소라는 자신의 히트곡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를 불렀다. 한 편의 아름다운 시를 듣는 듯한 무대였다. 사랑의 애틋함을 그린 이 노래에 대해 이소라는 "사랑에 빠지면 저는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예전처럼 안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5월 8일. 이소라가 확 달라졌다. '나가수'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금발에 숏커트. 그리고 아이돌 가수 보아의 'NO1'을 모던록으로 편곡, 세련된 무대 매너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최고의 무대를 이끌어 냈다. 역시 이소라다. 소름 돋는 무대였다는 평가를 이끌어 냈다.

5월 22일, '나가수' 무대에서 이소라는 송창식의 '사랑이야'를, 5월 29일 무대에서는 소울다이브의 '주먹이 운다'를 선보이며 '이소라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가 된 12일, 이전 무대와는 180도 달랐다.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는 서정적인 가사만큼이나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감미로운 무대였다. 비록 이날 방송에서 이소라가 탈락했지만, 그가 '나가수'를 통해 보여준 무대는 '이소라 콘서트'를 보는 듯한 환상의 무대였다.

PS. 이소라씨, 더 이상 '나가수' 무대에서 당신의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아립니다.

'나가수'의 첫 방송을 보고, 당신의 무대를 보면서 전 전율을 느꼈습니다. 과거 당신이 진행하던 KBS 2TV 음악프로그램 '이소라의 프로포즈' 마지막 녹화를 현장에서 체험한 저로서는, 당시 당신의 무대에서 느낀 오감의 전율과 흥분이 떠올랐습니다.

김건모씨의 논란이 발생했을 당시 사실 저 역시 '진행자'이소라씨의 행동이 곱게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행자가 중심을 너무 잃었네'라는 생각을 했죠.

당신을 향한 시청자들의 논란을 당신은 '나가수' 무대에서 정중하고 쿨하게 사과하더군요, '역시 당신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 옥주현과의 뜬금없는 불화설도 당신은 방송에서 멋지게 해명하더군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나와 싸운적도 없습니다. 옥주현씨 입니다"라고요.

당신의 '나가수' 무대를 보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린 적이 종종 있었음을 밝힙니다. 보아의 'NO1'을 부르는 모습을 보았을 땐 소름이 돋았습니다.

당신의 마지막 무대를 들을 때는 위로를 받았고, 제 자신이 너무 행복해졌습니다.

탈락자로 당신의 이름이 호명됐을 때 다소 당황한 기색이 엿보였지만 "받아들이겠습니다. 고맙습니다"고 말한 당신, 역시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뮤지션다운 행동이었습니다.

당신은 모두에게 행복을 준 사람입니다. 당신으로 인해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소라씨 당신이나, '나가수'를 시청하는 모든 사람이나.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갔으면 좋겠네.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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