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이 돌아왔다. 2월2일 개봉하는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새해 관객과 만난다. 2010년 '악마를 보았다'로 5년만에 상업영화에 복귀한 뒤 다시 스크린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용서받지 못한자' '비스티보이즈'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 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해고 위기에 처한 비리 세관 공무원과 부산 최대 조직의 젊은 보스가 손을 잡고 맹렬한 시기를 살아가다 90년 노태우 대통령의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기까지 이야기를 그린다.
최민식은 비리 세관 공무원 최익현 역을 맡아 하정우 조진웅 등 젊은 후배들과 격렬하게 호흡을 맞췄다.
최민식은 한 때 충무로에서 타의 추종을 거부한 흥행력과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였다.
최민식은 1990년 TV드라마 '야망의 세월'에 꾸숑 역으로 스타덤에 올라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후 작품에서는 '꾸숑' 만큼 사랑을 받지 못하다 '서울의 달'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것도 잠시.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사고 등으로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넘버3'를 찍은 것도 이 즈음이었다.
그랬던 최민식은 1999년 '쉬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후 '올드보이' '파이란' '해피엔드' 등으로 한국영화 대표 얼굴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다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운동과 고액 출연료 논란 등으로 자의반 타의반 영화계를 떠나다시피 했다.
'악마를 보았다'가 최민식에게 복귀를 위한 전초전이었다면 '범죄와의 전쟁'은 메인이벤트다. 그는 장르와 생활연기를 넘나드는 연기본좌의 위엄을 과시했다. 최민식은 '범죄와의 전쟁'에 이어 차기작으로 이정재 황정민과 '신세계'를 찍기로 했다.
제3의 전성기를 연 최민식을 만났다.
-'악마를 보았다'가 최민식 복귀의 전초전 성격이었다면 '범죄와의 전쟁'은 메인이벤트 같더라. 이제야 최민식의 귀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던데.
▶'악마를 보았다'와는 장르적 성격이 다르니깐. 속된 말로 내게 '샷다 올렸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2007년에 했던 연극 '필로우맨'이었다. '샷다'를 올렸다는 내 마음이 중요하다. 늘상 평가는 있어왔던 것이니깐.
-2005년 '주먹이 운다' 이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영화 활동을 쉬었는데. 한 때 미운털이 박혀서 최민식이 출연하면 투자를 안하겠다란 소문 아닌 소문도 있었고.
▶100% 자의로 쉬었다. 작품 활동을 하려고 하면 할 수 있었다. 튀어나온 못이 망치를 맞는 법이고, 나는 못을 자처했었다. 내가 자처한 것이니깐 '샷다'를 내릴 때도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하진 않았다.
-다시 '샷다'를 올린 까닭은.
▶안하니깐 심심하고 생활이니깐.
-연쇄살인범을 강렬하게 연기했던 '악마를 보았다' 이후 차기작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선택한 게 의외이자 기대를 모았는데.
▶처음에는 윤종빈 감독이 시나리오를 갖고 왔을 때 큰 기대는 없었다. 어설프게 명작을 흉내 낸 게 아닌가싶기도 했고.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어보니깐 그게 아니더라. 최익현을 아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너무 생생해서. 그랬더니 살면서 자기가 본 아저씨들의 종합선물세트더라. 아버지들의 집 밖의 생활을 감독이 세상을 읽게 되면서 다시 짚어 본 것이다. 또 중구난방인 이야기가 어느 순간 교통정리가 되는 매력이 있고.
-윤종빈 감독의 전작들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어느 순간 샛길로 흘러가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익현 이야기로 전체를 관통하는데.
▶처음엔 이야기가 광대했다. 그래서 찍어놓고 정리하기보다 찍기 전에 먼저 정리하자고 했다. 이건 최익현의 드라마다라고 다들 뜻을 모았다. 하정우한테도 고마운 게 흔쾌히 동의해줬다.
-부산 사투리로 연기했는데. 사투리는 익히긴 어렵지만 캐릭터를 드러내기 쉬운 장치이기도 한데.
