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화 "'담쟁이'로 사회와 소통..배우하길 참 잘했죠" [★FULL인터뷰]

강민경 기자  |  2020.10.31 11:00
우미화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연극 무대에서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다. 2013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여자 최우수 연기상, 2017년 SACA 최고의 연극배우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던 배우 우미화(46). 간간이 매체에 얼굴을 비추긴 했지만 영화 '담쟁이'를 통해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는 작품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있기에 배우 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담쟁이'는 누구보다 행복한 은수(우미화 분)와 예원(이연 분) 커플이 은수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시작으로 현실의 벽을 마주하게 되는 정통 퀴어 멜로 드라마다. 특히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으로 초청돼 온오프 동시상영이라는 관람 시스템을 첫 도입한 OTT 연합 플랫폼 웨이브에서 온라인 상영 당시 영화 인기순위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우미화는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인형의 집', '맨 끝줄 소년' 등으로 2017년 SACA 최고의 연극배우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어 드라마 'SKY 캐슬', '라이프', '블랙독', '닥터 프리즈너' 등에서 신스틸러로 자신의 존재감을 톡톡히 발휘했다. 그런 그가 '담쟁이'를 통해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담쟁이'를 연출한 한제이 감독은 연극 무대에 올랐던 우미화의 모습을 보고 은수 역할에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한제이 감독, 우미화 그리고 이연까지 모두에게 처음이었던 '담쟁이'. 우미화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스타뉴스가 들었다.

우미화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담쟁이'를 통해 첫 주연을 맡았는데 소감은 어떤가요?

▶ 저는 연극을 오래했어요. 간간이 드라마와 영화를 했지만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던 영역에서 '이야기를 같이 해봅시다'라고 제안을 받았던 사실이 기뻤어요. 또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했죠. 영화라는 작업이 그동안 해왔던 작업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작품이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피드백을 하는 과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담쟁이'에요. 한제이 감독님도, 이연 배우도 그리고 저에게도 사실 다 처음이에요. 다들 처음이라는 타이틀로 작업에 임했어요. 서툴더라도 마음을 나누면서 최선을 다했죠.

-첫 주연이기도 하지만 '담쟁이'가 동성 커플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예고편과 홍보 문구만 봐도 거부감이 드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것 같은데요.

▶ 처음에 동성 커플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우리의 일상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에요. 오히려 일상적인 이야기라고 볼 수 있죠. 커플의 이야기였다면, 멜로 내지는 신파에 머물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커플이 주는 의미는 많은 것 같아요. 일상인데 왜 지속되지 못하는지, 왜 그래야만 하는지 혹은 가족은 무엇인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많이 던지기도 했죠. 사회에서 이들에게 선입견, 편견 등이 분명히 존재하고 제도 안에서도 발을 붙일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확인하는 시간을 저 역시 가졌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쟁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극중 이연 배우와의 애정신에 대해서도 보는 이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 우리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슴이 아팠고 먹먹했고 같이 하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작품이 의미가 있다는 건 우리 주변에 은수, 예원이 존재한다는 거에요. 예원이처럼 용기가 있는 사람은 침묵을 깨고 말을 하지만, 여전히 침묵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존재한다는 자체를 인식하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같이 호흡했던 (이)연 배우 역시 일상의 이야기, 우리의 사랑 이야기라고 하더라고요.

우미화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은수와 예원은 그냥 연인이었어요. 연인들의 애정 표현은 당연한 거였고, (남녀커플과) 다르다고 접근하지 않았어요. 쉽지 않은 신이긴 했지만, 동성 커플이기에 보는 사람들에 따라 편견이 있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저희 작업하는 배우들끼리는 거부감이나 어렵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한제이 감독님도 은수와 예원의 애정신에 대해 주변으로부터 '꼭 있어야 돼?'라는 말을 들었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감독님은 있어야 한다고 했고, 그 장면이 '담쟁이'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장면이기도 해요.

-함께 호흡을 맞춘 이연 배우와는 어떠셨나요? 또 촬영 전에 데이트도 많이 했다고 했는데 주로 무얼 하셨나요?

