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도 똑같네' 노쇼 향한 상상초월 대분노 홍콩 폭발, 사령탑이 이유 직접 밝혔다

김우종 기자  |  2024.02.06 06:58
리오넬 메시가 2일(한국시간) 홍콩에 도착한 뒤 비행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AFPBBNews=뉴스1
5일 메시의 광고 옆을 지나가는 홍콩 사람들. /AFPBBNews=뉴스1
리오넬 메시(37)가 홍콩에서 열린 친선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 현지 팬들의 상상을 초월한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의 인터 마이애미는 4일(현지시각) 홍콩의 홍콩 스타디움에서 열린 홍콩 프로 리그 선수들을 주축으로 꾸린 홍콩 베스트11팀과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4-1로 승리했다.

메시는 전 셰계 축구계를 대표하는 축구 스타 중 한 명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홍콩 팬들은 사실상 메시의 모습을 보기 위해 비싼 입장료를 지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날 친선경기의 티켓 가격은 약 5000 홍콩 달러(한화 약 85만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 마이애미는 리오넬 메시를 비롯해 루이스 수아레스 등 팀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모두 출전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메시와 수아레스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홍콩 팬들은 메시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의 출전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그렇지만 메시는 벤치에 그대로 앉은 채 홍콩 팬들의 간절한 외침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린 뒤에도 홍콩 팬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경기 후 그라운드에서 인터 마이애미의 공동 구단주인 '슈퍼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직접 마이크를 잡은 뒤 인사했다. 그렇지만 홍콩 팬들은 베컴의 인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엄청난 야유를 쏟아내는 등 메시가 출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오넬 메시가 지난 4일(한국시간) 홍콩의 홍콩스타디움에서 열린 인터 마이애미와 홍콩 베스트11의 프리시즌 친선전에서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리오넬 메시에게 야유하는 홍콩스타디움 관중들. /AFPBBNews=뉴스1
사령탑은 메시가 결장한 이유에 관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직접 밝혔다. 인터 마이애미를 이끄는 헤라르도 마르티노 감독은 "많은 홍콩 팬들이 실망한 걸 알고 있다. 용서를 구하고 싶다. 메시는 내전근을 다쳤다. 메시를 짧은 시간이라도 출전시킬까 하는 고민이 있었으나, 부상 리스크가 컸다. 또 수아레스는 무릎을 다쳐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메시의 모습은 과거 한국에서 벌어졌던 '호날두 노쇼' 사태를 연상케 한다. 지난 2019년 여름이었다. 당시 호날두가 뛰고 있는 세리에A 명문 구단 유벤투스(이탈리아)가 방한하면서, 한국 축구 팬들의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K리그 선수들을 주축으로 팀 K리그를 꾸린 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유벤투스와 친선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3-3 무승부.

그러나 결과보다 더 큰 관심을 받은 건 당연히 호날두였다. 그의 출전이 사실 흥행에 있어서 최고의 관건이었다. 당시 대회를 주최했던 더 페스타는 매치 성사 직후 호날두의 45분 출전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홍보했다. 그리고 많은 축구 팬들은 호날두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최고 40만원에 달하는 표 값을 기꺼이 지불했다.

하지만 호날두를 향한 팬들의 기대감은 곧 '야유'와 '분노'로 뒤바뀌고 말았다. 그는 끝내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전반전 벤치를 지킬 때만 해도 후반전에 출전하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후반전이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몸조차 풀지 않았다. 전반전 전광판에 그의 모습이 잡힐 때마다 환호했던 팬들은 후반전엔 반대로 야유를 퍼부었다. 심지어 그의 영원한 라이벌인 "메시, 메시"를 연호하는 소리가 상암벌에 울려 퍼지기도 했다.

지난 2019년 7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9년 7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것을 취재진이 찍으려하자 관계자가 손으로 막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9년 7월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유벤투스 호날두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전광판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교롭게도 사령탑의 변명도 이번 메시의 홍콩 노쇼 사태와 매우 흡사하다. 정상이 아닌 몸 상태를 이유로 든 것이다. 경기가 열렸던 그해 7월 26일 당일에 입국한 가운데, 호날두는 팬 사인회에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불참했다. 당시 행사 주최 측은 "정말 죄송하다. 호날두가 사인회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호날두가 교통 체증으로 많이 지친 데다 잠시 후 열리는 경기를 위해 컨디션을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경기에도 나서지 않은 그다.

당시 팀을 이끌었던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공식기자회견에서 "호날두의 결장은 하루 전(25일)에 결정된 사안이었다"고 말해 더욱 분노를 일으켰다. 사리 감독은 "호날두의 컨디션과 근육 상태가 안 좋았다. 전날 밤 미팅 때부터 출전 여부에 대해 고민했다. 사실 일주일 동안 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싱가포르와 중국에서도 몸이 안 좋았다. 결국 호날두와 상의해 한국에서 안 뛰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메시의 홍콩 노쇼 사태 역시 사령탑이 몸 상태를 이유로 친선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메시의 행동에 홍콩 정부와 축구 팬들은 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친선경기가 끝난 뒤 "주최 측에 설명을 요구한다. 행사 후원에 지출했던 비용 수백만 달러 중 일부를 회수하겠다. 정부 기관인 주요스포츠이벤트위원회(MSEC)는 후원금 공제 가능성을 포함해 계약 조건에 따른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강격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메시의 친선 경기는 홍콩 정부 자문위원회로부터 'M마크' 등급을 부여받았는데, 이는 홍콩의 국가적 주요 스포츠 행사임을 뜻한다. 경기를 주최한 태틀러아시아는 경기 자금으로 1500만 홍콩달러(한화 약 25억 6000만 원)와 경기장 보조금 100만 홍콩달러(한화 약 1억7000만원)를 각각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여러 소식통을인용, "홍콩 정부는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메시가 주장으로 출전할 것이라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경기 직전 출전 명단에 메시의 이름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전까지 계획이 변경됐다는 것에 대해 어떠한 공지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존 리 홍콩 행정장관 역시 경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리오넬 메시가 경기에 출전할 것이라 확신했다고 한다. 이 역시 한국에서 벌어진 호날두의 노쇼 사태와 비슷하다. 당시 한국 측 관계자들도 호날두의 결장 사실에 대부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한 관계자는 "호날두가 안 뛰는 게 사전에 알려졌다면 대량의 취소표가 속출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터 마이애미 공동 구단주 데이비드 베컴(가운데)이 관중의 야유에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다. /AFPBBNews=뉴스1
리오넬 메시(가운데). /AFPBBNews=뉴스1
리오넬 메시. /AFPBBNews=뉴스1
리오넬 메시(왼쪽)와 호르디 알바. /AFPBBNews=뉴스1
홍콩 팬들이 지난 4일(한국시간) 홍콩의 홍콩스타디움에서 열린 인터 마이애미와 홍콩 베스트11의 친선전에서 리오넬 메시를 응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리오넬 메시.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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