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가 밝힌 3가지 答..'논란·음악·가족'(인터뷰)

박영웅 기자  |  2011.11.14 08:00
가수 타블로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어떤 이에게는 20분의 짧은 순간일 수도, 어떤 이에게는 20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으로 느꼈을 수 있다. 타블로에게 지난 2년은 어땠을까. 그동안 학력 위조 논란에 휩싸였던 타블로가 짧고 긴 순간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 사이 아내와 딸, 두 명의 소중한 가족이 생겼고 마음의 여유라는 새 생명도 얻었다. 그리고 홀로 선 타블로의 음악은 견고해졌다. 지난 2년간 타블로에게 생긴 변화다. 그와 마주앉았다. 많은 질문은 필요치 않았다. 논란·음악·가족에 대해 물었다.

◆분노 감정 없다..여유·행복 찾은 시간

'열꽃'. 사람이 심하게 아플 때 피부에 돋아나는 붉은 점. 회복 직전에 붉어지는 증상으로, 아픔의 시간을 겪은 뒤 극복해 낸 타블로의 심경을 잘 설명해 주는 단어다. 때문에 그의 첫 솔로 음반에는 '열꽃'이란 타이틀이 붙여졌다.

딸이 감기에 걸려 열꽃이 핀 것을 보고 떠올렸단다. "처음엔 마냥 안 좋게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열꽃은 아픈 게 거의 끝나갈 때 핀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아픔이 극에 달했을 때 포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장 아플 때 곧 아픔이 끝나가는 순간이란 걸. 타블로는 그렇게 지난 시련의 시간을 이겨냈다.

많은 것을 잃고 또 많은 것은 얻었던 그다. 아내, 딸, 그리고 새로운 음악 동반자 YG엔터테인먼트 식구들이 생겼고, 희망의 빛을 봤다. 반면 인터뷰 도중 떠나간 일부 팬들의 얘기를 하다 눈물도 흘렸다. 그만큼 그에게 마음의 상처는 깊고 또 깊었다.

-언론과의 인터뷰가 참 오랜만일 것 같다.

▶약 1년 반 동안 공식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국내에선 기자 분을 본 적도 없다. 이렇게 다시 음악 얘기도 하고 웃으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한 일이다. '이제 괜찮다'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즐거운 일이다.

-논란 당시 얘기부터 하자. 직접 나서서 해결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때는 워낙 오보가 많았기 때문에 먼저 나서기가 그랬다. 기사 정정 부분에 있어서도 매 순간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사실 논란이 일자마자 바로 인터뷰를 하긴 했다. 졸업증명서와 학교 교수님들의 편지도 공개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내 얘기들은 모두 묻히고 말더라. 계속 원점으로 돌아갔다. 솔직한 심정으로 그땐 '소용이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일보다는 나의 현실세계가 중요했다. 당시 와이프가 임신한 상황이라 난 가족에 집중해야 했다.

가수 타블로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어떤 극복의 과정이 있었나.

▶어느 한 순간 이후 극복 단계가 온 것은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 모든 순간이 극복의 과정이 아니었나란 생각이 들었다. 잃은 것도 얻은 것도 많다.

-얻은 것이 있다면.

▶지난 2년의 시간이 없었더라면 아기가 태어났을 때 내가 항상 같이 있어주면서 좋은 아빠가 되어 줄 수 있었을까 싶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늘 함께 했다. 내게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다. 누구에게도 쉽게 허락된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력만으로 할 수 없는 시간이기에 내겐 너무나도 소중하다. 지난 시간들에 대해 분노나 미움, 증오의 감정은 전혀 없다.

-한국 사람들을 원망하기도 했을 것 같다.

▶스탠포드 신문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이렇다. 마치 논란이 한국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오해로 해석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어렸을 때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한 적이 있다. 그냥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으로 받아들였으면 했다.

-불분명한 루머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대중이 밉지는 않았나.

▶대중 보다는 날 꾸준히 응원해준 팬들에 잠시 그렇게 느낀 적은 있다. 논란 초기에 한 팬이 내 모든 CD를 다 부순 상태에서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마음 아팠다. 정말 마음이 아팠다. '내 팬들은 다 어디 갔지?'란 생각도 했다. 위로의 편지 한통 없었다. 하지만 내가 바깥으로 나가기 싫었던 만큼 팬들도 나와 같은 상황일 것이라 생각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곳에서 기다려준 팬들에 고맙다란 말을 하고 싶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땐 정말 외로웠다.

◆ 딸 위해 만든 소중한 음반..작은 일상도 감사

전체적으로 따뜻한 사운드에 노랫말은 깊은 슬픔과 여운이 감돈다. 한껏 힘을 뺀 목소리로 차분하게 자신의 심경을 가족에 전한 타블로의 솔직한 마음이 담겨 있는 음반이다. 또 작은 일상에도 감사의 마음이 생겼다. 이 모든 것들이 타블로 특유의 글들로 표현됐다. 이 모든 것에는 소중한 생명, 딸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음악적으로는 더욱 깊어졌다. 리얼 악기의 따뜻함에 진솔한 노랫말이 더해지니 진정성이 느껴지는 새 음악이 태어났다. 처음에는 시련의 순간을 잊기 위해 시작된 음악 작업일 뿐이었다. 음울한 정서가 깃들여있지만 여기엔 희망이란 주제가 있었다.