▶ 연 배우와는 '담쟁이'를 통해 처음 만났어요. 20대의 연이와 40대의 저는 나이 차이가 꽤 나지만, 정말 친구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어떨 때 보면 저보다 현명한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세상을 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대화가 가능한 친구였어요. 촬영 전에 연인 관계다 보니까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데이트를 했다. 자주 만났던 게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니 어느 순간 행동의 패턴도 똑같아졌고, 통하는 것도 많더라고요. 제가 어떤 생각을 하거나 선택을 해야할 때, 고민이 있을 때 연이에게 묻기도 했어요. 제 연배들이 생각하는 방식과 다르게 이 친구가 바라보는 시각을 들었을 때 해결되는 지점이나 다른 방식으로 사고 할 수 있는 게 있더라고요. 만나서는 영화도 보고, 산책도 하고, 밥도 먹고, 책도 사러 갔었죠. 여느 커플과 다름 없었어요.

우미화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담쟁이' 속 은수를 보면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 보내려 하는 모습이 현실적이었어요. 반면 예원은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예원의 선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감독님도 '있을 수 있나?'라고 그러시더라고요.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희망적인 인물이 아니냐고 했지만 감독님의 시선이 그랬던 것 같아요. 예원이는 그냥 그런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랑을 지키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또 그런 사람이기를 바라기도 했고요. 현실적으로는 은수 뿐만 아니라 예원에게도 엄청난 시련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원 역시 고민이 있었을텐데 무조건적으로 은수에게 올인을 한 거니까요. 어떻게든 함께 하려고 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잖아요. 보는 사람들은 '저렇게 헌신적이라고?'라는 생각을 한다고 하긴 하더라고요.

-만약 본인이 예원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 것 같나요?

▶ 제가 생각했을 때 은수와 예원이는 시작하는 연인이 아니었고 이미 부부처럼 함께 살아온 세월이 있어요. 물론 그게 10년 이상은 아니지만, 이들이 부부처럼 함께 살아왔던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시간동안 서로 사랑했는데 사람이 다쳤다고 쉽게 사랑하는 사람을 버릴 수 있을까 혹은 쉽게 떠날 수 있을까 싶어요. 저 역시 예원이와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들에게 서로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모르겠지만, '담쟁이' 속 상황과 같다면 저도 힘겹지만 예원이처럼 했을 것 같아요. 오랜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지칠 수 있지만, 우리 작품은 사고 당한 이후에 바로 일어난 일이기에 저 역시 그런 상황이라면 예원이와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현실의 은수와 예원이에게 한 마디 한다면요?

▶ 응원해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하루 하루 지금 순간 순간을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같이 웃을 수 있는 거에요.

우미화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줄곧 연극 무대에만 서다가 드라마 '라이프'로 매체로 넘어오셨는데, '라이프'에 대한 애정도 남다를 것 같아요.

▶ '라이프'가 제게 첫 드라마에요. 애정이 많은 작품이죠. '라이프'에서는 선후배도 많았고 동료들도 많았어요. 많은 동료들과 함께 연기하게 돼 그게 감사했죠. 좋은 인연들을 만났다고 해야할까요. 좋은 인연들을 만나면 저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고 배우면서 더 나은 무언가를 찾을 수도 있어요. 배우는 혼자 가는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떠한 이야기를 항상 같이 고민하고 나눌 때 연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꽃보다 누나'에서 윤여정 선생님이 '나도 이 나이는 처음이야'라고 말씀 하셨던 게 생각이 나요. 저도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있지만 항상 작품을 만날 때마다 모르는 걸 새롭게 보기도 하고 부족하다고 느껴요.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이 새로운 것 같아요. 함께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걸 찾는다는 게 큰 힘인 것 같아요. 그게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벌써 데뷔 23년차가 됐어요. 지금까지 연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 배우라는 직업이 좋다라고 생각되는 게 그 지점 같아요. 늘 새로운 걸 만나는 것이요. 직업이 배우이기에 사람, 사회를 작품을 통해 만나는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고 있기에 배우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롭고 다양하고 모르는 세상을 계속 만나고 있잖아요. 신비롭고 신기한 일이죠. 그래서 더 감사한 것 같아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 제가 계획을 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목표를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항상 작품을 만나서 즐겼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에요. 즐겁고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내가 즐겁고 행복해야 그 이야기를 함께 하는 사람들도 태도가 만들어지는 것 같거든요. 내가 행복하지 않고, 즐기지 못한다면 어떤 이야기나 사람을 만나도 무언가를 해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냥 좋은 인연, 좋은 작품을 계속 만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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