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와 영화계가 음악 저작권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될 때 저작권을 내는 것을 놓고 극한 대치중이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소송전이 벌어질 경우 파급효과가 엄청나 주목된다.
현재 음저협은 극장에서 협회에 등록된 노래가 삽입된 영화가 상영될 경우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며 영화계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음저협은 지난해 11월부터 문제를 제기하다가 최근 공문을 보내는 등 본격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영화계는 제작자, 극장, 투자배급사가 공동대응하고 있다. 음저협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영관협회, 투자배급사들은 최근 협상을 벌였으나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오는 29일 한 차례 협상을 더 벌인다.
음저협은 멀티플렉스의 경우 매출의 1.5%를, 개인사업자는 매출의 1%를 저작권료로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영화계는 현재도 저작권료를 내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음저협의 주장은 영화계도 노래방처럼 저작권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노래방은 음원이 수록된 기계를 공급하는 회사가 저작권을 내고, 노래방 업주가 별도로 저작권을 낸다. 노래방 기계 회사가 내는 저작권료는 복사권 개념이며, 노래방 업주가 내는 저작권료는 공연권 개념이다.
음저협은 영화 제작사가 음악 저작권 계약을 맺는 것은 복사권 계약을 맺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극장은 별도로 공연권과 관련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음저협의 최대준 팀장은 "유럽에선 극장에서 공연권 사용료로 매출의 3% 정도를 낸다"며 "지금까지 한국영화 산업이 어려워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지만 1조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한 만큼 정당한 권리 행사를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최현용 사무국장은 "제작자가 음저협과 계약을 맺을 때는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음저협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사무국장은 "음저협이 고소를 한다면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현재 상영 중인 한국영화들 중 음저협에 등록된 노래가 삽입된 영화들이 줄줄이 소송전에 휘말릴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개봉을 앞두거나 제작 중인 영화들도 타격을 입게 된다.
음저협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극장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물가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음저협은 현재 극장요금에 영화발전기금이 포함돼 적용되고 있는 만큼 비슷한 방식으로 걷어 들이면 된다는 입장이다. 최대준 팀장은 "극장요금에서 저작권료를 사전공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면 제작사, 극장, 투자사의 몫은 줄어들 수 있지만 극장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극장 측의 입장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극장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극장요금 인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 권리자와 사용자의 문제인만큼 이해당사자끼리 해결하라며 선을 긋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논의 초반 참여했으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논의에서 배제됐다.
음저협과 영화계의 갈등이 불황의 터널에서 막 빠져나온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암초가 될지, 저작권 사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성립되는 계기가 될지,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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