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정숙한 세일즈'가 첫 방송부터 남편 최재림의 불륜을 목격한 김소연의 충격 엔딩으로 시선을 강탈했다. 이에 시청률은 전국 3.9%, 수도권 4%를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닐슨코리아 제공, 유료가구 기준)
지난 13일 첫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연출 조웅, 극본 최보림, 제공 SLL, 제작 하이지음스튜디오, 221b)는 시작부터 그때 그 시절의 비디오 테이프, 하얀 연기를 내뿜는 소독차, 공중전화, 사람 냄새로 북적거리는 전통시장, 당대 최고의 인기스타 김완선의 노래 등을 펼쳐 놓으며 시청자들을 하여금 아주 특별한 시간 여행으로 초대했다. 여기에 익숙함 속에 더해진 새로운 빨간 맛, '성인용품 방문판매'라는 파격적 소재는 90년대 여자들을 향한 편견, 억압, 가난에 녹진히 녹아 들어 안방극장에 건강한 풍기문란을 제대로 일으켰다.
강렬한 이미지로 안방극장을 휩쓸었던 김소연의 연기 변신 역시 놀라웠다. 왕년의 고추아가씨 진이었던 정숙은 남편 뽑기를 잘못하는 바람에 실질적 가장이 돼 분투중이다. 혼자 발버둥 칠수록 사고만 치며 벼랑 끝으로 몰고가는 남편 권성수(최재림 분)에 한 줄기 희망이 돼준 건 출퇴근이 자유롭고 월 50만원을 벌 수 있다는 '환타지 란제리'의 성인용품 방문판매였다. 성적 농담조차도 불편해할 정도로 정숙했던 정숙은 그렇게 풍기문란 방판에 뛰어들며 금제를 뒤흔들었다. 김소연은 가난한 정숙의 절박함, 아들에게 새 가방 하나 사주지 못하는 미안함, 성인용품을 판매하지만 본인조차 온전히 마음을 열지 못한 데에서 오는 껄끄러움, 판매 열정 과다로 인한 의외의 허당끼 등 정숙의 세세한 감정들을 속속들이 살리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연우진, 김성령, 김선영, 이세희 역시 92년도의 금제에 100% 녹아 들며 몰입도를 배로 높였다. 첫 등장부터 쿨워터향을 물씬 풍기며 금제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는 칼 같이 선을 긋는 김도현의 멋진 아우라는 연우진의 섬세한 연기 스킬로 완성됐다. 김성령은 겉모습부터 부잣집 아씨와 이대 영문과를 나온 오금희의 교양과 우아함을 담아냈다. 바쁜 남편 최원봉(김원해 분) 때문에 무료함을 느끼던 금희가 정숙에 의해 성인용품 방판이라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면서 재미를 느껴가는 모습은 김성령의 관록 있는 연기로 완성됐다.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정숙의 첫 방문판매였다. 미국의 사례를 들며 "무조건 돈 된다"라는 '환타지 란제리' 대표(라미란 분)의 설득에 영복과 함께 성인용품을 떼 온 정숙. 판매 대금을 회사에 가져다줘야 월급을 받을 수 있기에 가정부로 일하는 금희의 집에서 대망의 첫 방문판매를 열었다. 완판을 위해 전날 밤 열심히 연습했지만 실전은 녹록지 않았다. "드나들기 편하라고" 밑이 시원하게 뚫린 속옷과 뱃살을 가리는 게 아닌 훤히 다 드러내는 구멍 뻥뻥 뚫린 야시시한 란제리들, 목걸이로 착각할 정도로 얇은 줄에 꿰진 진주로 만들어진 속옷을 본 금제 주부들은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때 등장한 '환타지 란제리'의 주력 상품은 기절초풍 그 자체였다. 마이크 같으면서도 마늘 빻는 방망이 마냥 곧추서 있는 이것의 은밀한 용도를 알게 된 금제 주부들이 자지러진 것. 이윽고 이 물건이 세차게 진동하며 현장을 휘저어 놓자 완전히 초토화됐다. 급기야는 매춘 업소로 신고해 형사 도현과 나성재(정순원 분)가 금희 집으로 출동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주리의 센스 있는 대처로 위기는 모면했지만 꽉 막힌 시골 마을에서 저급한 물건 취급을 받는 성인용품을 팔기란 단연코 쉽지 않았다. 과연 정숙이 이 편견을 어떻게 뚫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이야기에 기대가 모아진다.
추억, 코믹, 공감 등 다채로운 재미를 이끌어냈던 이 날의 방송은 마지막으로 뒤통수 얼얼한 충격까지 선사했다. 툭하면 싸우는 탓에 더 이상 금제에서 일 할 곳도 없는 성수는 정숙이 힘들게 번 월세 낼 돈까지 투자로 날리고 말았다. 때문에 벼랑 끝까지 몰려 정숙이 성인용품을 팔게 됐는데 되레 그녀를 힐난했다. 게다가 정숙의 절친 성미화(홍지희 분)와의 부적절한 관계까지 탄로났다. 그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 정숙이 이 문제적 남편을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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