-음악 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

▶딸 아기가 잘 때나 돌보면서 늘 생각에 잠겼다. 휴대폰으로 멜로디를 녹음하거나 노트에 생각나는 글들을 적어 내려갔다. 이런 작업의 결과물들이 차곡차곡 쌓이니 와이프가 다시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음악을 만들 때 보이는 눈빛과 미소가 그리웠나 보더라. 음악처럼 내게 어울리는 것은 없었다. 감사하는 마음과 희망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음악뿐이었다. 내 음악을 들어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정말 감사드린다.

가수 타블로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작은 일상, 사물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담긴 노랫말이 눈에 띈다. 에픽하이 시절과 비교했을 때 음악을 대하는 자세는 어떻게 바뀌었나.

▶많은 사람들이 에픽하이 음악을 어떻게 떠올릴지는 모르겠다. 분명 에픽하이 때의 감성과는 다르다. 잔잔한 감성, 그것이 원래 내 모습이다. 이번 음반은 가장 타블로에 가까운 음악들이다. 예전에는 '나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란 마음으로 자만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쓸데없이 화려함을 부리려고 하지도 않고 내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려고만 한다. 안 좋은 일들을 겪었기 때문이 아니라 지난 2년은 내게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다. 남편이 되었고 아빠가 되었다.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 동시에 생긴 것이다. 점차 어른이 되는 과정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음반에 참여한 동료 가수들이 많다.

▶음악 작업을 혼자 해 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만들기 때문에 외로웠나 보다. 예전보다 훨씬 조연 역할을 많이 한 것 같다. 마치 시나리오는 썼지만 주연 배우에게 맡기는 격이다. 이소라 조규찬 나얼 얀키 봉태규 태양 등 참여한 모든 분들에 감사드린다.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고 영광이었다. 오랜만에 '이런 게 음악의 즐거움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첫 컴백 무대에서는 떨리지 않았나.

▶SBS '인기가요'를 통해 첫 무대를 했다. 정말 신인 시절보다 더 떨렸다. 지금이 더 놀랍고 새롭다. 데뷔 당시 때 느꼈던 감정 이상이다. MC인 조권에게 카메라 어디를 쳐다봐야하냐고 묻기도 했다. 긴장했지만 즐거운 긴장이었다.

◆ 가족, 동료..내 사람들 이제 내가 지켜야 할 때

타블로의 음반 재킷에는 백호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자신의 첫 솔로 앨범에 호랑이 띠인 딸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가수 타블로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아이를 위한 음악이자, 아이에게 떳떳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만큼 결혼은 타블로에게 분명 커다란 변화를 안겼다. 마치 새로운 자아가 형성되듯이 가족과의 일상과 음악 공간에서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고, 이는 어떤 식으로든 음악에 반영됐다. 그래서일까. 음악은 외로운 정서 속 따뜻함이 가득 피어있다.

가수로 다시 무대 위에 서기까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여기엔 아내 강혜정과 새로운 소속사 양현석 사장의 한 마디가 준 큰 힘 덕분이었다. 타블로는 시련을 겪으며 많은 것들을 잃었지만 정말 소중한 사람들을 얻었다. 그가 이제 살아가는 이유다.

-음악을 다시 하기까지 주위의 어떤 조언들이 있었나.

▶아내와 양 사장님이 내 용기의 100%를 채워줬다. '음악 좋다. 음악하는 사람이 음악을 하는데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 등 말 한마디 한마디가 용기가 됐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한 일이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다들 내가 대형 기획사에 있으니 제약이 심할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다.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빅뱅과 여러 프로듀서들 모두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음악 얘기만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음악 외에는 생각할 틈이 없는 곳 같다. 회사에서는 음악, 집에서는 육아에 집중한다.(웃음) 예전에는 욕심에 혼자서 다 해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각 분야의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배울 것들이 너무 많다. 일상이 즐겁다.

-에픽하이 멤버들과는 어떤가. 활동 계획은?

▶논란을 겪기 전부터 3명 모두 솔로 활동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우리에게 지금 상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데뷔한지 8년이 됐는데 3명 모두 솔로 앨범이 없는 것이 더 이상하기도 했다. 지금은 각자의 음악 세계를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나중에 하나로 뭉쳤을 때 새로운 음악이 나올 것이다. 에픽하이는 향수나 추억에 기대는 그룹은 아니었으면 한다.

-타블로에게 가족이란?

▶꼭 피를 나눈 관계가 아니더라도 가족은 어떤 일이 있어도 우선시 되어야 하는 사람들이자, 내가 지켜나가야 할 사람들이다. 아내와 딸, 동료, 친구 등 내 가족이 누군지 안다. 죽을 때까지 내 사람들을 지키면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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