▶부산이 배경이니깐 사투리를 쓴 것이다. 감정을 드러내려면 사투리가 걸리고, 사투리에 신경 쓰면 감정이 잘 안살아 고생 많았다. 그야말로 어학연수를 했다.
-차기작이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인데. 조연이다. 주연인 이정재를 조폭 세계로 투입하는 형사과장 역인데.
▶박훈정 감독이 너무 아까웠다. '악마를 모았다' 작가로 처음 만났다. 재능이 엄청났다. '혈투'로 안됐긴 하지만 재능이 엄청난 감독이다. 그래서 주연이면 어떻고 조연이면 어떠냐 같이 하자고 했다.
-영화계를 잠시 떠난 뒤 송강호 설경구 김윤석 등이 빈자리를 매웠다. '범죄와의 전쟁'으로 송강호의 '하울링'과 관객 앞에서 본격적인 대결을 벌이게 됐는데.
▶경쟁이라기 보다 여유가 생겼다. '신세계'를 하는 이유도 속된 말로 영화판에 '니마이'(2류를 뜻하는 은어)가 너무 많다. 서로 대장만 하려하는데 내가 송강호 영화에 조연이면 어떻고, 송강호가 내 영화에 조연이면 어떠냐. 중원의 협객들이 각자 무공을 뽐내는 춘추전국시대에 서로 파견근무도 좀 해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나.
-하정우나 조진웅 등 후배들과 함께 팀플레이를 했는데.
▶내가 부담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몰입한다고 인상을 쓰면 난감해지지 않겠나. 그래서 선배가 되면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런데 워낙 애들이 기초가 탄탄해서 오히려 내가 행운아였다. 하정우는 그야말로 받을 준비가 돼 있는 친구였다.
-할리우드 영화 '세이프 하우스' 출연 제안을 받기도 했는데.
▶할리우드에서 동양인에게 배역을 제안한다는 게 악역 같은 전형적인 것들이라. 그리고 할리우드 진출이란 게 산업화 시대에 수출 역군 같은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너무 우리만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것도 문제 같지만.
-납치된 딸을 구하는 '바그다드'에도 출연하기로 했지만 진행이 늦어지고 있는데.
▶아직 제작에 들어가려면 먼 일인 것 같다. 먼저 비슷한 류의 영화를 찍지는 말자고 했다. 흉내내기보단 제대로 된 이야기로 준비하고 있다.
-영화계와 멀어졌던 시절을 보내다 다시 돌아왔을 땐 이 일에 어떤 로망 같은 게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나.
▶사명이나 책임감 이런 건 아니다. 그저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니깐. 그리고 내가 겪은 것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 시간에 대한 반성이 왜 없겠나. 자부심도 있고. 내게 세상에 소통하는 방법은 이것 밖에 없다. 또 내가 가장 즐겁게 하고 세상을 배운 것도 연기 밖에 없고. 그래서 세상의 시선에 좀 더 자유로워진 것 같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배인 이경규와 같은 소속사에 들어갔다. 이 소속사에서 이경규 영화를 공동제작하기도 하고. 이경규 영화에 출연하는 게 가시화 되는 것인가.
▶언제든 오케이다. 내가 1학년 때 경규형이 4학년 선배였다. 경규형은 각 학번마다 한 명씩 있던 삼수갑산 클럽의 대장이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만나면 영화 이야기를 한다. 두 사람이 같이 꾸었던 꿈을 오십이 넘어 이룬다는 게 좋지 않나.
-제3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 연쇄살인범 연기하고 CF 찍은 배우이기도 하고. 이렇게 슬럼프와 극복을 거듭하는 배우도 정말 드문데.
▶다 팔자려니 한다. 내 이름이 높을 최에 산이름 민, 심을 식이다. 이름에 산이 다 들어있다. 산이란 게 올라가면 내려가고 굽이굽이가 있지 않나. 후배들한테도 그런다. 야, 사귈 거 사귀고 해볼 거 다 해보라고. 그래야 배우가 인생을 연기에 녹일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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