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세가 대세다.
지난해 송새벽 같은 한방은 없지만 그가 쌓아온 배우 인생이 이제 활짝 피고 있다. 2일 개봉한 '커플즈'와 '돼지의 왕'은 오정세의 다른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오정세는 '커플즈'에선 흥신소 직원 복남 역을 맡아 친구의 친구를 사랑하며 깨알 같은 웃음을 준다. '돼지의 왕'에선 사업에 실패한 뒤 충동적으로 아내를 죽이고 15년 전 마음에 품고 있던 비밀을 이야기하기 위해 친구를 찾는 역을 연기했다. 웃음과 절망,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긴 강을 오정세는 훌쩍 뛰어넘었다. 아니, 넘나들었다.
오정세는 확실히 대세다.
'부당거래'에서 권력과 밀착한 기자, '쩨쩨한 로맨스'에서 친구의 만화 비밀을 캐내려는 만화가, '퀵'에선 퀵서비스 메신저로 출연했다. 짧지만 강렬한, 코믹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커즐즈'와 '돼지의 왕'에서 꽃을 핀 데 이어 '시체가 돌아왔다'와 '퍼펙트 게임', 그리고 '코리아'까지 작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오정세는 연기와 상관없는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었다. 사실 연기를 하고 싶었지만 연기하면 먹고살기 힘들다는 부모님과 아직은 각오가 덜 선 탓이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연기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배우가 되기 위한 목표는 있지만 길은 몰랐던 나날이었다. 명계남이 설립한 '액터스21 아카데미'에 들어가 '똥파리'의 양익준과 함께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런 시간을 거쳐 오정세는 연극 '이발사 박봉구'로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영화는 '아버지'를 시작으로 '수취인불명' '거울 속으로' 등 여러 작품들에서 크고 작은 역을 맡았다. 그렇게 출연해 쌓은 영화들은 오정세의 지금이 있게 했다. '뷰티풀 선데이'에서 박용우와 함께 출연한 인연으로 현재 소속사 벨엑터스 엔터테인먼트에 들어왔다.
'방자전'에서 호방 역을 연기한 인연으로 제작사 부사장이 추천해 '커플즈'에 출연하게 됐다. 오정세가 쌓은 노력들은 날줄과 씨줄로 엮여 지금의 오정세를 만들었다.
그런 오정세를 '커플즈'에 전직 조폭으로 출연한 공형진은 "'쌈마이'가 될 수 있는 역을 기가 막히게 균형있게 잡아냈다"고 칭찬했다. 공형진은 당초 오정세가 맡은 역을 제안 받았던 터라 이 재능 있는 후배를 더욱 눈여겨봤다고 했다.
오정세는 "그 캐릭터를 보다 입체적으로 그리고 싶었을 뿐"이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오정세는 극 중 상체를 드러내는 노출신을 위해 일부러 살을 찌웠다. 배가 볼록 튀어나는 그런 모습을 위해, 남들이 식스팩을 만들 때 그는 폭식을 했다.
그는 대세긴 하지만 아직 조연의 카테고리에 머물지, 주연의 자리를 넘나드는 배우가가 될지는 생각하지 않은 눈치다.
"좀 더 롤이 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주어진 역할을 성실히 하면 어떤 위치에 가 있지 않을까."
오정세는 상업영화에선 코믹 연기자로 쓰이고 있지만 독립영화에선 어두운 심연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배우로 유명하다. '돼지의 왕'은 그래서 오정세에 더욱 각별한 작품이다. 그는 1억5000만원으로 제작된 독립 애니메이션을 위해 발 벗고 뛰고 싶단 뜻을 전하기도 했다.
오정세는 '돼지의 왕' 연상호 감독의 전작 '사랑은 단백질'에도 목소리 연기를 했다. 절친한 양익준이 연상호 감독과 친분을 갖고 있어서 맺어진 인연이다. 연상호 감독은 오정세에 대해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탁월한 연기자"라고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오정세는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병행하고 싶다. 병행이라기보다 좋은 작품을 계속하고 싶다. 그러면 얻는 것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커플즈'와 '돼지의 왕'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했다.
준비된 대세 오정세의 행운이 계속 이어질지, 분명한 건 행운은 노력하는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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