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미·정주리·신보라..'망가진' 그녀들이 멋있다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2011.10.31 09:29
왼쪽부터 안영미 신보라 정주리

요즘 개그우먼 안영미의 한마디 한마디가 대박이다.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정주리 김미려와 함께 '아메리카노' 코너를 이끌어가는 안영미는 소개팅 자리에서 '약 중독녀' 컨셉트로 상대남(양재형)을 거의 초주검으로 몰고 간다. "이상형이요? 간디. 뭘 입어도 잘 어울려, 완전 스키니해, 흰팬티 완전 멋있어..간디작살!!"

하지만 안영미가 일으키는 폭소는 '간지'를 '간디'로 바꾼 단순한 '말장난' 때문이 아니다. 여성으로서는 선택하기 어려울 법한 '망가진' 분장과 컨셉트가 크게 한 몫 한다. 과장되게 칠한 아래 속눈썹, '심하게 노는 아이' 컨셉트의 피어싱, 의자 위에 올라가 쪼그려 앉는 자세 등등. 이런 '불량 외모'에서 "간디작살"이 터져 나오니까 제대로 '먹히는' 거다.

요즘 '망가진' 컨셉트로 공개 코미디 무대를 지키고 있는 개그우먼은 안영미 뿐만이 아니다. '아메리카노' 코너에 나오는 정주리 역시 '얼굴만 빼고 완벽한' 발레리나로, 김미려 역시 '4차원인 것만 빼고는 트렌디한' 블로그녀로 망가짐을 불사한다. 특히 정주리는 매혹적인 발레리나의 등만 보이다, 시커먼 색조에다 눈·코·입·이마 비율 안 맞는 얼굴 한번 돌린 것만으로도 청중을 뒤집어지게 한다.

'꽃등심' 코너에서 전환규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국주는 아예 '뚱뚱녀' 컨셉트로 매서운 승부수를 던졌다. 허벅지에 빨간색 긴 테이프를 붙여 '소시지'라고 하고, 빨간색 네모 테이프를 붙이고는 '천하장사'라 하는 식.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다. 조그만 자전거 안장에 올라탄 뒷모습을 청중에게 보이고는 "바지는 여러 번 먹었지만 안장까지 먹기는 처음"이라고까지 한다.

KBS '개그콘서트'에서는 신보라가 발군이다. 이런 식이다. 코믹 노래자랑 코너인 'KBS슈퍼스타'에서 긴 머리카락을 앞으로 가지런히 내린 채 '네모의 꿈'을 미성으로 부른다. 하지만 머리카락을 치우니 갑자기 드러나는 심하게 과장된 네모 턱! 신보라가 '생활의 발견'에서 다소곳하게 나오는 이별녀인 점을 감안하면 그녀의 변신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새로 시작한 '패션넘버5'의 장도연 허안나 박나래도 기본 컨셉트는 '망가진 패션'이다.

사실 개그우먼이 이처럼 꼭 '망가져서' 시청자와 청중을 웃기라는 법은 없다. 막은 내렸지만 '개콘'의 인기코너였던 '두분토론'의 김영희는 할 말 다하는 멀쩡한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종병기 그녀'의 '톱스타' 김희원은 말끝마다 "나 이런 거 못해"를 외치는 심하게 깔끔한 캐릭터. 또한 '망가짐'이라는 코미디 전가의 보도에는 '여성외모 비하'라는 또 다른 위험한 날이 숨어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그우먼들이 코미디 무대를 떠나 예능 MC나 게스트, 배우 혹은 '나는 가수다' 가수들의 매니저로 '전업'을 하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이러한 그녀들의 선택은 '코미디 무대'를 지키려는 몸짓으로 보는 게 옳다. 더욱이 지금 '개그콘서트'와 '코미디 빅리그'를 이끌고 있는 '남성' 군단을 떠올려보시라.

'애정남'의 눈알 부라리는 최효종을 비롯해, '사마귀유치원'의 쌍칼 조지훈, '불편한 진실'의 신사 황현희, '달인' 김병만, '감수성' 김대희, '감사합니다' 송병철, '비상대책위원회' 김원효(이상 '개콘'), '옹달샘' 유상무, '갈갈스' 박준형, '졸탄' 한현민, '아3인' 문규박(이상 '코빅') 등등. 몸 개그가 됐든 콩트 코미디가 됐든 스탠딩 코미디가 됐든 주류는 '남성'인 것이다.

또한 김미려가 한때 '김기사'로 인기 절정에 올랐다 기나긴 슬럼프를 겪었고, 안영미가 강유미와 함께 '분장실의 강선생님'으로 정점을 찍었던 점을 떠올려보면 이들의 '망가진' 선택은 자신들 인생에서도 일종의 '벼랑끝 승부수' 아닐런지. 지난주 첫 1등을 차지한 후 이국주가 펑펑 울었던 것도 이같은 '벼랑끝' 올인에 대한 감회 아니었을까. 꿩 잡는 게 매라고, 웃기기 위해 몸을 망가뜨리는 그녀들. 그래서 그들은 멋진 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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