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SBS '천년지애'로 연기를 시작한 이다희는 MBC '로열패밀리', 영화 '하모니'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매 회 다른 캐릭터를 맡으며 다양한 이미지를 내뿜던 그녀는 MBC '태왕사신기'에 출연하면서 김종학PD와 함께 연출을 맡았던 윤상호PD와 인연을 맺게 됐다. 윤PD는 그녀의 타고난 운동신경을 눈여겨봤고, 이현세의 만화 '버디'를 원작으로 한 골프드라마 '버디버디'에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이다희는 1년간 사전 제작기간 동안 거의 강원도에 살다시피 하며 열정을 불태웠다. 편성 문제로 뒤늦게 tvN에서 방영이 되긴 했지만 오랜 시간 공들인 만큼 작품에는 후회가 없다고 했다.
지난 18일 '버디버디'가 끝나고 나서야 진짜 골프의 참맛을 알게 됐다는 이다희를 만났다.
골프는 사실 대중에게 알려진 스포츠는 아니다. 특히 20대의 젊은 여성이라면 관심을 갖기 힘들다. 이다희도 처음엔 골프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원래 엄마가 좋아하셔서 연습할 때도 전 안 했어요. '버디버디' 때문에 연습할 때도 스윙이 예뻐야 되니까 신경 쓰이고 드라마 때문에 배우는 거라 큰 흥미를 못 느꼈었는데 촬영하면서 필드에 나가니까 재밌더라고요. 끝나고 나니 오히려 더 하고 싶어서 스크린 골프도 했어요."
얼마나 좋았으면 대학까지 다니게 됐다.
"'버디버디'를 촬영 하면서 단기간에 배운 건데 시간 날 때마다 가서 연습했어요. 전문적으로 배우면 좋지 않을까 해서 한국골프대학에 입학을 하게 됐는데 하면 할수록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선수들은 경기지도과에 다니는데 전 아직 그 실력은 아니니까 산업경영과에 등록했어요. 경영 쪽이기도 한데 미니필드 연습장 있어서 골프도 배우고 관련지식도 배워요."
이다희는 골프의 매력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꼽았다. 컨디션에 좌우되는 점이 연기와도 비슷한 것 같다고.
"골프는 멘탈 스포츠라 마인드컨트롤과 컨디션이 중요해요. 연기도 항상 컨디션이 좋을 수 없기 때문에 골프를 하면서 마음수련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여자의 경우는 치다보면 자세가 예뻐 보여서 좋기도 하고요. 또 촬영하면서 알게 된 건데 골프웨어가 정말 예쁘더라고요."
'버디버디'는 사실 이다희보다 유이에 관심이 많이 쏠리는 작품이다. 두 배우 모두 주연이지만 유이가 걸그룹 멤버이니만큼 조명을 많이 받는 편이다. 하지만 이다희는 연기선배답게 전혀 속상하지 않다는 아량을 보였다.
"유이가 가수다 보니까 기대했던 것 같은데 잘 해줘서 반응이 좋으니 결과적으로 더 잘 된 것 같아요. 유이가 연기를 잘 해줘서 작품 전체의 이미지가 좋아졌어요. 유이는 자기가 가진 매력을 연기로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성격이나 대사를 자기 색깔로 표현할 수 있는 모습들을 봤는데, 성미수와 잘 맞고 표현을 잘 해요. 또 감독님이 말하는 걸 잘 캐치한 것 같아요."
편성 문제 끝에 결정된 곳이 tvN이지만 이다희는 케이블채널이라서 서운하다거나 하지 않다고 했다.
"방송이 안돼서 조급하다기보다 '언젠가 방송하겠지'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편집한 걸 보여줬는데 잘 나와서 빨리 보고 싶은 맘은 있었어요. '공중파로 갔어야 되는데 tvN은 좀 그렇지 않냐'라고 물으시는데, 요즘에 공중파나 케이블 구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전작 '로맨스가 필요해' 시청률 잘 나와서 오히려 더 좋죠."
촬영 후 거의 1년 만에 방송을 보니 옛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강원도에서 제작진 배우들이 같이 살다시피 했으니 가족 같은 정이 많이 남아 있다고.
"촬영한 지 꽤 돼서 방송을 을 보면 그 때 생각이 계속 나요. 숙소에서 같이 자고, 촬영 없는 날에는 치킨 맥주 먹으면서 친해져서 가족 같았거든요. 촬영 당시 분위기 생각나서 슬픈 신 아닌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20대의 여배우가 산골에 있었으니 답답했을 법도 하다. 그는 적응하기 위해 최대한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쉬는 날엔 근처에 나와서 매니저 스타일리스트와 맛있는 것 먹고 노래방도 갔어요. '1박2일'에 나왔던 오징어순대를 먹으려고 속초까지 갔다 온 적도 있고요. 집에 오가긴 어려워서 자주는 못 갔어요. 그래도 전 리조트 촬영이 많았는데 유이는 산꼭대기에서 찍는 게 많아 더 힘들었을 거에요."
대한민국에서 '버디버디'같은 사전 제작드라마는 찾아보기 힘들다. 시청자의 반응을 일일이 반응해야 할 수 없고, 트렌드를 반영하기 힘들어 꺼리는 편이기 때문.
"사전 제작드라마라 안 좋았던 점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쪽대본 환경이 아니라 좋았어요. 대본 볼 시간도 많았고, 연기할 때 편했죠.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촬영할 때 모르는 점은 감독님이랑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어요. 아빠처럼 농담도 하시고 캐릭터 잘 설명해주셨어요. 스타일리스트는 협찬 받은 옷 반납이 늦춰져서 고생했을 것 같아요.(웃음)"
'버디버디' 촬영이 끝난 뒤 캐스팅 된 MBC '로열패밀리'의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고 했다.
"'버디버디' 하다 '로열패밀리' 찍으니까 완전히 호흡이 달랐어요. '로열패밀리'는 거의 생방송 촬영이었어요. 드라마 촬영하면서 그렇게 전날까지 찍었던 건 처음이에요. 기다리는 시간도 너무 길었는데, 기다리는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다희는 앞으로 발랄한 미수 같은 캐릭터를 맡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버디버디'에서 차가운 매력을 선보였으니 이젠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고. 반면 공포영화 욕심도 있다고 했다. 연기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듯했다.
"이름만 들어도 그 작품이 기다려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카메론 디아즈를 좋아해서 그녀가 찍었다고 하면 무조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제 이름만 듣고도 궁금해 할 수 있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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