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5종 개인전을 마친 맏형 정진화(34·LH)의 발언은 충격이었다. 개인전 2위를 차지하며 단체전 금메달을 이끈 이지훈(28·LH)이 뇌진탕 증세를 딛고도 끝까지 뛰어 은메달을 따냈다는 것이었다.
이지훈은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 런(육상+사격)까지 합쳐 1492점을 획득, 동갑내기 전웅태(광주광역시청·1508점)에 역전을 허용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경기 후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전웅태에게 쏠렸다. 심지어 이지훈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지나가지도 않아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인터뷰를 마친 정진화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너무도 놀라운 나머지 충격적일 정도였다. 펜싱에서 268점을 얻고 수영에서도 302점으로 얻으며 1위를 달리던 이지훈이 승마 연습 과정에서 말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쳤다는 것이었다.
통증을 호소한 이지훈은 제 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정진화는 "지훈이가 연습 도중에 낙마했다. 뇌진탕 증세를 보였고 제 정신이 아닌 채로 끝까지 뛰었다"며 "중간에 '제가 지금 1등이냐', '지금 출발하면 되냐'는 등의 질문을 하더라"라고 말했다.
뇌진탕 증세로 인해 단기 기억상실 증상을 보였다. 그럼에도 본능에 의지해 레이스를 이어갔고 끝내 은메달까지 딴 게 믿을 수 없었다.
현장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역도 영웅인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따뜻하게 이지훈을 격려했다. 한 국무총리는 이지훈에게 엄지를 들어올리며 격려하며 노고를 치하했다.
이지훈의 눈물겨운 투혼은 근대5종 단체전 금메달로 이어졌다. 국가별 상위 3명의 합산 기록으로 성적을 매기는 단체전에서 한국은 우승을 차지한 전웅태와 2위 이지훈, 4위 정진화가 나란히 상위권에 자리하며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한 전웅태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그는 "지훈이가 1등을 하든 제가 1등을 하든 솔직히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며 "대한민국에서 개인이 (금)메달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지훈이 뒤를 최대한 바짝 따라붙으려고 했다. 지훈이가 몸 상태가 지금 굉장히 안 좋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 순위가 바뀌면서 좀 미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지훈은 전웅태를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전웅태는 "지훈이가 '그래도 네가 1등해서 고맙다'고 얘기해줬다"며 "서로 의지를 하고 유대 관계가 잘 형성된 것 같다. 이 감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기쁘기도 한데 또 많이 미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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