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타오른 촛불은 새 세상을 밝혔다. 시민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하고 새 정부를 만들었다. 그러나 광장의 촛불은 모든 곳을 밝히지는 못했다. 사회 곳곳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는 여전했다. 그러자 시민 개개인이 촛불을 들고 어두운 곳을 들춰 밝히기 시작했다.
촛불혁명을 경험한 이들이 사회 변화, 혁명에 나선다. 혁명의 주체는 사회적 약자인 '개인'이자 ‘여성’이다. 개인의 작은 외침에 전국민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또 다른 '개인'은 위드유(#With You)로 응답하며 혁명을 만들어간다.
장소는 광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언론 인터뷰와 같은 전통적 방식을 택하기도 하고 자신의 개인의 SNS(소셜네트워크)도 이용하기도 한다. 과거와 달리 모두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과거 개인은 고립돼 있었다. 텔레비전, 라디오 등의 전통적 방식의 대중매체를 통해 일방적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들일 뿐이었다. 개인들은 그저 서로 독립적으로 분리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의 집합체인 '대중'에 불과했다.
인터넷, 모바일 등 IT기술의 발달로 고립된 이들이 '연결'됐다. '연결'은 광장과 가상공간을 오가며 서로를 소통케 했다. 수동적인 '대중(大衆)'은 공공의 주제에 대해 능동적이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공중(公衆)'이 됐다. 때로는 온라인 공간에서 소통하며 문제의식을 공유했고 때로는 오프라인 광장으로 뛰쳐나왔다. "이게 나라냐"는 문제의식 공유에 기반한 촛불혁명은 그렇게 시작됐다.
촛불혁명은 '추상적인' 민주주의의 개념을 '구체적인'인 경험으로 바꿔줬다. 공통의 문제의식에 대해 다수의 사람들이 '연대의식'을 가질 때 미치는 힘도 경험했다. 특히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혁명’을 체험한 20~30대 젊은 세대들은 달라졌다. 그리고 미완의 혁명 이후 ‘행동’도 이미 학습했다. 미완의 한 부분이 젠더(성) 권력이다.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현상에 대해 "성차별 해소없는 민주주의 혁명은 미완성이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람들은 그동안 성폭력을 개인의 은밀한 경험이라고 여겼다. 과거에도 성차별, 성폭력 관련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노동현장에서, 직장에서 문제제기는 있었지만 '고립'된 상황에서 그들의 외침은 '찻잔속의 태풍'에 그쳤다.
그러나 '연결된 사회'에서 검사도, 판사도, 마트직원도, 공무원도 경험한 성폭력은 더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었다. 김 교수는 "'검사'라는 직업에서 우리나라 미투운동이 처음 시작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가장 믿고 있는, 법을 다루는 조직에서조차 성폭력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더 이상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됐고 거기서 연대의식이 발현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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