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도둑들2' 주인공 전지현과 김수현? 신기"②

전형화 기자  |  2012.07.18 09:50
임성균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오달수 김해숙 임달화, 이 초호화 캐스팅을 성사시킬 수 있는 감독이 또 있을까? 최동훈 감독이 '도둑들'로 돌아왔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로 연타석 안타를 날리더니 '도둑들'로 사이클링히트를 노린다. '도둑들'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모인 한국과 홍콩 10명의 도둑들이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지난 10일 일찌감치 기자시사회를 연 뒤 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최동훈 감독은 복도 많다. 막내 김수현이 영화를 찍은 뒤 '해를 품은 달'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김수현 분량을 늘리라는 모종(?)의 압박에도 "찍은 게 없다"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에 앞서 개봉하는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꼭 아이맥스에서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도둑들'이 자신 있다는 얼굴이었다.


-한국배우들 뿐 아니라 중국배우들 면면도 화려한데. 현장에서 기싸움도 대단했을 것 같고. 말하자면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어떻게 지휘했나.

▶내게 배우들은 호기심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고 욕망의 대상이다. 이 영화에서 리허설을 딱 한 번 했는데 홍콩에서 모든 배우들이 만나는 장면이었다. 한국으로 죄다 배우들을 불러서 했는데 엉망이었다. 준비를 안했으니 당연했다. 그런데 그 때 이 영화를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알았다.

홍콩에서 그 장면을 3일째 되는 날 찍었다. 그동안 몰아치듯 찍었다. 배우들이 남의 연기를 신경쓰지 않도록. 그때까진 잘 안 찍히더라. 그런데 그날 잘 돌아가는 게 느껴졌다. 임달화가 그 장면을 찍고 김윤석이 누구냐라고 묻더라. 그러면서 너희 진짜 캐스팅 잘했다고 하더라. 전율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갔다.

임달화는 정말 멋있었다. 원래 홍콩배우들은 12시간 지나가면 오버차지를 받아야 해서 촬영 끝나면 간다. 그런데 임달화가 오버차지 필요 없다고 한국배우들과 같이 있겠다고 했다. 임달화가 그러니 다른 배우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김윤석이 나중에 저렇게 늙고 싶다고 하더라.

-배우들의 이름이 모두 별명으로 기억된다. 그 만큼 캐릭터가 강렬하기도 한데.

▶범죄영화가 좋은 게 그런 것 같다. 닉네임으로 기억되니깐. 김윤석은 마카오에서 사건을 벌였으니 마카오박이고, 전지현은 애니콜 모델이었으니깐. 원래 애니콜이었는데 삼성의 항의로 예니콜로 바꿨다. 김혜수의 펩시는 원래 촬영장에서 김혜수는 혭씨라고 불렀다. 이정재 뽀빠이는 원래 자기가 대장인 줄 아는데 알고보면 허당이란 의미로 만들었다. 김해숙 씹던껌은 원래 어머니라고 대본에 썼다가 껌을 붙이는 장면을 쓰면서 다시 전부 씹던껌으로 바꿨다. 인생이 씹히면서 살았다는 의미도 있고.

-김수현의 잠파노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을 워낙 좋아해서 붙였다던데. 그런데 오달수의 앤드류와 바뀐 느낌도 있는데. 외모로는.

▶맞다. 현장에서 김수현을 앤드류로, 오달수를 잠파노로 부르기도 했다. 달수 선배한테 '앤드류가 영국 왕자 이름인 거 알죠'라고 했더니 다른 앤드류도 많을 거다고 하더라. 잠파노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캐릭터다. 안소니 퀸 전기도 봤을 정도다. 그런데 김수현이 앤드류면 너무 뻔했을 것 같았다.

-유해진 말고 오달수와 한 건 김혜수 때문인가.

▶나 편하자고 그랬던 건 아니다. 원래 오달수와 하고 싶었다. '전우치'때도 하고 싶었는데 오달수 선배가 운전면허가 없어서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한국어와 중국어와 일본어가 나오는데 그 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했다. 그래서 오달수를 중국 도둑에 넣으면서 자연스럽게 해결하려 했다.

-'전우치' 때 와이어를 한 게 '도둑들' 때문이 아닐까 싶을 만큼 후반부 와이어 액션이 훌륭했는데. 총격전과 교차편집을 한 데다 이정재,전지현 장면으로 웃음도 줬는데.

▶'전우치'를 잘 한 것 같다. 우선 한국에서 총이 나오는 액션은 사람들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홍콩 도둑들이 온다는 설정을 넣고. 와이어 액션과 교차편집을 했다. 원래 액션을 찍을 때 소심한 편이다. 점프컷으로 넘어가지 않고 모든 장면을 다 넣어야 하는 편이다. 그래서 '전우치' 때는 액션이 길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이번에는 총격신이 있고 김윤석이 건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와이어로 이어지는 동선이 있어야 했다. 모든 것을 자세히 보여줘야 했고. 이런 고민을 무술감독과 했는데 무술감독이 내 이야기를 듣고 액션스쿨 담벼락에서 데모로 찍어왔다. 그게 콘티가 됐다. 무술감독이 김윤석과 '황해'에서 같이 한 사람이라 배우와도 잘 통했다. 그런데 다 찍고 났더니 '미션임파서블4'가 나오더라. 허걱했다. 또 욕먹겠구나란 생각도 들었고.

-홍콩에서 찍기도 했지만 총격신을 보고 홍콩느와르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은데.

▶전혀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걸 보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는 홍콩영화보단 할리우드 영화를 더 좋아했다. 머리속에 주윤발과 '다이하드'가 섞여 있다고 할까나. 임달화가 김해숙을 끌어안고 총을 쏘는 그런 정서를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

-김윤석과 4작품을 했는데. 더 뽑아먹을 게 있나.

▶더 뽑아 먹을 건 있는 것 같다. 다만 둘 다 타성에 젖으면 안되니깐. 언제나 작품이 우선이다.

-김윤석과 김혜수의 순정이 영화의 큰 줄기인데 다른 것들이 더 많이 보여지기도 하는데.

▶내 안에 전략이 있었다. 원래 메인 주제가 표면에 드러나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서브플롯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중에 서브플롯들이 하나씩 떨어져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메인 주제가 떠오르게 하는 걸 선호한다. 말하자면 '길'에서 아무도 순정이라고 말하지 않지만 마지막에 안소니 퀸이 야수가 표호 하듯 외치면서 다들 느끼지 않나.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런데 아직 공력이 너무 멀었다. '전우치'를 나중에 복기하면서 내가 시나리오를 잘못 썼다는 생각이 들더라. 끊임없이 의심을 해야 하는데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 의심 없이 해버린 것 같더라. '도둑들'은 '범죄와의 재구성' 이후 가장 의심하면서 쓴 시나리오다.

-'도둑들2'를 찍는다면 정말 전지현과 김수현이 주인공이 되나.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는 게 신기하더라. '도둑들'에서 전지현과 김수현의 사랑은 내가 할 수 있는 끝을 보여준 것이다. 사랑해라고 하는 순간 사랑하는 느낌이 사라질까 두렵다.

-제작자인 부인과 세운 회사 이름이 케이퍼필름이다. 다음에는 어디를 털 생각인가.

▶어디를 털지 고민이다.(웃음) 다음에는 경찰이야기를 하고 싶다.

-도둑질하는 경찰 이야기인가.

▶너무 내 속이 읽히는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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