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의 가을

김수지 더스타 기자  |  2015.11.06 09:03
배우 박보영 /사진제공=더스타


가녀린 화초인 줄 알았더니 바람 따라 유연하게 흔들리는 들꽃이더라. 박보영과의 인터뷰는 한때 그녀가 좋아한 김용택 시인의 시 '생생'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시 구절을 달달 외울만큼 좋아해요. 사람들이 시를 왜 읽지? 궁금해하다가 읽게 됐는데 빠져버렸어요. 시가 이런 거구나, 이런 감정이구나 느끼게 됐죠." 그녀는 시처럼 소박하고 소소한 것들이 좋다고 했다. 요즘 같은 가을에 우수수 떨어진 낙엽을 밝는 일같은 것 말이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좋아요. 이맘때 여행 가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딜 가도 예쁘잖아요. 가을이 주는 스산함마저 낭만적인 것 같아요."


사실 그동안 박보영은 흘러가는 계절을 느긋하게 즐길 여유가 없었다.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소심한 나봉선과 음탕한 나봉선을 오가는 1인 2역을 도맡느라 정신없었고, 영화 '돌연변이'에서는 생선으로 변해버린 남자친구를 바라보며 열연을 펼쳐야 했다.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는 사고뭉치 연예부 수습기자 ‘도라희’를 선보일 예정이다. 언제나 그랬듯 그녀는 출연작마다 전혀 다른 제2, 제3의 박보영을 완벽하게 담아내고 있다.


배우 박보영 /사진제공=더스타


"주위에서 항상 엇갈린 얘기들을 해요. ‘네가 잘할 수 있는 안전한 길을 가!’ ‘언제까지 안전한 길로만 갈래?’라고. 스스로 내린 결론은 ‘한 번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도전하자’는 거예요. 아직은 20대니까 해보고 안 어울리는 게 무엇인지, 다음번에 더 노력해야 할 점은 뭔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직접 경험하고 싶어요. 다양한 역할을 해보면서 미처 알지 못한 제 모습을 찾아가는 거죠."

연기라는 영역에 제한을 두고 싶지 않다는 그녀는 작은 손을 동그랗게 모아 원을 만들며 말했다. ‘조금씩 조금씩이지만 그 영역을 둥글고 크게 키워나가고 싶다’면서 말이다.

배우 박보영 /사진제공=더스타


인터뷰 도중 박보영은 불쑥 자신의 스마트폰에 담긴 풍경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오전 5시 28분에 찍힌 그 사진은 부산 해운대 앞 바다 위로 서서히 동이 트는 장면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스케줄로 부산에 방문했다가 '돌연변이' 영화팀과 해운대 바닷가에서 맥주를 마셨어요. 마시다 보니 이렇게 동이 트더라고요."

사진 속에는 해 뜨는 그 광경을 보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건 마치 그녀의 다음 행보를 기다리는 관객들 같았다.

"작품을 가지고 나왔을 때 ‘이번에는 박보영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그렇게 기다리고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녀의 바람은 그리 머지않은 곳에 있어 보인다.

<박보영의 미니 인터뷰>

배우 박보영 /사진제공=더스타


"평소 주얼리는 반지 하나, 귀고리 하나 정도만 하는 편이에요. 그것도 엄청 심플한 디자인만 골라서 껴요. 액세서리가 조금만 화려해도 너무 꾸민 것 같아 쑥스럽거든요. 사실 주얼리를 이렇게 많이 레이어드한건 처음인데 정말 예뻐 보이네요."

배우 박보영 /사진제공=더스타


"제가 쌍꺼풀이 없어 메이크업을 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요. 웃음이 많아서 자주 웃다 보면 눈 주변이 번지기 일쑤고요. 진한 메이크업 대신 피부톤을 고르고 자연스럽게 연출하려고 해요. 주위 사람들이나 친구들은 제가 노 메이크업인 줄 아는데 그럴 때마다 엄청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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