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안. 기자는 가슴이 몹시 설렜다. 그곳이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일본 공연의 성지'라 불릴까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1964년 도쿄 올림픽 경기장으로 쓰려고 만들어진 곳, 1만석 규모에 비틀스, 딥 퍼플, 오아시스 등이 공연을 펼친 곳, 보아 동방신기 류시원 등 많은 한류스타들이 무대에 선 곳. 바로 도쿄 기타노마루 공원에 있는 부도칸(武道館)이다.
여장을 푼뒤 버스를 타고 부도칸 정문 앞에 도착하니 굵은 붓글씨로 쓴 현판부터 눈길을 잡아맨다.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면 무대 정면에 대형 LED가 있고 그 앞에 대형 스피커가 공중에 매달려 있다. 객석은 3층까지. 이런 모양새는 우리나라 장충체육관이나 올림픽홀, 아니면 지난해 9월 2NE1이 콘서트를 펼친 요코하마 아레나와 엇비슷했다. 다른 게 있다면 천정에서 내려뜨린 초대형 일장기.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1~3층 객석은 이미 꽉 찼다. 이날 주인공은 걸그룹 티아라. 지난 2009년 7월말 "안녕하세요. 신인그룹 티아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편집국이 떠나갈 정도로 우렁차게 첫 인사를 했던 은정 큐리 소연 지연 효민 보람 여섯 멤버들. 소연은 소녀시대 출신이었고, 보람은 70~80년대 톱스타 전영록의 친딸이어서 이래저래 화제가 많이 됐다. 당시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다비치와 씨야의 소속사에서 처음 내놓은 걸그룹, 조성모 대박 신화를 낸 프로듀서 김광수의 첫번째 걸그룹이란 기대도 상당했다.
하지만 이들만큼 데뷔 때부터 논란이 많았던 걸그룹도 드물다. 이들은 데뷔하자마자 인기 TV예능프로그램(MBC '라디오스타')에 출연,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을 자초했다. "누구 빽이냐?" "예능프로 대신 가요프로부터 시작해라" 등등. 지연은 '제2의 김태희'라고 자신을 홍보(?)해 팬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이러한 극단의 기대와 색안경 속에 험난한 가수의 길을 시작한 이들이 만 3년만에 이곳 부도칸 무대에 선 것이다.
공연 시작 전 이들의 레퍼토리도 확인할 겸 가방에서 아이팟을 꺼냈다. 그리고는 전날 미리 챙겨둔 티아라 곡을 줄창 들었다. 싱글앨범, 미니앨범, 정규 1집, 정규 1집 리패키지 등 앨범이 총 15장이었고, 발표곡이 데뷔곡 '거짓말'을 비롯해 총 61곡이었다. 물론 소속사 동료 다비치와 지금은 해체한 씨야와 함께 부른 '우리 사랑했잖아' '원더우먼'을 포함한 것이다. 어쨌든 '티아라 노래가 이리 많았나?' 싶을 정도로 만 3년의 걸그룹으로서는 풍성한 레퍼토리였다.
공연이 시작됐다. '롤리폴리' '너때문에 미쳐' 'Cry Cry' 'Day by Day' 'yayaya' '왜 이러니' '너 때문에 미쳐' '처음처럼' '러비더비' '보핍보핍' 등이 쉴 새 없이 불려졌다. 물론 최신곡 'DAY BY DAY'를 빼면 전부 일본어 버전이다. 2시간 공연 내내 양복입은 일본인 아저씨, 팔뚝에 문신을 새긴 폭주족 스타일의 청년, 고양이 귀 모양의 머리띠를 한 20대 여성들까지 모두 이들의 무대에 열광했다. 이들은 단 한번도 자리에 앉지 않고 야광봉을 흔들며 연신 '티-아-라'를 연호했다. "다들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고 했던 이들의 '여기'는 바로 부도칸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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