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가요심의 부당 판결에 "입장은 아직"..왜?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를 담당하는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안철상)는 지난 25일 SM엔터테인먼트가 여성가족부장관을 상대로 낸 청소년 유해매체물 결정통보 및 처분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유해매체 지정을 취소하라"고 판결, SM의 손을 들어줬다.

노랫말에 '술'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한 여가부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놓은 것. 여가부는 그동안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터라 이 같은 판결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모아졌다.

관련 심의를 담당하는 여가부 청소년 매체환경과 관계자는 26일 스타뉴스에 "아직은 판결문을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라 어떠한 입장도 전달하기 어렵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어 "판결문을 받는데 통상 10일에서 15일이 걸린다"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것은 알고 있지만, 판결문을 검토해보고 면밀히 확인한 뒤에야 의견을 전달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며 난감한 입장임을 내비쳤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판결문이 없는 상황에서 아직 어떠한 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가요 심의가 문제가 있다는 의견에 대해선 온 국민의 목소리라고 생각진 않는다. 학부모님들은 종종 전화로 '술 담배가 들어간 노래를 왜 문제가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어찌됐든 이번 판결로 인해, 현 심의 기준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또한 노랫말에 술이 담겼다는 이유에서 이미 청소년 유해 판정을 받은 곡의 가수 및 기획사의 이의 제기 역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 7월 여가부는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 및 백지영의 '아이캔't 드링크'에 대해 가사 속에 술이 담겼다며 청소년 유해 판정을 내렸다. 이에 해당 곡이 수록된 앨범 역시 청소년 유해물로 확정됐다.

또한 최근에는 2PM의 '핸즈 업(Hands up)', 장혜진의 '술이야'(바이브 원곡을 편곡), 김조한의 '취중진담'(전람회 원곡을 편곡) 등도 청소년에 유해하다고 판정했다. 역시 가사에 술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적지 않은 가요 관계자들은 가사에 단지 술이 담겼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곡에 대해 청소년 유해 판정을 내린 여가부의 결정에 아쉬움과 함께 이견을 나타냈다.

향후 여가부에 대한 가요계의 소송 및 항의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