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눈에선 레이저가..이민정도 반했으리라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2012.08.20 09:48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이병헌의 눈에선 레이저가 나간다. 그와 연기를 하며 지근거리에서 마주했거나, 인터뷰 등으로 눈을 마주 한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가끔 순정만화에서 등장하는 별이 둥둥 떠 있는 레이저가 눈에서 나오기도 한다.

이병헌의 눈은 매력적이다. 송아지 눈망울처럼 커다란 눈은 때로는 순수하게 때로는 거칠게 느껴진다.

이병헌의 레이저를 처음 맛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04년 일산 SBS 제작센터 화장실에서였다. 소소한 시비 끝에 화장실에서 잠시 보자는 이병헌을 따라갔다. 고등학교 이후 누군가 화장실에서 이야기하자는 건 처음이었다. 코앞에서 마주한 이병헌에 대한 강렬한 인상은 '작다, 그리고 눈이 뜨겁다'였다.

화장실에서 이병헌과 나눈 대화는 그 뒤로 이 배우와 길고 긴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의 작품을 보다가 무심코 '아, 눈이 참 좋구나'란 생각도 자연스럽게 갖게 됐다.

그 뒤 이병헌과는 기사로 쓸 수 있는 이야기와 없는 이야기를 오가며 여러 일화를 남겼다. 남들은 차마 안 물어 보는 질문을 한다는 그와 남들이 안 물어보니깐 한다며 다투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정말 좋았다고 하면 "안 그러던 사람이 왜 그러냐"는 답이 돌아왔다.

그의 할리우드 진출작인 '지.아이.조'에 대해 할리우드에서 이병헌의 매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썼다가 "기사 좀 그렇게 쓰지 말라"는 일갈을 듣기도 했다. 예의 레이저와 함께.

그랬던 이병헌이지만 그가 처음으로 사람처럼 느껴진 건 2010년 '악마를 보았다'로 마주 앉았을 때였다. 그동안 이병헌은 여러모로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완벽함을 추구해서일까? 연예계가 판타지 소설이라면 그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같았다. 웃고 울더라도 영화 속 주인공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악마를 보았다'로 이병헌을 보았다. '악마를 보았다' 출연을 결정하고 찍었을 때 이병헌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드라마 '아이리스'를 찍은 직후에 연이어진 촬영 이라 체력이 바닥난 데다 소송까지 겹쳐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상당했다.

'악마를 보았다' 촬영장도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최민식과 기싸움에, 달라진 시나리오, 한 겨울에 계속된 혹독한 촬영, 이병헌은 그 안에서 사투를 벌였다.

영화 개봉 직전 이병헌과 단 둘이 만났다. 차가운 불같은 연기가 그 상황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고 했다. 이병헌은 백조가 우아하게 호수에 앉아 있는 것 같지만 물 밑에선 죽을힘을 다해 발길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민낯은 새로웠고, 은은한 눈빛은 또 다른 매력이었다. 알고 지낸 지 8년이 지나 처음으로 그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이병헌도 대화가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회사 창간을 기념해 머니투데이 축하 인사를 전해달라고 이병헌 소속사에 요청했다. 이병헌은 "전형화 기자가 '지.아이.조' 때는 다들 좋게 썼는데 안 좋게 썼다. 그리고 '악마를 보았다' 때는 너무 잘 했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좋게 말하면 독특한 기자"라는 요지의 글을 보내왔다. 토씨 하나 안 고치고 신문에 실었다.

이병헌이 지난해 '악마를 보았다'로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탔을 때 "키도 크지 않은 저 같은 배우에게"라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수상을 축하한다며 "배우로 작품 속에서 만나면 커보인다"는 요지의 문자를 보냈다. 물론 답장은 없었다. 최근 다시 확인해봤지만 전화번호는 바뀌지 않았다.

이병헌이 이민정과 열애사실을 공개했다. 이민정도 이병헌의 레이저에 반했으리라. 조심스러울 법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 열애설이 떠돌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조심스러울 법 했다. 이병헌이니깐.

이병헌은 톱스타인 동시에 톱배우인 국내에는 드물게 삶에 드라마가 있는 배우다. 작품 속과 생활에서 함께 존재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아시아를 넘어 할리우드, 거기에 칸국제영화제까지 발을 디딘 한류스타의 선봉격이기도 하다.

이병헌은 이민정과 열애 사실을 공개하며 "둘만의 개인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가족들이나 각자 소속사와의 관계도 있다 보니 감정에만 치우쳐 경솔하지 않으려 좀 더 신중하고 싶었던 것이 열애설을 부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된 듯 싶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제 제겐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관계를 진중하게 이어가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병헌이 이민정과 교제 사실을 밝히자 인터넷엔 말들이 넘쳐난다. 혹자는 악담을 퍼붓기도 한다. 그런 글들의 이면엔 누군가가 남긴 댓글 속 감정이 담겨있는 것 같다. "남자로 태어나서 한 번쯤 이병헌처럼 살고 싶다."

이병헌은 9월3일 영화 '광해, 조선의 왕' 기자 시사회 때 취재진 앞에 선다. 이병헌이 처음으로 사극에, 그것도 1인2역에, 그것도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관심은 온통 이민정 이야기로 쏠려 있지만. 영리한 그는 적절한 이야기를 던질 것이다. 딱 그만큼만.

이병헌은 홍보 활동을 마친 뒤 영국 런던으로 떠나 브루스 윌리스와 영화 '레드2'를 찍는다. 악역이지만 반전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지난 칸필름마켓에서 이병헌이 출연한다는 것 외에 영어 시나리오만으로 국내 수입사에 20억원에 팔렸다. '레드' 1편은 국내에서 80만명 밖에 들지 않았다. 그야말로 이병헌의 힘이다.

이병헌은 할리우드에서도 레이저를 계속 쏠 것 같다. 내년 초엔 '지.아이.조2' 개봉도 앞뒀다. 이병헌과 이민정의 결혼을 바라마지 않는 사람들에겐 빨라야 그 언저리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이병헌이 여인에게 쏘는 레이저는 한 여자만의 것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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