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장자연·쌍용차..'돈의 맛'에는 ○○○이 있다②

[★리포트]

안이슬 기자  |  2012.05.16 09:23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 베일을 벗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재벌가의 돈과 섹스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를 예고해 기대를 모았던 만큼 뚜껑을 연 '돈의 맛'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돈의 맛'을 보다보면 어디에선가 많이 본 것 같은 장면을 만나게 된다. 이는 현실을 반영한 것 같기도 하고,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는 재벌가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기도 하다. 파격적인 정사신 만큼이나 시선을 끄는 '돈의 맛' 속 깨알 같은 포인트들, 알고 본다면 그 맛이 배가 되지 않을까?


영화 '하녀' 스틸

◆ 1960 하녀와 2010 하녀, 그리고 '돈의 맛'

'돈의 맛'의 윤나미(김효진)는 엄마 백금옥(윤여정)에게 어린 시절 불에 타죽은 하녀의 이야기를 한다. 바로 임상수 감독의 전작 '하녀'의 이야기다. 임상수 감독은 '돈의 맛' 곳곳에서 자신의 영화 '하녀'와 1960년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언급한다.

김효진은 제작 보고회에서 '하녀'에서 은이(전도연)의 죽음을 봤던 어린 소녀 나미가 성장해 '돈의 맛'의 나미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돈의 맛'의 나미는 돈에 중독되어 악행을 일삼는 가족들에게 환멸을 느낀다. 그들 때문에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한 죄의식도 가지고 있다.

백금옥과 나미, 나미의 조카는 집 안에 존재하는 극장에서 '하녀'를 관람한다. 영작(김강우)이 목을 졸리는 장면에서 그의 뒤에 있는 스크린에는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가 상영되고 있다. 2010년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1960년 '하녀'의 리메이크 작이기도 하다. 하녀와 주인의 관계, 그리고 그 하녀에 대한 안주인의 응징 등 두 '하녀'와 '돈의 맛'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영화 '돈의 맛' 스틸

◆ 말로만 듣던 '돈의 방'

예전부터 모 재벌그룹 건물에는 엄청난 금괴와 외화가 가득한 비밀 층이 있다는 루머가 있었다.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재벌가의 현금을 관리하려거든 그 정도의 스케일은 되어야 할 것 같다.

'돈의 맛'에도 5만 원 권과 달러가 가득 쌓여있는 '돈의 방'이 등장한다. 윤회장(백윤식)과 주영작은 이 돈의 방에서 현금을 쓸어 담아 고위공직자들에게 바친다. 영작은 이 공간에서 돈 앞에 갈등하고 돈 맛을 배워간다.

제작진이 준비한 소품용 돈은 5만 원 권 5만 장, 100달러 지폐 5만 장, 총 82억 원 상당이다. 물론 실제 재벌가에 현금 창고가 있다면 그에 비할 바가 못 되겠지만 물건마냥 쌓여있는 현금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미국인 사업 파트너 로버트(달시 파켓)와 윤회장의 후계자 철(온주완)이 마사지를 받으며 나누는 대화에서도 실제 재벌을 연상시키는 단어가 있다. 철은 로버트에서 "우즈베키스탄 구리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말을 건넨다. 이는 몇 년 전부터 이어져온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 자원 투자를 연상시킨다.

◆ 고(故) 장자연 사건

하녀 에바(마우이 테일러)와 불륜 사실을 인정하고 에바와 떠나겠다는 폭탄 발언을 하며 윤회장은 한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는"몇 년 전에 성상납 하다가 자살한 연예인 있잖아. 나도 그 자리에 몇 번 꼈었거든. 근데 걔는 그게 그렇게 싫었던거야"라고 말한다. 이어 윤회장은 "딸 같은 애잖아. 딸이지"라고 나지막이 말한다.

이를 본 관객은 2009년 고(故) 장자연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장자연은 2009년 술 접대와 성상납 강요 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연예인 성 상납 문제를 사회 전면에 떠오르게 한 이 사건에 대한 감독의 생각을 반영하는 장면이다.

임상수 감독은 기자 간담회에서 "정치 스캔들로 소화하기 보다는 그 전체가 한국 사회의 문제인 것 같았다"며 "꼭 제 식으로 소화해야 할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여서 정식하게 진지하게 언급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 '돈의 맛' 스틸

◆ 쌍용차 노조로 본 계급갈등

로버트와 윤회장의 후계자 철이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그들이 눈을 둔 TV에는 쌍용차 노조의 시위를 진압하는 화면이 지나간다. 시위 모습에 대해 묻는 로버트에게 철은 그 모습에 "아파트 한 채씩 주고 중산층 놀이를 하게 해줬어야 하는데"라고 비꼰다.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장면은 감독이 쌍용차 노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인상을 받아 삽입한 것.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자신들의 아래서 일을 하는 월급쟁이들을 바라보는 재벌의 시선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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