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보라스의 시즌, 보라스의 딜레마, 보라스의 어록

장윤호 기자  |  2017.11.21 09:47
스캇 보라스. /AFPBBNews=뉴스1

MLB 스토브리그에서 최고의 스타는 누구일까. 올해의 경우 가장 주목받는 이름으론 마이애미 말린스의 거포 장카를로 스탠튼과 일본 출신의 투타 겸용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가 있다. 과연 이들이 어느 팀으로 가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다. 오프시즌이 3주째로 접어들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스토브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두 거물의 거취문제가 아직 미정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들의 움직임이 완료된 후에야 나머지 거물급 프리에이전트(FA)들의 계약과 대형 트레이드들의 도미노 현상에 시동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메이저리그의 지금 분위기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메이저리그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다. 지난 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단장회의에서도 취재진들은 단장회의의 주인공들인 단장들을 제쳐두고 보라스 옆으로 몰려들었다. 메이저리그의 스토브리그 시즌의 굵직한 뉴스는 거물 FA선수나 스타 단장들이 아니라 바로 이들을 연결시키고 막후에서 이 모든 움직임을 조율하는 보라스의 입에서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올해 FA로 나선 선수들 가운데 보라스가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선수들을 살펴보면 왜 그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최고의 뉴스메이커가 될 것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FA 선수들 가운데 최대 거포인 J.D. 마르티네스와 최고 투수인 제이크 아리에타를 비롯, 에릭 호즈머, 마이크 무스타카스, 카를로스 곤잘레스, 카를로스 고메스, 제레메 헬릭슨 등 내로라하는 거물들이 모두 보라스의 선수들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보라스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으면서도 보라스와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이처럼 보라스가 주요선수들을 대거 쥐고 있는 것은 이번 FA 시즌이 초반에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보라스는 자기 선수들의 계약 협상에 있어 가능한 최상의 조건을 짜낼 조건과 환경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쉽게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도 않는다. 경우에 따라선 마음에 드는 조건의 계약이 나오지 않으면 스프링 트레이닝 개막 직전까지도 협상을 이어가고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바로 구단 프론트 오피스를 건너뛰고 구단주를 직접 공략하기도 한다. 그런 보라스가 올해 FA 클래스 중 거물급의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으니 FA 계약 페이스가 많이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이번 오프시즌엔 흥미로운 가능성도 존재한다. 바로 아무리 보라스라도 쉽게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있으니 바로 자기 선수들 간에 이해상충이 되는 경우다. 같은 팀이 자기 선수 2명 중 한 명을 원할 때 과연 누구와의 계약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가 하는 문제는 아무리 보라스라도 풀기가 쉽지 않은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우 마르티네스와 호즈머에 모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둘 다가 아니라 둘 중 하나와 계약이 필요하다. 마르티네스와 호즈머를 모두 대표하는 보라스 입장에선 레드삭스에 누구를 더 적극적으로 미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에이전트로서 두 선수에게 모두 최상의 계약을 찾아줘야 하는 입장에서 자칫 곤혹스런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과거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계약 협상에서 당시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주 톰 힉스와 직접 협상을 진행하면서 사실상 힉스를 자기 자신과 경쟁하게 만들어 계약규모를 당시로는 상상불가 레벨이던 10년 2억5천200만달러까지 끌어올렸을 정도로 블러핑과 술수에 능한 보라스지만 자기 선수끼리 경쟁하는 모양새가 된다면 아무래도 운신의 폭이 크게 제한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올해 스토브리그의 경우엔 한 팀이 보라스의 선수 여러 명을 놓고 저울질을 하는 경우가 여럿 나올 수 있어 그럴 경우 과연 보라스가 어떤 작전으로 나설지 흥미로운 협상과정이 가대되고 있다.

아직까지 보라스의 FA 선수들 가운데 계약과 관련, 별다른 움직임이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보라스는 지난주 단장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흥미로운 코멘트를 다수 쏟아내 주목을 받았다. 어떤 뜻인지 대략 짐작은 가지만 상당히 알쏭달쏭하게 느껴지는 코멘트들이 매우 재미있고 왜 오프시즌을 ‘보라스의 시즌’이라고 부르는지 느끼게 해준다. ESPN이 메이저리그 구단들을 상대로 내놓은 보라스의 수수께끼 같은 코멘트들에 숨어있는 메시지를 나름대로 풀이한 것을 소개한다.

제이크 아리에타. /AFPBBNews=뉴스1

-(아리에타에 관하여) “그는 나무에 도토리를 많이 갖고 있는 큰 다람쥐다.”(He's a big squirrel with lots of nuts in his trees)
(해석) “그는 FA계약으로 그를 영입하기 원하는 구단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 선수다.”

-(FA계약에 많은 돈을 쓰지 않기로 결정한 팀들에 대하여) “이것은 돈을 지불할 여력이 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지불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들은 플레이오프 마을(Playoffville)이라는 게이트 주택단지에 살고 있지 않다.”
(해석) “돈을 쓰지 않는 구단들은 재정적으로 여력이 없어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다. 결국 플레이오프에 나갈 경쟁력을 갖출 만큼 돈을 쓰지 않는 구단은 자신들의 경기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을 하는 것이다.”

-(뉴욕 메츠에 대하여) “메츠는 플레이오프빌(Playoffville)의 궁궐 같은 대저택에서 살 수 있는 모든 것을 갖고 있다. 문제는 언제 (대저택의) 공사를 시작하느냐 하는 것이다”
(해석) “메츠는 플레이오프 경쟁후보가 될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그런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언제부터 돈을 쓰기 시작하느냐 하는 것이다.”

-(플레이오프빌에 대하여) “플레이오프빌에서 살려면 재산세를 내야한다.”
(해석) “플레이오프에 가려면 필요한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돈을 써야 한다.”

-(자신의 FA 선수인 에릭 호즈머에 대해서) “호즈머는 플레이오프빌로 가는 페더럴 익스프레스(미국의 유명한 배송회사)다. 그는 당신이 플레이오프빌에 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해석) “호즈머는 팀을 플레이오프를 이끌 수 있는 급의 선수다.”

-(수비수의 메트릭 지표에 관해) “호즈머가 지난 4년간 3번의 골드글러브를 받은 것을 봐라. 그는 그 기간동안 수비수 평가 지수가 모두 마이너스였지만 감독과 코치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해석) 수비수 평가지수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은 호즈머의 케이스를 보면 알 수 있다. 마이너스 수치를 보면 호즈머가 1루수로서 뛰어나지 못한 선수라고 해야 하는데 (골드글러브 선수를 뽑는) 감독과 코치들은 그가 최고의 1루수라고 인정하고 있지 않느냐.“

-(컵스에 대해) “거기는 ‘바람의 도시’(Windy City- 시카고를 의미)가 아니다. 컵스가 이룬 것은 경제적인 허리케인이다.”
(해석) “컵스이 최근 성공은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이뤄냈다. 이젠 그 팀을 유지시키기 위해 큰 돈을 써야 할 단계다.”

지안카를로 스탠튼. /AFPBBNews=뉴스1

한편 보라스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마이애미 말린스의 새 구단주 그룹이 팀의 간판스타 스탠튼을 트레이드하려는 것을 포함, 팀 연봉의 대폭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직접 마이애미 구단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구단주가 12억달러를 주고 구단을 사들인 뒤 팬들에게 더 좋은 구단을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정작 스타선수를 내보내고 연봉을 감축해 5~6년간은 이길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 것은 팬이나 승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고 메이저리그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도 없이 구단주들의 이해만을 생각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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