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만 있나, '돼지의 왕'도 있다..독립영화 돌풍

전형화 기자  |  2011.11.17 09:51

'완득이'가 한 달째 극장을 장악하고 있다. 상업영화들이 '완득이'를 잡고자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극장가 한켠에서 조용하지만 강렬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저예산 독립영화 수작들이 잇따라 개봉해 다른 영화를 찾는 열혈관객들을 기쁘게 하고 있는 것. '돼지의 왕'을 비롯해 '사물의 비밀' '창피해' 'REC' '보라' 등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은 수작들이 줄줄이 개봉한다. 2009년 '워낭소리'와 '똥파리' 등이 독립영화붐을 일으킨 것처럼 빼어난 수작들이 차례로 개봉, 의미있는 파문을 던지고 있는 것.

연상호 감독의 독립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지난 3일 개봉, 16일까지 9834명을 불러 모았다. 독립영화계에서 100만 같은 1만이라는 1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 17개 스크린에서 거둔 성과다.

'돼지의 왕'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한국영화감독조합 감독상, 무비꼴라쥬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다.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해한 남자가 여자에게 기대 살며 하루하루를 허비하는 옛 친구를 찾아 15년 전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트위터 등 SNS에선 이미 '돼지의 왕'은 왕으로 군림할 만큼 입소문이 파다하다.

17일 개봉하는 이영미 감독의 '사물의 비밀'은 40살의 여교수가 21살의 대학생과 같이 논문을 쓰게 되면서 벌어지는 욕망과 사랑을 그린 영화. 복사기와 디지털 카메라의 시선으로 둘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독특한 방식으로 전주국제영화제, 모스크바,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 초청될 만큼 작품성과 재미를 인정받았다.

윤다경의 파격 베드신이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그보단 시선을 사로잡는 건 현실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여성이 욕망에 눈 뜨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게 관객을 사로잡는다. '인어아가씨' 등 TV드라마로만 소비되던 장서희의 진짜 모습, 그리고 백지영의 연인으로만 알려진 근육남 정석원의 놀라운 연기 변신이 새로움을 안긴다. 50개 미만 스크린에서 소리 소문 없이 상영되다가 내려지기엔 너무 아까운 작품이다.

12월8일 개봉하는 김수현 감독의 '창피해'는 만들어진지 2년 여 동안 개봉 기회를 잡지 못한 안타까운 수작이다. 백화점에서 하루하루를 소비하던 여자와 소매치기를 하며 정착하지 못하던 여자가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심리 변화를 그렸다. 김효진과 김꽃비가 동성애 연기를 선보였다.

'귀여워' 이후 8년만에 새 영화를 들고 온 김수현 감독은 아름다운 화면과 독특한 구도, 새로운 편집 방식으로 '창피해'를 전혀 다른 사랑영화로 완성했다. 2억원이 채 안되는 제작비로 만들어졌지만 완성도는 여느 상업 멜로영화 못지않다. 김효진은 김효진의 재발견이라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빼어나고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였다. 김효진이 5년만 일찍 이 작품을 만났다면 연기 경력이 바뀌었을 것이다.

'창피해'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일찌감치 알아보고 러브콜을 보냈다. 국내 상영버전은 부산 및 해외 상영 버전과 편집이 달라졌다.

24일 개봉하는 소준문 감독의 'REC 알이씨'는 지난 6월 개봉해 알음알음 화제를 모은 '종로의 기적'을 잇는 영화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게이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종로의 기적'은 성적 소수자 뿐 아니라 독립영화 마니아들에게 큰 반향을 모았다.

'REC 알이씨'는 개봉까지 험준한 과정을 거쳤다. 남자끼리 상의를 벗은 채 포옹하고 있다는 게 청소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포스터와 예고편이 2차례 심의가 반려되기도 했다. 이성애를 다룬 영화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동성애를 다룬 영화들이라면 늘 겪기 마련인 호된 신고식을 먼저 겪었다.

'REC 알이씨'는 만난 지 5년 된 남자 커플이 5주년 기념일을 맞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둘만의 추억을 만들기로 하고 모텔을 찾아가 서로의 모습을 캠코더에 기록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역시 24일 개봉하는 이강현 감독의 '보라'는 영화제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서울독립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시네마디지털서울을 비롯해 프랑스 마르세이유 국제영화제, 필리핀 시네마닐라국제영화제, 이탈리아 토리노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보라'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실시되고 있는 50인 이상 300인 이하 사업장의 현장보건관리 실태를 1년여간 촬영해 만든 다큐멘터리다. 2006년 첫 장편 다큐멘터리 '파산의 기술'로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평을 받은 이강현 감독이 꼼꼼히 담은 이야기다.

올해 독립영화는 '파수꾼' '무산일기' 등 수작들이 잇따라 등장, 한국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새로 개봉하는 이들 영화들을 모두 독립영화라는 카테고리에 넣을 순 없지만 저예산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독립'이란 찬사를 붙여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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