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말복이었는데, 어떻게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배우 이종혁(37)의 말투, 참 자연스러웠다. 그의 첫인상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KBS 2TV 드라마 '추노' 등을 통해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그의 이미지들과는 달랐다. 인터뷰 내내 유쾌하면서도 솔직한 그였다.
종영을 2회 앞둔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이하 '신품')에서의 극중 이정록과는 또 다른, 이종혁과의 약 두 시간에 걸친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도곡동 근처 모 갤러리에서 그를 만났다.
◆ "'신품' 이후 주위 반응에 놀라..'신품', 흥행 걱정 안했다"
이종혁은 '신품' 촬영이 끝난 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태어난 날, 정록을 보내다"라는 말을 남겼다. 지난 7월30일은 자신의 생일이자, '신품'의 촬영을 마무리하며 이정록과 헤어지는 날이기도 했다.
"촬영 끝나고 모든 스태프들하고 인사하면서 아쉽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해서 글을 올렸는데 올리고 나니 더 허전하더라고요. 이정록에 대한 애정이 가서 그런지 그 글에 대한 의미가 더 되새겨졌죠."
특히 이정록은 '신품' 출연 이후 트위터를 통해 네티즌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이렇게 반응이 많았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신품'이라는 작품이 40대 남성들의 이야기를 잘 그려내서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큰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없지만 트렌디 드라마로서는 멋진 작품이었어요. 대본 읽으면서도 정말 재미있었고, 촬영 초반에도 분위기도 좋아서 '흥행'에 대한 걱정도 크게 하지 않았죠. 동시간대 방송됐던 KBS 2TV '개그콘서트'도 왠지 시청률에서 이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웃음)
'신품'을 통해 많은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이종혁과 '이정록'. 엇비슷한 이름의 두 인물은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단순한 성격에 거짓말을 잘 못해서 티가 나는 성격은 비슷한 것 같아요. 물론 이정록이라는 인물이 이종혁에게서 나온 캐릭터이겠지만요. 그래도 저는 이정록처럼 대책 없이 바람기만 많지는 않아요.(웃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작가님께서 잘 수위 조절을 잘 해주셨던 것 같아요. 이정록도 대책이 없을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모습도 있고 박민숙(김정난 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 "자전거 신 가장 기억에 남아..'신품', 공감 있지만 판타지 드라마다"
이종혁은 '신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박민숙과의 '자전거 신'을 꼽았다.
'신품'은 신선한 재미와 훈훈한 로맨스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이정록-박민숙 커플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들로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서 이종혁은 '신품'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전했다.
"'신품'이 가진 구성 자체는 사실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신품' 안의 모습들을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고요. 극중 인물들이 일반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의 설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죠. 저희 커플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래도 그것들을 차치하고라도 극중 설정이 아닌 인물들의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억지스럽지 않게 표현됐던 부분들이 공감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이종혁은 "이정록을 연기하면서 내 느낌대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서도 "좀 더 정록스럽게 오버하는 모습을 보이는 부분은 조금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가 오버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이정록을 연기하면서 가끔 감독님께서 '재미없다'고 말씀하면 '이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감독님께서 적절하게 잘 지적해주셔서 이정록이라는 인물도 잘 표현했던 것 같아요. 자칫 잘못 표현하게 되면 더 이상해질 수 있으니까요."
◆ "CF 계약, 김은숙 작가와 약속 지켜..'신품' 영화버전 재미있을 듯"
이종혁은 '신품'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와의 인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신품' 캐스팅 당시 다른 작품 출연 제의도 있었어요. 처음에 시놉시스도 안 보여주고 출연 제의를 해서 궁금했는데 당시 김은숙 작가가 그렇게 유명한 작가인지 잘 몰랐거든요.(웃음) 김은숙 작가의 전작 '파리의 연인'과 '시크릿 가든'을 보면서 극중 단역들에 대한 설정도 설득력 있게 표현하신 것을 보면서 '신품'의 '4인방' 중에서 비중이 적더라도 나름 좋은 캐릭터로 표현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신품'에 합류하게 됐죠."
이종혁은 "예전에 '신품' 제작발표회 때 김은숙 작가가 '신품' 찍으면 나중에 CF 찍게 해주겠다고 말했었는데 결국 CF 계약이 되어서 약속을 지킨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이종혁에게 그만큼 '신품'은 더없이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었을 것 같다. 이종혁은 '신품'을 통해 좀 더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전작 '말죽거리 잔혹사', '추노' 등에서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을 것이다.
"연기를 잘 한다는 게 연기를 잘 표현하는 것과 그저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것이 분명 다르다고 생각해요. '말죽거리 잔혹사'나 '추노'에서는 제 실제 성격과는 다른 모습의 캐릭터여서 기술적인 측면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춰서 연기했다면 '신품'에서는 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종혁은 "앞으로도 연기를 하면서 시청자들이 배우 이종혁을 보면 '평상시에도 저럴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연기를 연기로서가 아닌, 진짜 리얼한 모습으로서 표현될 수 있게 하는 배우가 이종혁에게는 진정한 배우다.
"'신품'이 드라마이다 보니 그래도 좀 더 리얼하게 표현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좀 아쉽기도 해요. '신품'이 만약에 영화로 제작됐거나 했다면 분명 더 야하고 더 리얼하지 않았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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