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피에타' 주역들의 일성은 간결했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피에타'를 관객들이 많이 볼 수 있도록 영화관에 좀 걸어달라는 것이었다.
11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영화 '피에타' 귀국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영화인 '피에타'는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 지난 8일(현지시각) 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김기덕 감독의 첫 황금사자상이자 한국 영화 최초의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 최고상 수상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기덕 감독과 조민수, 이정진 등 황금사자상 주역들의 모습과 목소리를 담으려 취재진이 몰렸다.
하지만 '피에타' 주역들은 기쁨보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번 영화제에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꼽혔던 조민수는 "다녀온 뒤에도 '피에타'가 걸려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상을 받았는데도 많이 안 걸려있다더라"고 토로했다. '피에타'가 황금사자상 수상작인데도 불구하고 스크린수도 적을 뿐더러 교차상영에 내몰린 것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낸 것.
조민수는 "보려고 해도 관이 없어서 못 봤다는 분들이 많다"며 "이 영화가 황금사자상을 왜 받았는지 영화를 봐야 평도 해줄텐데 그런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정진도 "'피에타'가 큰일을 했는데 해외에서만 인기 있고 극장 수가 턱없이 부족한 걸로 알고 있다.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실제 '피에타'는 지난 6일 150개 미만 스크린에서 개봉했으나 첫날부터 교차상영에 내몰렸다가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객이 몰리며 1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 그럼에도 아직 상영회차에서는 여느 상업영화에 비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기덕 감독은 "조민수 이정진 두 분도 말했듯 '피에타' 극장이 많지 않다"며 "그렇다고 김기덕이 멀티플렉스 폐해를 주장하면서 두 관을 차지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다만 하루에 몇 차례라도 상영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은 "퐁당퐁당(교차상영)이다보니 관수는 의미가 없고 (상영)회차가 문제"라며 "아직 많은 영화들이, 여전히 '도둑들' 같은 영화가 회차가 1000회, 1500회 이상이고 저희가 4-500회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저희 점유율이 45~65% 정도 되더라. 그 정도면 관을 늘리는 게 상도인 걸로 아는데 그렇지 않더라"라며 "(다른 영화는) 점유율이 10%, 15%인데도 기록을 위해 관을 안 빼고 있더라. 나는 그게 '도둑들' 아닌가 생각을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6일 개봉한 '피에타'는 황금사자상 수상 이후 관객수가 급상승하며 지난 10일에는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르는 등 화제 속에 누적관객 1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피에타' 흥행 전망은 불투명하다. 국내 최대 투자배급사 CJ E&M이 전력투구 중인 '광해, 왕이 된 남자'가 개봉일을 일주일 앞당기면서 '피에타'를 위협하고 있다.
김기덕 감독으로선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더라도 여전히 상업영화 시스템에서 악전고투를 벌여야 할 것 같다.
앞서 김기덕 감독은 지난해 제작자로 나선 '풍산개' 개봉 당시에도 '트랜스포머3'이 한국 극장 전체 스크린의 60%를 차지한 사례나 '고지전'이 개봉을 며칠 앞두고 변칙상영을 한 데 대해 "작은 규모의 영화들이 불쌍하지도 않나 봅니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었다.
2006년 '괴물'이 개봉했을 때에도 비슷한 시간에 개봉한 '시간'에 스크린독과점에 피해를 입는다면서 MBC '100분 토론'에 참가하기도 했다.
'피에타'가 황금사자상 효과를 계속 이어가서 김기덕 감독 영화 중 최고 성적을 낼 수 있을까? 김기덕 감독의 최고 흥행작은 2002년 '나쁜남자'가 74만 명을 모은 것이다. 제작 최고 흥행작은 132만 명이 관람한 '영화는 영화다'이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는 시장이 없으면 안되지 않나"라며 "아무리 발버둥 쳐도 시장이 없고 극장에서 안 걸어주면 안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황금사자상을 타오면 극장 관계자들이 문을 좀 더 열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관객들도 이 영화를 좀 더 봐주지 않을까란 생각에 이 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기덕 감독은 "상을 타지 못했다면 '피에타'도 다른 제 영화들처럼 묻히지 않을까 그런 위기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관객들이 제 영화를 볼 수 없는 환경이고 관객들이 안 봐준다면 영화를 더 할 욕망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금사자를 타고 돌아온 김기덕 감독, 그의 고단한 싸움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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