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와 가진 툴이 원체 뛰어났다. 원주고 시절 포수로 활약하면서 2루 평균 팝 타임이 1.81초, 최고 1.76초였다. 2루 팝 타임은 포수가 투수로부터 공을 받고 곧장 2루로 던졌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평균 1.81초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수치다. 마운드 위에서는 최고 시속 151㎞의 빠른 공을 던졌다. 온양중 시절 이후 3년 만에 실전 마운드에 올라갔음에도 슬라이더, 커브, 서클체인지업 등 빠른 변화구 습득력을 보였다. 그 덕분에 지명 당시에는 키움의 오타니 쇼헤이(29)가 될 수 있는 선수로 주목받았다.
데뷔 첫해인 2023시즌은 김건희에게 프로의 벽을 실감케 하는 혹독한 1년이었다. 1군에서 투수로 3경기 평균자책점 22.50, 2이닝 6피안타(2피홈런) 2볼넷 5탈삼진, 타자로 9경기 타율 0.182(11타수 2안타) 2볼넷 4삼진을 기록했다.
강원도 원주 마무리캠프 당시 만난 김건희는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야수로서 좀 더 나가다 보니 마운드에서 많이 못 던졌지만, 올라갈 때마다 좋았을 때와 안 좋았을 때 많은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래도 오히려 그렇게 큰 차이가 나다 보니 보완해야 할 점이 확실히 보였다"고 데뷔 시즌을 돌아봤다.
표면적인 결과만 놓고 보면 그나마 성과가 있었던 것이 타자다. 퓨처스리그에서는 타자로서 47경기 타율 0.254(138타수 35안타) 1홈런 19타점 14볼넷 44삼진, 투수로서 14경기 2승 무패 1홀드 평균자책점 9.69, 13이닝 14피안타(5피홈런) 14볼넷 8탈삼진을 마크했다. 김건희 스스로도 지명 당시에는 부상으로 3년 만에 갑작스럽게 시작한 투수보단 원 포지션인 포수와 야수에 조금 더 욕심을 냈었다.
하지만 구단도 선수 본인도 투수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뒀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마무리캠프에서 투·타 가능성에 "51대49"라며 투수 쪽에 힘을 실어줬다. 김건희는 "프로에서 벽을 느낀 것은 투수나 타자 다 똑같다. 하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어 보고 싶은 쪽은 투수다. 내가 생각했을 때 내 장점은 방망이도 좋지만, 어깨다. 어깨나 팔꿈치는 부상도 많이 없다. 구단에서 정해주시겠지만, 프로에 와서 투수에 대한 애착이 좀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투수와 타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1라운드 신인이 투수 쪽에 열의를 불태우게 된 계기는 독특하게도 박병호(37·KT 위즈)에게 맞은 홈런이었다. 김건희는 7월 13일 고척 KT전 9회초 등판해 박병호와 김준태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았다. 특히 박병호를 상대로는 빠른 직구로 두 차례 헛스윙을 끌어냈다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하이패스트볼을 던져 좌중월 솔로포를 맞았다.
이 경험을 토대로 김건희는 이번 마무리캠프에서 투수와 타자를 병행하면서도 직구 구위를 살리고 변화구를 완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타석에서의 경험은 투수의 마음을 이해하고 타이밍 싸움을 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됐다. 김건희는 "1년 차 때는 안타나 홈런을 맞더라도 직구 구위를 믿고 씩씩하게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다짐했고, 2년 차 때는 조금 더 섬세하게 다듬고 싶었다"며 "올해 던지면서 빠른 공도 좋지만, 변화구도 두 개 정도는 있어야 직구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지금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연마 중이다. 투수뿐 아니라 타자로도 열심히 했기 때문에 나중에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내겐 정말 의미 있는 캠프였다"고 밝혔다.
다행히 팀 내에는 그가 조언을 구하고 롤모델로 삼을 선배들이 많다. 김건희에 "(데뷔 전부터) 150㎞를 던지는 건 쉽지 않다. 재능은 뛰어난 선수"라고 단언한 이승호 투수 코치는 같은 팀의 김재웅(25), 김재윤(33·삼성 라이온즈)과 박영현(20·KT)을 이야기했다. 네 사람 모두 직구 수직 무브먼트가 뛰어나, 빼어난 구속이 아님에도 타자들이 더 어려워하는 투수다.
김건희는 "이승호, 송신영(SSG) 코치님이 정말 많이 알려주셨다. 이승호 코치님은 (김)재웅이 형이 던지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박)영현 선배님이나 (김)재윤 선배님처럼 직구 구위로 상대를 잡을 수 있는 투수가 되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번 캠프에서는 볼에 힘을 싣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타자든 투수든 김건희는 조금 길게 봐야 하는 자원이다. 포수든 1루든 수비에서 완성도가 높아져야 하고, 고등학교 내내 3학년 9경기(13⅔이닝 평균자책점 1.29) 깜짝 등판에 그친 투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지명 당시 팀에서도 어느 정도 각오했던 일이다. 프로 첫 시즌 적은 표본에도 투수로서 가능성을 조금 더 인정받았다는 것은 오히려 희망적인 요소다.
무엇보다 선수가 투수에 흥미를 느끼고 너무 늦지 않게 1군에 정착하려는 의지가 크다. 김건희는 "(안)우진이 형이 나도 1, 2년 차 때는 많이 맞았다고 이야기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내가 야구에 대한 생각이 더 깊어지면 성장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셨다"며 "언젠가 (올해 상대한) 선배님들을 다음에 꼭 잡고 싶다.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고 그런 분들을 모두 잡으려고 노력해야 내 스스로도 성장한다. 우진이 형이 본인도 4~5년 차에 살짝 성적을 냈다고 했다. 나도 그래서 어떻게든 4년 차까진 결과를 내보려 한다. 그렇게 마음을 먹어야 나도 나태해지지 않고 더 열심히 할 것 같다"고 굳은 각오를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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