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3'에 대처하는 韓영화 빅4의 자세

전형화 기자  |  2011.07.07 10:50

극장가에 '트랜스포머3' 쓰나미가 밀려왔다. 지난달 29일 개봉해 불과 8일만에 40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기세라면 1편과 2편의 흥행 기록(743만,744만명)을 따라잡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도 온통 '트랜스포머3'로 도배됐다. 12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다. 국내 스크린 60%에 달한다. 독과점 논란이 비등하지만 영화를 찾는 관객은 피리 부는 사나이의 피리 소리에 끌리듯 줄을 선다.

하지만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7~8월 시장을 그냥 할리우드영화에 내줄 수는 없는 일. 100억원 이상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 4편이 반격을 준비 중이다. 도심질주에 한국전쟁, 사극에 괴물 이야기까지, '트랜스포머3'에 대처하는 한국영화 빅4를 짚어봤다.

#스피드가 생명..'퀵' 시속 200㎞로 오빠 달려~

21일 개봉하는 '퀵'은 (감독 조범구, 제작 JK필름)은 속도를 생명으로 여기는 퀵서비스 직원과 생방송을 앞둔 스타가 30분 안에 물건을 배달하지 않으면 폭탄이 터지게 돼 목숨을 걸고 달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액션 영화.

속도가 줄어들면 목숨을 잃는다는 설정답게 '퀵'은 아찔한 속도감을 자랑한다. '해운대' 젊은 3인방 이민기 강예원 김인권은 실제 오토바이를 몰면서 목숨을 내걸고 영화를 찍었다. 이민기와 강예원은 시속 200㎞로 오토바이를 몰았다. 안전장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제작진은 속도감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도기캠이라는 특수 카메라를 설치했으며, 촬영 장치를 실은 자동차는 오토바이와 같은 속도로 질주했다. 제작진과 배우, 모두 미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촬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퀵'은 도심 질주를 다룬 영화라는 점을 십분 살리기 위해 서울 곳곳을 내달렸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장소가 영화 속 현장이 돼 관객을 속도 위로 실어 날을 예정이다. 제작자 윤제균 감독은 "프랑스에 '택시', 미국에 '분노의 질주'가 있으면 한국엔 '퀵'이 있다는 각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고지전'..또 다른 '태극기 휘날리며'를 꿈꾸다

21일 개봉하는 '고지전'은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의 장훈 감독과 '공동경비구역 JSA'의 박상연 작가가 의기투합한 한국전쟁 영화로 관심을 모았다. 한국전쟁 당시 휴전협상이 한창이던 1953년을 배경으로 동부전선에서 고지 쟁탈전을 벌이던 한 부대에서 벌어진 일을 그렸다. 장교가 계속 죽어나가는 데 의문을 품은 상급부대에서 전선에 사람을 보내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청년들의 갈등과 고뇌가 담겼다.

'고지전'은 남북 간의 전투를 그린 만큼 전투장면이 70%에 달할 정도로 화약과 포성이 난무한다.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전쟁에 내몰린 젊은이들의 고민과 분노, 우정이 드라마를 이끈다. 드라마와 화력의 조화, '고지전'이 내세우는 장점이다.

고수와 신하균이 주연을 맡은 '고지전'은 대규모 전투장면을 찍기에 연인원 4000여명에 달하는 스턴트맨과 단역배우들이 동원됐다.

#'칠광구', '트랜스포머3'와 3D로 맞짱

8월4일 개봉하는 '칠광구'는 '해운대' 윤제균 감독이 제작을 맡아 기획부터 3D로 만들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아바타'로 3D가 성공한 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너나할 것 없이 3D를 들고 나온 가운데 한국 상업영화가 본격적으로 3D에 출사표를 내던졌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우리' '현의 노래' 등 3D로 만들겠다고 했던 영화 중 완성해 개봉하는 영화는 '칠광구' 뿐이다. '현의 노래' 주경중 감독이 에로 3D영화 '나탈리'를 만들어 개봉시켰으나 스크린 위로 욕만 튀어 나왔다.

'칠광구'는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석유시추선에 괴물이 나타나 사람들과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에일리언' 등 할리우드 SF영화에서 익히 볼 수 있었던 설정이다. 이 같은 설정을 한국 방식으로 어떻게 풀었느냐가 관건이다.

김지훈 감독은 쓰나미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던 '해운대' 스태프와 손을 잡고 영화의 95%를 녹색 스크린을 배경으로 한 세트에서 찍었다. 제작자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에서 익힌 CG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눴다는 후문이다.

#'최종병기 활', 아날로그 액션이 주는 묵직한 쾌감

8월11일 개봉하는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최종병기 활'은 올 여름 유일한 사극이다. 병조호란을 배경으로 조선 최고의 신궁이 누이가 청나라군에 끌려가자 추격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조선 신궁과 청나라 신궁의 대결이 이야기의 양 축이다.

스크린에 옮기는 사극에 가장 큰 고민은 미술. TV 사극과 차별을 주기 위해서라도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다. 김한민 감독과 장춘섭 미술감독은 고증에 충실한 정통 사극을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아 조선 민족의 우아함을 살린 비주얼을 부각했다. 특히 7가지 전통 재료로 만들어지는 조선 활은 만드는 데 1년 가까이 걸리는 터라 대한궁술원의 지원을 받아 개조했다.

기마군단을 동원한 전투장면을 찍기 위해 한 회에 최다 80필, 총 400필의 말을 동원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말을 동원했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등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 이야기에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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