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구택(41). 여름 극장가 최후의 승자 '최종병기 활'(감독 김한민)에서 청나라 군사들에게 쫓기다 일행을 보내고 의연히 죽음을 맞았던 사내 강두가 그에게서 태어났다. 덥수룩한 수염 너머로 눈빛 서늘한 이 남자의 맨얼굴을 한 눈에 알아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1996년 '미지왕'으로 스크린에 데뷔, 벌써 30편 가까운 영화에 출연해 온 베테랑 배우다. 연극과의 인연도 깊다.
"그 전에 '조폭마누라'가 있긴 했지만 '활'이 제 출연작 중에 최고 흥행작이 됐네요. 감개무량합니다."
'핸드폰'에서는 짧게 등장했지만 에너지가 넘쳤던 트레이닝 복 차림 남자로 깊은 인상을 남겼고, '천군'에서는 여진족 오랑캐 적장으로 황정민과 육탄전을 벌였다.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서는 일본 앞잡이 노릇을 하는 조선인 경찰 서장이었다. 작품마다 천의 얼굴로 역할에 쏙 녹아든 탓에 '배우 김구택'보다는 '그 캐릭터'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최종병기 활'에서도 마찬가지. 무대인사를 다닐 땐 영화 시작 전보다 영화가 끝난 뒤에 쏟아지는 박수가 훨씬 크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관객들도 "극중에서 박해일 군 입을 열심히 찢었던 강두 김구택입니다"라는 설명이 나오고 나서야 환호가 쏟아지곤 한다.
"'최종병기 활'에서는 수염을 조금만 붙였더니 장군 느낌이 난다고 해서 털보처럼 수염을 아주 많이 붙였어요. 못 알아보신다고 해서 서운하다고 생각 안해요. 그만큼 캐릭터를 잘 표현한 거라고도 생각하니까요. 분장이나 의상의 힘도 도움이 됐겠지만, 서운함보다 뿌듯함이 더 커요."
비탈진 산길을 전속력으로 달리고 또 달려야 했던 '최종병기 활'은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 카메라 2대는 기본이요, 4대까지 카메라가 달라붙는 통에 어디에서 찍힐지 몰라 매 테이크 100%를 다해 달려야 했다. 김구택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고, 저 말고도 동료들, 스태프 모두 100% 에너지를 쏟은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콤비였던 이한위 선배님은 현장에서도 정말 재미있으세요. 듣다보면 마음 놓고 웃게 되는데 스탠바이 들어가면 또 바로 몰입을 하시죠. 달릴 때도 얼마나 잘 뛰시는지, 두 번 세 번 찍는다고 속도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너무 잘 뛰시니까 저도 같이 죽자살자 뛰었죠."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김구택의 촬영 마지막 날, 달리던 말이 수풀 앞에서 갑자기 몸을 돌리는 탓에 허리부터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다행히 바닥이 모래여서 큰 부상은 면했지만, 더 이상 촬영을 하지 못하고 그것으로 '최종병기 활' 촬영을 마무리해야 했다. "감독님이 '그래 그만 찍어도 될 것 같아' 그러시더라고요. 촬영을 낙마로 마무리했죠."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김구택은 한 가지 색깔로 규정되지 않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배우를 꿈꾼다. "본인만 튀고 캐릭터는 보이지 않는 건 제가 원하는 게 아니다"며 "맡는 캐릭터마다 색깔을 달리 하는 배우, '반짝' 해서 유명해지기보다는 오래도록 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김구택. 그간의 행보를 지켜보면 소박하기 그지없는 그의 바람은 사실 이미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조금만 기다리시라. '최종병기 활' 이후 여기저기 쏟아지는 러브콜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김구택을 자연스레 알아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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